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로잉하고 있던 뮌헨의 대표적인 스타디자이너 스테판 디아즈 (Stefan Diez)가 올린 몇장의 사진들에는 수천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2015년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였던 ‘soba’ 컬렉션 결과물들과 작업 과정, 조립하는 영상 위로, 너무나 선명한 세 글자. ‘에이치 에이 와이’가 모두를 흥분시켰던 것이다. 

기대감을 고조 시킨 이후, 다음 날 올라온 이미지는 원통형 테이블 프레임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활짝 웃으며 서있는 스테판 디아즈의 모습. Soba가 돌아왔다. HAY와 함께.

Soba collection  (이미지 출처: © jonathan mauloubier)

이럴 수가, Soba라니! 

Japan Creative (www.japancreative.jp/)는 일본의 전통 공예와 생산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알리기 위해 생겨났다. 매년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 (혹은 그룹)를 초대하여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이 이벤트성 협업에 초청 받았던 디자이너들의 면면이 훌륭하다. 

2015년도 작업에는  Barber Osgerby, Pierre Charpin, 그리고 Stefan diez 가 참여했는데, “soba”는 스테판 디아즈가 일본의 대나무 장인 요시히로 야마기시 (Yoshihiro Yamagishi)와 함께 한 작업이다. 디아즈는 못이나 비슷한 형태의 고정장치를 쓰지 않고, 대나무의 탄성을 이용해 테이블과 벤치의 다리를 구부려 만들었고, 얇은 밧줄을 이용하여 그들을 튼튼히 고정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고안했다. 소바 벤치와 테이블 세트는 모두 펼쳐진 납작한 상태로 이동 (배송?)되는데, 아주 간단한 단계를 거쳐서 조립된다. 조립의 과정은 링크의 영상을 참고하자.  

Soba collection  (이미지 출처: © jonathan mauloubier)

너무나 멋지고 창의적인 작품이지만, ‘과연 저걸 팔 수 있을까?’ 혹은 ‘과연 내가 저걸 살까?’ 라는 의문을 가졌던 Soba를 디아즈는 7-8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어떻게 HAY라는 브랜드의 사무용 테이블로 재탄생시켰을까? 

HAY Boa collection with Soba bamboo  (이미지 출처: www.scandinavia-design.fr © HAY)

이제는 Boa라는 이름이 생겼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았던 대나무는 초경량의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대체되었다. 대나무의 원통 형태를 그대로 지켰고, 각각의 대나무를 연결하던 특이한 연결 구조 역시 그대로 지켜졌다. 원통형의 프레임은 사무용 테이블 위에 놓일 전자제품들을 위해 각종 케이블들이 지나가는 통로가 되었고, 간간히 충전을 위한 장치들이 적용되었다. 

HAY Boa collection (이미지 출처: www.scandinavia-design.fr © HAY)

디아즈라는 디자이너의 팬으로서, 대나무를 소재로한, 대나무에 가장 어울리는 가공법과 조립 방법으로 soba collection의 아이디어를 전개한 천부적인 창의력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7-8년이 지난 후 같은 아이디어를 다른 소재를 활용하여 boa table이라는 새로운 버전으로의 진화시킨 응용력과 이 모든 연작이 있게한 기획 능력에 경외감을 담은 박수를 보낸다. 이쯤되면 몇년 후에는 또 어떤 연작으로 세상을 또 한번 놀라게 할 지 모르겠다. 

참고 사이트 / 자료 

scandinavia-design.fr

designboom.com

양성철(독일)

imaginemade@gmail.com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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