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시내의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오래된 양조장과 도매시장의 뒷골목을 따라 걷던 어느 화창한 날, 끌리듯 들어간 건물에 걸려있던 간판 ‘DesignWerkschau (디자인 베억 샤우: Design work show: 디자인 작업 전시장)’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셀 수 없이 많은 가구브랜드의 쇼룸이 모여있는 곳. 생각보다 모르는 브랜드가 많아서 놀랐고 대부분의 디자인 퀄리티가 상당해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다는 사실이 또 한번 놀라웠던 경험이었다. 전시장의 가장 윗층에서 발견한 wiesner hager - 비스너 하거 (wiesner-hager.com), 누가 들어도 순수한 독일 브랜드인 이 가구회사는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졌다. 놀랄만큼 오랜 시간동안 가구를 만들어온 이 브랜드가 오스트리아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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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품질의 시작:

wiesner hager는 1849년 Josef Wiesner (요세프 비스너)에 의해 설립되었다. 목공/건설 회사로 성공적인 발전을 만든 회사는 1921년, 그의 아들 Rudolf Wiesner (루돌프 비스너)와 Sebastian Hager (세바스티안 하거)가 물려받으면서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된다. 목공과 건설이라는 주 사업 구조의 일부를 가구 제조업으로 재편하면서 100년 품질을 가진 가구 메이커가 탄생한다.

wiesner hager의 오래된 실내 가구 컬렉션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베스트 셀러:

목공과 건설업 DNA를 물려받은 wiesner hager의 시작을 알린 제품은 다름아닌 정원용 가구였다. 복잡한 실내 가구에 경험이 부족했던 그들은 단순한 접이식 정원 가구에 중점을 두었고, 완전한 침실이나 거실과 같은 특수 제품은 가구 공장에서 소규모로 제조되었다. 이 작전은 어마어마한 양의 수출을 이루면서 엄청난 수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1920년대 영국 시장에 첫 수출을 시작하면서 작은 규모의 회사로는 커다란 성공을 이루는데, 이때 만들어진 접이식 의자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행 여객선의 갑판용 의자로도 사용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만들어진 의자가 바다를 건너 머나먼 대륙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wiesner hager의 초기 정원용 가구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고통과 인내의 시간:

1939년부터 1945년까지의 냉전 기간은 모두에게와 마찬가지로 wiesner hager에게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의미했다. 얼어붙어 버린 시장의 상황도 그렇지만, 수 많은 가족들을 잃게 된 고통의 시간이었다. 군 복무에 소집된 직원 104명 중 35명은 복귀하지 않았지만, 군부대의 물자 공급업체로서 생존을 위한 버팀의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야전 병원에는 의자와 스툴 외에도 리클라이너도 조달했고, 전쟁 물자와 부상자를 운반하는 수단이었던 ‘썰매형 보트’를 생산해야만 했다. 징병된 남자들을 대신해서 사업을 유지한 노동력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고, 그들의 희생으로 전쟁 기간임에 불구하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길어진 전쟁으로 인해 인력과 자재 부족으로 오랜 기간 완전히 문을 닫게 되었고, 생산은 전쟁이 끝나고도 1년이 지난 1946년에 재개되었다.

전쟁 기간 중 회사를 유지한 여성 노동자들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문화 회복 사업의 중심: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업의 회복을 주도한 것은 권위 있는 문화 프로젝트 덕이었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Vienna State Opera)와 부르크극장 (Burgtheater)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린츠 (Linz)의 브루크너하우스 (Brucknerhaus)와 같은 많은 유명 공연자에 wiesner hager 의자가 설치되었다. 그 중에서도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사업인 잘츠부르크 페스트슈필하우스 (Salzburg Festspielhaus)와의 협업인데, 이 공연장은 전쟁 전인 1935년, 이미 1,200개의 좌석을 갖춘 규모였다 (당시로는 대규모 공연장). 1950년대 말에 새롭게 지어진 Festspielhaus에는 오랜 기간 가구 생산으로 전문성과 품질을 가지게 된 wiesner hager의 의자가 지.금.도 설치되어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트슈필하우스의 관객석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눈에 띄는 성장과 명확한 한계:

1960년대의 성장은 초기 재건축 붐에 비해 둔화되었지만 사업의 성공은 지속되었다. 오스트리아 Altheim (알트하임) 생산 현장에서는 매년 500,0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했고, 60년대 중반에 이르러 그들은 유럽 3대 좌석 가구 생산업체가 되었다. 오스트리아 1위를 달성한 wiesner hager는 여러 공연장 프로젝트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로도 명성을 얻게 된다. 그들의 유명한 안락의자 Altheim은 ​​가구 부문에 주어지는 국가대표상인 ‘올해의 안락의자 상’을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세차례나 수상했다. 품질 외에도 제품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중요한 사례이다. 하지만 1979년 제2차 석유 위기의 영향은 오스트리아 경제의 침체로 이어졌고 이 유명한 가구 브랜드도 시장의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최고의 안락의자 Altheim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1970년대 광고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1984년은 Rudolf Wiesner (루돌프 비스너)의 아들인 Markus Wiesner (마쿠스 비스너)가 주 사업분야인 건설과 가구를 완전히 분할하면서 전략적 재편이 시작된 해로 기록된다.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 wiesner hager는 그간 효자 사업이었던 영화, 연극, 레스토랑 등의 사업 분야에서 철수하고, 자금이 몰리는 사무용 가구와 부동산 분야에 집중하게 된다. 명확한 목표 설정은 공격적일만큼 빠른 발걸음으로 수출을 향한 국제 운영 요구 사항을 충족시켰고, 1990년대부터 체계적인 국제화가 추진되었다. 주요 유럽 국가의 자체 유통 회사를 갖추게 되었고, 일본 및 미국의 라이센스 파트너십을 이뤄냈다. 판매 국제화는 곧바로 생산의 국제화로 이어졌는데, 오랜 시간 생산의 중심이었던 오스트리아 Altheim이 아닌 체코에도 생산 공장이 세워졌다.

뛰어난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보여준 새로운 경영진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대기업이 늘어난 산업화의 시기가 가져온 업무 생태의 변화는 사무실의 규모와 부동산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대규모 사무실용 가구 공급을 위해 특별한 조직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부터 사무실 컨설팅 및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를 전체 가구사업을 이끄는 주요 부서 활동으로 이끌었다. 차별화된 사무실 컨셉과 그에따른 가구 공급이 핵심 성공 요인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총 사업수익 중 수출 할당량이 50% 이상인 wiesner hager는 현재 유럽의 사무용 가구 부문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Wiesner hager의 사무공간 컨셉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Wiesner hager의 사무용 가구 (이미지 출처:wiesner-hager.com)

100년의 시간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고,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되어버린다. 100년 전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였고, 흙먼지 날리는 서울 (당시의 경성) 거리 위를 여전히 말과 가마 전차와 초기의 구식 자동차가 뒤섞여 지났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어져온 가구 브랜드 wieser hager는 엄청나게 많은 역경과 고비를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사무용 가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가구 브랜드가 100년의 시간을 이어가서 언젠가 그들의 이름이 세계 시장에 유일한 것이 되길 기대한다.  

참고 사이트 / 자료 

wiesner-hager

양성철(독일)

imaginemade@gmail.com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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