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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hanging Shanghai''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했습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아주 흥미로운 책이 한 권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3 년 전에 사서 한 번 훑어 보고는 그 후로, 책장에서 3년 장기 숙성된 책이 거든요. 먼지랑 말이죠. (장기 숙성엔 술, 치즈, 친구, 묵은지 뭐 이런 거 말고도 책도 좋더군요. 다시 읽는 오랜, 좋은 책이란!)

<百&#21464;上海 (a Changing Shanghai; 백변상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쉬시시엔(徐喜先; 서희선)과 쉬지엔롱(徐建&#33635;; 서건영), 그 둘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같은 성씨군요. 네, 이 둘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책 내부의 스프레드를 펼치면, 왼쪽 페이지엔 아버지 쉬시시엔의 사진이 오른 페이지에는 아들 쉬지엔롱의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을 찍은 사진이냐구요? 책 제목에서 유추해 볼까요. 백변상해. 완전 싹 바뀐 상하이입니다. 자, 대충 가늠이 가실 겁니다.

40년대 상하이 생인 아버지 쉬시시엔은 80~90년대 흑백 필름 카메라로 상하이의 이곳 저곳 구석구석을 찍습니다. 물론 취미로 말이죠. 그냥 소일거리라고 보기에는 (남겨진 기록을 보니) 작정하고 찍긴 했지만, 그 근원엔 아마추어리즘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주말마다 카메라 둘러매고 그냥 이곳 저곳 지도에 길을 그려가며 찍었던 상하이가 최근 20여년 동안 완전히 환골탈태 해 버린 겁니다. 발전해 감에 따라 잃어버린 옛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엄청난 다큐멘터리 사진이 되어 버린 거죠. 세월이 흘러 그의 아들 쉬지엔롱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의 옛 사진과 같은 위치에서 같은 앵글로 2004년의 오늘 (2004년에 출간 된 책입니다)을 담았습니다. 그런 다음 왼쪽 페이지엔 아버지가 찍은 10~20년 전의 상하이의 사진을, 오른 쪽엔 아들이 찍은 2004년의 사진을 배치 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한 눈에 알아보겠군요. 세월의 변화를.

어린 시절, 선생님이 들려 주신 일본 비행기 추락 현장에서 발견 된 메모지 이야기 기억 하시죠?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일본인 승객은 메모를 하고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말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그 이야기 속의 일견 우스꽝스럽기 까지한 그 승객의 행동은 솔직히 어린 제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역시 그 이야기와 주제가 맞닿아 있습니다. 바로 기록에 대한, 디테일에 대한 "꼼꼼함" 말이죠. 디테일에 천착 하기. 우연히 책을 정리하다 만난 주제지만, 한 동안 앉아서 책장을 넘기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인 서영씨에게 청소하다 말고 엉덩이 붙이고 게으름 핀다고 핀잔을 듣긴 했지만 말이죠. ^_^



책의 표지입니다.



왼쪽 흑백 사진이 아버지의 모습이고, 오른쪽이 아들입니다. 같은 길에서 찍었답니다.



아버지의 노트에 꼼꼼하게 기록된 출사 메모. 어떤 길을 지나 어떤 장소에서 어떤 순간을 담았다,는 내용이 빼곡하게 메모 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



황푸강변 서안, 와이탄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늘어선 건물들은 100년도 더된 건물들이랍니다. 덕분에 1987년의 와이탄이나 2004년의 와이탄은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군요. 지나가는 돛단배만이 세월의 더께를 말해 주네요.




100년 전, 가장 번화했던 난징둥루(우리의 서울 명동 같은 분위기의) 길입니다. 각각 1986년과 2004년의 모습입니다. 지금 역시 관광객들로 붐비는 번화가이구요. 이곳 역시 위의 와이탄 만큼이나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상하이의 지도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중심인 인민광장의 모습도 건물이 들어선 것 외에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987년과 2004년)




상하이를 동서로 가르는 얀안둥루 고가도로는 1990년도엔 아예 없었군요.



하지만 2008년 현재, 도시 재개발 계획으로 다시금 얀안둥루 고가도로를 걷어 내고 있습니다. 20여년 만에 지었다 허물었다를 반복하는 중입니다. 변화도 이런 변화가 없을 정도로 말이죠. (이건 제가 찍은 사진)





하지만 황푸강의 동안, 푸둥지역에 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1989년의 이런 오솔길이,




2004년, 이렇게 변하다니요.




1987년의 푸둥 루쟈&#52096;이의 모습입니다. 먼저 보셨던 와이탄의 바로 강 건너 반대편 모습입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이 휑-하죠.





이랬던 모습이, 지금은

현대 상하이, 경제 성장 중국의 상징인 바로 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예전 모습과 현재 모습을 직접 눈 앞에서 목격한 북한의 김정일이 '천지개벽'이라는 단어로 놀라움을 표했다는데, 사진으로 보아도 놀랍군요!)






그럼, 우주선처럼 생긴 둥팡밍쭈(동방명주; Oriental Pearl Tower)를 가까이서 볼까요. 2004년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1990년에 어떤 모습으로?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나저나, 누군가의 꼼꼼한 기록 덕분에 눈은 아주 즐겁군요. 디테일에 대한 꼼꼼함, 세상의 디자이너들에게 새삼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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