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주는 곳마다 시각적 자극이 기다리고 있다. 자극을 반복하며, 보는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교란하고, 결국은 욕망을 부추겨 지갑을 열게 하는 매력적인 이미지. 사람들은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이미지에 소비되기도 한다. 사람이 산업을 만들고, 산업에 사람이 묻히는 것처럼. 이미지는 곧 산업이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에는 산업의 요소가 배제된 이미지 제작 프로젝트 ‘지아이에프페스트GIFFEST’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 산업에 종사하는 싱가포르 국내외 창작자 50여 명이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로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움직이는 이미지, GIF로 만들어 발표하는 작업이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어린이를 위한 사회 이슈 잡지를 발행하는 아이야EYEYAH!가 기획했다.

행사부스 입구 /디자인@EYEYAH!, 사진@designforwhat 

현대 사회의 분주함과 현실 속 기회 불균등, 욕망의 좌절로 인한 우울 등을 표현한 다양한 작업물들 / 디자인@EYEYAH!, 사진@designforwhat

수많은 기준에 얽매여,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좋지 않다는 문구를 전시장 모퉁이의 거울 벽면에 새겨서, 방문객이 스스로 돌아보게 연출했다./ 디자인@EYEYAH!, 사진@designforwhat

이번 GIF 페스티벌의 주제는 ‘불완전Imperfect’이다. 디자인과 사회 이슈의 관점으로 본 의도하거나, 또는 의도하지 않은 ‘불완전함’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이미지를 통해 질문하고자 기획된 페스티벌이다. 현대인들이 완벽함에 집착하는 태도가 빚어내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독특함의 가치를 각종 그래픽과 설치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삶과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영원하지 않고, 완성되지 않았으며, 완벽하지 않은데, 이 사실을 망각하고, 비현실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과 불행이 생긴다. 강박을 벗어난 다양하고, 창조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창작자에게 불완전해도 쌓여가는 과정은 중요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실수나 사고로 만들어지는 미완의 작품은 곧 성장을 의미한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며, 움직이는 이미지 GIF는 파일 용량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이유로 각종 애니메이션 로고나 이모티콘으로 일상에서 항상 접하는 요소가 되었고, 창의적인 표현의 매개로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시각 산업의 트래픽을 채우는 수단에서, AI나 NFT와 같은 신산업에서 새로운 재화를 낳는 새로운 툴이 되었다. 

작업물을 공모에 낸 작가의 화상 인터뷰를 화면으로 볼 수 있고, 방문객의 몸을 탐지하여 스크린에 다르게 투영하는 작품도 보였다. / 디자인@EYEYAH!, 사진@designforwhat

전체 부스를 조망한 모습. 사방에 출입구가 놓인 미로 형태의 행사장 / 디자인@EYEYAH!, 사진@designforwhat

시각 자극은 긴 호흡의 생각을 방해하고, 도파민을 계속 분비해 뇌를 피곤하게 한다고 한다.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셀 수 없는 수정 파일을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때까지 만들어 내야 하는 이미지 창작자들이 이미지로 토로하는 불완전은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정작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공모하는 이미지가 ‘완전하게 불완전한가?’를 고민했을 법하지만 말이다.

차민정(싱가포르)

designforwhat@gmail.com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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