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필자의 리포트를 통해 소개한 독일의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 대부분이 제품, 가구, 건축 분야의 디자이너였다면, 이번 리포트를 통해서 소개될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의 이름은 라파엘 베르나르도 (Rafael Bernardo - 이후 라파엘). 순수 독일인으로는 가질 수 없는 이름이기에 그의 이력이 궁금하다. 라파엘은 독일인과 브라질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그렇기에 독일어 (모국어), 영어, 포루투갈, 스페인어, 불어 등의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 (부럽다)  독일의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주도: 슈트트가르트)의 명문 디자인스쿨인 HFG Schwäbisch Gmünd와 네덜란드의 Royal Academy Of Art The Hague에서 그래픽과 타이포 디자인을 공부했다. 두 학교 모두 타이포 그래픽으로 아주 유명하다. 이후 2006년부터 디자인 산업에 뛰어든 라파엘은 다수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커리어를 이어오다가 디자이너로써는 이른 시기인 2009년에 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뮌헨에 그의 이름을 딴 Rafael Bernardo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그래픽과 타이포, 프린팅 등을 이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Rafael Bernardo (이미지 출처: rafael-bernardo.com)

그가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디자인 작업물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의 눈에 처음 들어왔던 것은 2017년 iF 디자인 어워드의 Yearbook 편집디자인이다. iF의 기하학적인 로고를 더욱 실험적인 형상으로 발전시키고, 딱딱한 이미지의 (주관적인 견해) 어워드 Yearbook에 예술적인 가치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iF Year Book 2017 (이미지 출처: rafael-bernardo.com)

다양한 편집 디자인뿐 아니라, 포스터, 웹과 앱, 영상을 기반으로한 브랜딩&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엄청난 작업물을 쏟아내온 (그 와중에 모교에서 타이포그래픽 강의도 맡고 있다) 그의 작업물들은 링크에서 확인하자.  

그의 수많은 우수한 디자인 작업 중에 최근 팀 동료에게 소개받은 책 “Be Water My Friend (B.W.MF)”에 대한 소개를 해보겠다. 이 말은 오래전 유명한 무도가이자 액션 배우였던 이소룡이 전했던 것으로, 어느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무수한 형태가 되는 물의 철학적인 고찰이며, 무도가로써 그리고 인간으로써 그의 신념을 나타낸다. 라파엘은 그의 디자인적 창의성이 물과 닮아야 함을, 그로인해 무수한 형태로 발전/표현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고, 그 방법론으로 진행한 여러 사례의 포스터와 타이포그래픽 잡업을 과정과 함께 이 책에 담아냈다. 

B.W.M.F (이미지 출처: rafael-bernardo.com / slanted.de/product/be-water-my-friend)

이 책을 발간한 Slanted Publishers (www.slanted.de)는 독일 칼스루헤에 위치한 독립 출판사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명의 타이포그래피 잡지와 현대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사진, 타이포그래피 등의 디자인 잘된 간행물들을 만들어내는 독립 출판사이다. 국내에 안그래픽스가 있듯이 Slanted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책들은 모두 디자인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믿고 보는 Slanted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224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절반은 블랙/화이트로 편집된 Wings에 해당하는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11개의 개인/협력 작업물을 소개한다. 이미지+타이포그래피+일러스트레이션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포스터/그래픽 여행이다. 굳이 많은 텍스트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감격이 있다. 

B.W.M.F WINGS (이미지 출처: rafael-bernardo.com / slanted.de/product/be-water-my-friend)

또 다른 절반은 책의 겉표지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레드/화이트로 편집된 Roots 파트다. 라파엘이 뿌리라고 구분 지은 이 챕터에서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디자인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B.M.W.F 방법론인 셈이다. 물이 가진 무한한 가변성을 디자이너 스스로의 창의성을 적용시키는 하나의 툴/프로세스로 정립한 것으로,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물이 가진 가변성 안에서는 옳고 그름을 논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감성적인 아이디어와 표현의 과정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특이한 출신의 배경이 작업하는 방식과 결과에도 이어져서 그가 가진 감성은 브라질, 이성은 독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디자인된 텍스트와 일러스트의 디자인적 간결함과 완성도 모두 완벽하다.    

B.W.M.F ROOTS (이미지 출처: rafael-bernardo.com / slanted.de/product/be-water-my-friend)

디자인적인 표현력과 구성력, 감성적 표현의 이성적 방법화를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낸 라파엘의 작업 B.W.M.F를 통해 한국의 디자이너들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Slanted의 온라인샵 (LINK)를 통해서 구매가 가능하다. (해외 배송의 경우 추가 운임이 발생한다.) 

참고 사이트 / 자료 

slanted.de

rafael-bernardo.com

양성철(독일)

imaginemade@gmail.com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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