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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Soho)의 속보이는 디자인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시는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인 맨해튼(Manhattan)을 포함하여 브롱스 ·브루클린 ·퀸즈 및 스태이튼 아일랜드의 5개구(boroughs)로 이루어져 있다. 맨해튼은 시의 중심부이며, 맨해튼 중에서도 1970년대부터 예술인의 거리라고 불리웠다는 소호(Soho)는 전통적으로 갤러리와 예술인들의 집합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거리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크고 작은 갤러리 몇 백개가 모여 있었지만 이젠 유명 의류점을 비롯해 온갖 상점들이 몰려든 화려한 곳으로 변모해 가고있다. 학창시절부터 이곳을 즐겨찾았던 관계로 소호에 몇 안되는 즐겨찾는 곳 중에 한 곳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름은 "Bar 89".
술집? 하는 생각이 우선 들겠지만 이 곳은 소호의 한 골목에 자리한 간판조차 없는(실제로 소호의 많은 상점들엔 간판이 없다)주소를 뜻하는 소호 89번지의 미국식 바(Bar)로, 퇴근후 식사도 할 수 있고 한 켠에 마련된 바에서는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전 뉴욕시의 식당과 바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된 관계로 실내공기가 한결 쾌적해 졌다.

매 번 갈때마다 간판도 없는 이 곳을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가까이 가서야 커다란 유리문과 거기에 쓰인 조그만 이름을 보고야 그제서야 제대로 찾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건물 외관은 길고 커다란 유리로 된 입구, 유리외벽 그리고 금속성의 재료를 사용해 척 보기에도 모던한 느낌을 준다. 들어서면 자리배정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안내문이 버티고 있고 잠시만 기다리면 상냥한 얼굴의 웨이터가 나와 자리를 안내한다. 일단 들어서면 천장이 높아 확 트인 느낌이 든다. 높은 천정위 모서리 부분에는 긴 원추형의 창이 있어 낮시간에는 자연광을 느낄 수 있고, 해가 진 후에는 까만 하늘을 작은창에서 나마 감상할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직사각형의 공간은 기다랗게 세 줄로 나눠져 있다. 왼편으로는 바(Bar)가 자리하고 바의 진열대에는 다양한 색과 모양의 술병들 그리고 병들 뒤로는 간접조명으로 은은한 효과를 내고있다. 그리고 진열대 위에는 모두 같은 사이즈의 둥근, 볼록한 5개의 거울이 달려있다. 맞은편에 걸린 것 처럼 또다른 그림없이도 반사되는 실내의 형상들을 사람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비춰주어 색다른 장식효과를 준다. 세 줄로 이루어진 공간 배치중 나머지 두 줄은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이 곳은 나무(바닥), 유리 그리고 금속 이렇게 세가지가 주된 재질이며 기본 엘리먼트는 사각형과 원이고, 칼라톤은 흰색, 회색 그리고 검정과 같이 무채색의 심플한 느낌이 주류 칼라이다. 끝편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연결되어 있고 아래층 면적의 1/4정도를 차지하는 윗층이 따로 있다. 계단의 장식은 역시 천장에서 보는 원추형의 형태를 가늘게 세로선 마디마다 살렸고 굵고 가는 가로선의 대비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주방은 계단 아래쪽 좌우편에 조그만 입구 뒤로 숨어 있어 손님들 눈에는 전혀 띄지 않아 전체적인 바의 디자인을 보기좋게 유지한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높은 천장에는 장식물이 길게 늘여져 있곤 했는데 이날은 보수공사가 들어간 때문인지 보이지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떠나기 전, 급하지 않아도 반드시 화장실을 찾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속이 비치는 화장실의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화장실 문 앞에 서게 되면 문 너머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도대체 들어가야 돼? 말아야 돼?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순간 적잖은 고민이 되겠지만 결심하고 문 안으로 들어서서 문고리를 거는 순간 투명했던 문의 창이 일순간에 (내가 보기엔)뿌연연기로 짙게 가려진다. 그리고 빛으로 나타나는 글자."Occupied(사용중)".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도 지금도 이 곳의 화장실 디자인은 참으로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화장실 입구에 들어서면 몇개의 소파와 함께 왼편엔 거울이 줄지어 놓여져 있고 그 거울들 앞엔 언제나 꽃 한 송이씩 줄지어 꽂혀있다. 이는 마찬가지로 바 입구와 실내에서도 조그만 선반위에 언제나 생화들이 줄지어 꽂혀있는데 화장실에서의 것과 같아 바 전체 이미지에 디테일의 통일성을 준다. 화장실에는 5개의 유리로 된 문이 있고 그 문들 앞에는 이니셜로 W, M으로 구분해 여자용인지 남자용인지를 알려준다. 각각의 화장실 내부는 거울과 세면대, 비누 그리고 페이퍼 타올까지 비치되어있어 내부에서 모든 필요를 처리하고 나오면 굳이 남녀가 화장실 바깥에서 어색하게 부딪치지 않아도 된다.


바(Bar) 전체의 분위기를 결코 화려하지 않으면서 절제된 형태와 색조로 모던하고 심플함으로 끌어낸 인테리어 디자인의 센스 그리고 디자이너의 세심함이 특히나 돋보이는 화장실이 좋아 난 이곳을 즐겨찾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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