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나이트 페스티벌 중, ‘시간은 검은 원이다.’@TheSmartLocal

싱가포르는 매 년 8월마다 2주간 시내 한복판의 브라스 바사-부기스Bras Basah-Bugis 문화유산 구역의 차 없는 거리에서 나이트 페스티벌을 연다. 브라스 바사-부기스 지역에 위치한 뮤지엄 파사드에 대형 프로젝션 맵핑을 하고, 거리를 조명 설치물과 라이브 퍼포먼스로 채우는 것이 매 해 페스티벌의 주요 콘텐츠인데, 이번 해에는 ‘싱가포르, 위대한 항구 도시Singapore, the Great Port City’를 주제로,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게임 앱을 함께 제공하여, 페스티벌의 주요 장소 열 곳을 모두 방문하면서 오디오 기반의 디지털 스토리를 보너스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은 검은 원이다Time is a Black Circle’는 싱가포르의 아티스트 다운Dawn Ng이 디자인한 방문객 참여형 공간으로, 60-70년대 디스코와 롤러스케이트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클럽이다. 벽면에 프로젝션 되는 원형 패턴과 음악, 춤을 추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적이다.

‘시간은 검은 원이다.’@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SGNIGHTFEST’는  판 유나이티드 코퍼레이션Pan-United Corporation이 저탄소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한 7미터 길이의 설치물이다. 콘크리트를 18겹으로 겹쳐서 제작해, 각 글자가 60킬로그램으로 육중하지만,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낮에는 도심의 바쁜 일상과 어우러지고, 저녁에는 화려한 색채를 자랑한다.

‘#SGNIGHTFEST’@TheSmartLocal

‘글로벌 부기스 범선A Global Bugis Phinisi’는 아티스트 테 스위 시옹Tay Swee Siong의 작품으로 인도네시아의 범선의 모양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설치물에 싱가포르 부기스 지역의 상징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글로벌 부기스 범선’@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물 수제비A Stone’s Throw (Away)’는 싱가포르의 디자인 스튜디오 와이토 그룹WY-TO Group의 작업으로 싱가포르의 14세기 고인돌에 담긴 이야기를 시각화했다.

‘물 수제비’@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개화Florescence’는 일러스트작가 크리스털 멜슨Kristal Melson의 프로젝트로, 마다가스카 유래종인 대수리꽃periwinkle flower에서 영감을 받았다. 옛 항구로 활발한 교역을 담당했던 부기스의 사람들의 정신과 생활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개화’@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두 번의 뽀뽀와 한 번의 포옹 X O X’는 크리티컬 크래프트 콜렉티브Critical Craft Collective의 작업으로, 일과 놀이, 하늘과 지구, 영성과 물질과 같은 이질적 존재의 결합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두 번의 뽀뽀와 한 번의 포옹’@TheSmartLocal

‘칠 백 년 700 Years’은 무하마드 이즈디Muhammad Izdi, 지지 마지드Zizi Majid, 제레미 벨로Jérémie Bellot의 협업물로, 싱가포르의 역사적 이야기를 담은 예술 작품을 콜라주 형식으로 편집하여 만든 6-7분가량의 프로젝션 작품이다.

‘칠 백 년’@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개화 속 탄생Birth in Bloom’은 애슐리 여Ashley YK Yeo의 작업으로, 싱가포르의 신화적인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통해, 식민 역사와 도시국가로서의 척박한 환경, 전쟁을 넘기고 자리 잡은 싱가포르의 역사를 상징화했다.

‘개화 속 탄생’@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이 외에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들과 나이트 페스티벌을 앞으로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네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그룹 필라멘Filamen이 프로젝션 맵핑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프로젝션 맵핑 마스터 클래스@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우리는 어떤 날씨라도,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견뎌낼 거야We’ll weather the weather, whatever the weather, until we cannot’는 스토리텔러 스위트 투트Sweet Tooth의 라이브 세션이었다.

‘우리는 어떤 날씨라도,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견뎌낼 거야@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이번 페스티벌의 후원사였던 삼성은 갤럭시 스튜디오를 싱가포르경영대학교 캠퍼스 마당에 팝업으로 열어, 자사 제품 홍보를 했다.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페스티벌 마을로 지정되었던 아르메니안 스트리트@Singapore Night Festival 2023

도시민이 안전한 밤거리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삶의 스트레스를 날리면서, 도시는 가벼워지고 젊어진다. 싱가포르는 옛날 ‘캄퐁Kampong(마을)’에 대한 향수가 짙고, 건강한 마을 커뮤니티를 현대에 다시 재생하려는 노력을 이어간다. 그래서, 도심의 주요 구심점을 페스티벌 마을(Festival Village)로 특정하여, 더욱 활발한 도시민의 교류가 이뤄지게 했다. 푸드트럭과 문화 예술 관련 소품을 판매하여, 소비가 활성화된 것은 덤이다. 매 년 도심을 밝히는 나이트 페스티벌은 개인화되고 고립되는 도시의 풍경을 바꿔보려는 또 하나의 시도가 아닐까?

차민정(싱가포르)

designforwhat@gmail.com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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