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뮌헨과는 다른 성격으로) 영감이 넘치는 곳이다. 가끔은 어지러울 정도로 생기가 넘치고, 내가 독일에 있는지 싶을 정도로 각종 언어를 들을 수 있으며, 세계 음식 축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여러 문화가 공존한다. 실리콘밸리의 독일판 으로 여겨질 만큼, 유럽 각국의 젊은 발명가, 사업가,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곳. 이십년 이상을 복잡한 서울에서 살다가 만난 적당한 생기와 적당한 여유로움을 가진 뮌헨을 더 사랑하는 필자지만 (대부분의 뮌헨 러버들은 베를린을, 베를린 러버들은 뮌헨을 싫어한다.), 간간히 찾아가는 베를린은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로 베를린은 신기술과 아이디어들이 모여들고, 매일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살아 움직이는 도시다. 이곳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여러 유명 테크 기업들의 사례는 더 많은 젊은이들을 베를린으로 모이게 하는 이유와 목표가 되곤 한다.  

그들에게 목표가 되는 이름 중 하나. 전세계에서 음향 (소리)에 대해 본질적이고도 창의적인 질문을 던진 이름 역시 베를린 태생이다. 본일들을 오디오 회사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진짜 소리 (오디오)를 다루는 이름. 이제는 너무도 유일무이한 이름이 되어버린, 얼어버린 경기에도 홀로 잘 나가고 있는 HOLOPLOT (홀로플롯)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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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OPLOT은 자신들을 프로 오디오 회사라고 소개한다. 2011년 초에 베를린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음향에 물리학적인 발상으로 다시 생각함으로써 오디오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지금껏 달려왔다. 그들은 재미난 물음을 던졌다. ‘빛을 제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리도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단순한 호기심의 발상인지, 혹은 이미 학문적 해결책을 가지고 던진 질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 아니 어쩌면 아주 자주, 이런 바보같은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현실보다 더 실제처럼 느껴지는 소리의 풍경 (soundscpae)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공연장의 모든 좌석을 적어도 음향 경험에서 만큼은 동일하게 최고의 자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이어지는 질문들은 지금껏 세상 어디에도 없던, 과학(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수치 제어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실제로 존재하는 하드웨어 기반의 HOLOPLOT Matrix Array을 탄생시켰다. 

소리는 (당연히 눈에 보이지 않는) 음파의 형태로 음원 (소리의 원천)에서 목표 지점 (사람의 귀)로 전달된다. 매개체는 공기일 수 도, 물일 수 도, 벽이나 종이일 수 도 있다. 존재하는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A에서 Z까지 소리를 전달한다면, A의 주변은 물론 그 사이와 주변인 B부터 Y에 있는 귀에도 소리가 전달된다. HOLOPLOT은 A에서 나는 소리를 원하는 목표지점, 정확하게 Z에만 들리게 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솔직히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A에서 Z까지의 거리가 멀다면 B에서 들리는 소리는 Z보다 클 수 밖에 없는데, 거리에 따른 음향 크기의 소멸을 막을 수 도 있다. 결과론 적으로 가까운 거리의 B와 멀리 떨어진 Z에서 들리는 음향의 크기와 질을 (거의) 동일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피커와 HOLOPLOT의 음향 전달 방식 (이미지 출처:holoplot.com)

오픈된 공간에서 천장형 스피커를 통해 여러 구역에 다른 소리를 전달하는 개념도 (이미지 출처:holoplot.com)

무협지에서나 보던 전음 (무공의 일종으로, 싸우는 기술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상대에게 몰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술)과 같은 말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같다. 이게 가능하다는 것은 시험장에서 일정한 자리에 앉은 수험생에게 모든 답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머리는 이런 쪽으로만 창의적인지…) 미술관의 특정 작품마다 앞에서 감상하는 관람객에게만 들리도록 작품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대형마트에서도 브랜드 코너마다 다른 세일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야외 공연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밤새 이어지는 공연의 소음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국제 회의에서도 각 국가를 대표하는 이들에게 그 나라말로만 들리는 동시 통역을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야외 공연장에서 나는 소리가 공연장 밖을 나가지 않는 개념도 (이미지 출처:holoplot.com)

공개 회의장에서 활용되는 음향 전달 개념도 (이미지 출처:holoplot.com)

그렇다. 회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HOLOPLOT의 음향 품질과 제어기술은 더욱 정교해졌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더 완벽한 음향 경험을 증명해냈다. 모터쇼, 예술 전시, 실내/야외 공연장과 종교시설과 기차역에 이르기까지 HOLOPLOT의 기술이 적용된 곳은 다양하다.  

Polestar를 위한 Auto Shanghai 모터쇼 전시 (이미지 출처:holoplot.com)

런던의 예술 전시 Lightroom (이미지 출처:holoplot.com)

스페인 마르페야의 폐채석장에서 열리는 축제 Starlite Festival의 야외 공연장 (이미지 출처:holoplot.com)

브로드웨이의 100년된 Beacon Theatre 실내 콘서트장 (이미지 출처:holoplot.com)

이집트 카이로의 최대 규모 이슬람 사원 (이미지 출처:holoplot.com)

최근 지구상 최고의 공연장이 라스베가스에 선보였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공연장 Sphere는 구 (sphere) 형태로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이 곡면 LED 스크린으로 덮여있어 공연과 함께 시각적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 이미 여러 유명 가수/밴드들의 공연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죽기 전에 한번쯤 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하는 이 공연장의 음향 기술 역시 HOLOPLOT의 작품이다. 모든 방향에 펼쳐지는 시각 경험에 상응하는 음향 경험으로 Sphere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Sphere 공연장 (이미지 출처:holoplot.com)

Sphere 공연장의 단면 (좌)과 HOLOPLOT 설치 설계도(우) (이미지 출처:holoplot.com)

공간을 밝히는 조명을 정교하게 조작해서 정확한 양과 온도로 특정한 공간에만 비출 수 있게 하는 논리를 음향에 적용하겠다는 생각부터, 그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상업적인 적용을 가능하게 한 비전은 자신들을 오디오 회사라고 부르는 HOLOPLOT을 현재 오디오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유일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세상에는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정의해버린 지극히 일반적인 것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한다.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던 제품, 사물, 서비스, 현상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지 모른다.   

참고 사이트 / 자료 

holoplot.com

양성철(독일)

imaginemade@gmail.com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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