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현대 예술가 Outi Heiskanen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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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핀란드의 국립 미술관인 ‘아테네움 미술관’에서 핀란드의 대표적인 현대 예술가인 ‘오우띠 헤이스까넨(Outi Heiskanen, 1937)’의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방대한 작업을 기록한 회고전으로, 핀란드 예술계의 선구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 오우띠의 예술 세계를 기념한다.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과 규범에 반하는 진취적인 생각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해 온 그녀의 삶과 예술은 핀란드 문화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 곳곳에 많은 영향을 준 유명한 인물로 평가된다. 필자에게 핀란드 시각 예술의 대표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헤이스까넨의 판화작업이 떠오를 것이다. 그녀는 판화가로서는 처음으로 2004년 핀란드 대통령이 수여하는 명예 예술가 칭호를 부여 받았다.
오우띠 헤이스까넨(1988) © Sakari Viika
헤이스까넨은 외모에서 풍기는 강렬한 이미지와 전방위적인 활동으로 핀란드에서는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표면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그녀의 방대한 작업세계를 전시에서 소개했다. 그녀가 선구적 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50년 이라는 작가 경력 동안 전통적인 관례와 관습을 무시하고 광범위한 미디어를 수용한 작품을 소개해 왔기 때문이다. 전시에서는 판화, 그림, 사진, 설치, 영화, 행위 예술 등 300여 점의 작품과 작가 자신의 아카이브에서 나온 개인 물품 및 자료로 구성된 헤이스까넨의 다학제적이며 광범위한 작품 활동을 한 데 모아서 선보인다.
회고전은 60년대의 예술가의 행적을 추적 하면서 그녀의 작업 과정 - 혼자, 때로는 예술가 동료, 친구 또는 가족과 협업한 - 을 엿볼 수 있다. 헤이스까넨의 작업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회고전으로는 처음인 이번 전시는 핀란드의 전후 아방가르드 사조 내에서 그녀의 위치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된 예술과 공연의 형태에 대한 비판적이고, 핀란드 문화에서 그녀의 영향력 있는 역할을 탐구한다.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이 전시회는 1986년 Summer Night(여름밤)이라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천으로 제작된 거대한 텐트 형태의 기념비적인 설치물 안에는 가면을 쓴 인간의 형상의 조각이 나무 판자위에 누워있다. 잠을 자는 것 같기도 죽은 것 같기도 한 설치물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잠을 잘 수 있었던 작가를 의미한다. 그녀가 선보이는 작품은 삶의 보편적인 주제인 생명, 죽음, 탄생, 부활과 같은 것을 다룬다.
Outi Heiskanen, Summer Night(1986)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Outi Heiskanen, Dream Play Fleeting Virginity (1984).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Finnish National Gallery Jenni Nurminen
개인적인 삶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녀의 작품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여자, 아내, 연인, 엄마로서 삶의 경험들이 결합되어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과 예술의 합을 형성하고, 이러한 공유된 경험을 통해 그녀의 작업은 관객을 끌어 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헤이스까넨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때로는 그 이미지들이 너무 개인적이고 깊숙한 것이여서 나는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보여줄 수 없을 때가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평생을 괴롭혔던 자신의 트라우마 부터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만났던 많은 연인들 까지도 모두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그녀의 작품은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녀 안에 존재했던 것 처럼 ‘출산’과 같은 사적이고 친밀한 과정으로 묘사된다. 그러므로 작가가 만든 이미지들은 프레임 속에 멈춰있지 않고, 이미지에서 입체로, 퍼포먼스로, 영상으로 생동하고, 자라난다. 이런 이유로 판화를 주로 작업했던 헤이스까넨은 전통적인 판화가가 지켜야하는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작가가 정한 일정 수 만큼의 프린트를 끝내면 원형판을 폐기하는 것이 예술계의 일반적인 관습 이었지만 그녀는 원형판들을 재 구성하여 수없이 많은 판화작업을 재생산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예술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던 그녀의 작업은 1986년에 Mila-Repa II 라는 판화 작업으로 Graphic Arts Biennial in Bradford, UK에서 상을 받으면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된다. 이로인해 Helsinki Festival Artist of the Year 전시를 헬싱키의 Kunsthalle에서 개최 하면서 핀란드 예술계의 스타로 발 돋음 했다. 90년대에는 그녀의 판화 작업을 거의 모든 집의 벽에 걸려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다.
Outi Heiskanen Mila - Repa II (1985–1986).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Skop collection. ©Finnish National Gallery Pirje Mykkänen
Outi Heiskanen, Mila - Repa III (1986).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Skop collection. ©Finnish National Gallery Pirje Mykkänen
헤이스까넨의 작업에서 필수적인 부분은 다른 예술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전시에서는 핀란드의 퍼포먼스 그룹인 레코드 싱어스와 벨리니 아카데미(Record Singers and the Bellini Academy)의 활동에서 그녀의 중심적인 역할을 살펴본다. Siirrettävä Tuonela(움직일 수 있는 투오넬라)와 같은 중요한 작품에 대한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1983년 그녀와 예술가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 Meilahti Art Museum에 자리 잡은 작업은 핀란드 최초의 랜드 아트 전시회 중 하나 였다.
Record Singers and the Bellini Academy 의 퍼포먼스 사진 ©June Seo
유명한 판화가 이기도 한 그녀는 작업에서 홀로 작업하는 전통적인 판화 작업의 고독한 요소를 동료들과 협업하여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의 즐거움과 참여성을 통해 작업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녀의 판화 작업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신비를 탐구하기 위해 신화적인 잡종 생물과 반복되는 캐릭터의 모티브를 창조했다. 그녀의 대표적인 판화작업에서 인간을 동물로 표현한 이미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작가는 70년대 부터 인간과 동물의 혼합과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모든 문화와 인간, 동물이 평등 하다는 그녀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갔다. 이러한 세계관은 80년대 아시아 전역을 누비는 긴 여행을 통해서 더욱 강화되었다.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헤이스까넨의 판화가로서 기술과 장난기 많은 성격은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House of Cards(1979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임에 열정적인 그녀는 놀이와 즉흥 연주를 위해 열린 결과를 가진 카드 한 벌을 만들었다. 카드 위의 이미지들은 그녀의 개인적인 삶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생물들과 캐릭터들의 사회와 복잡한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게임의 룰은 계속 바뀔 수 있으며, 결과물은 조합과 인척관계가 바뀌게 된다. 아티스트는 카드에 대해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바와 같이 서로 다른 가족, 그리고 실패하거나 파탄난 결혼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나가면, 결국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House of Cards(1979 ) ©June Seo
헤이스까넨은 항상 자신의 비전을 따르기로 결심 했고, 언제나 그녀가 원하던 것을 추구한다. 그녀의 멘토인 그래픽 아티스트 뻰띠 까스끼뿌로(Pentti Kaskipuro) 'Master K'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우띠는 어떤 맥락이든 반죽을 부풀게 하는 효모와 같다. 그녀의 예술적 표현은 비난의 여지가 없다. 그녀는 전통에 의존하지만, 완전히 독창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첫 자화상 Outi Heiskanen, Hat (1974)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Art Museum
본 전시는 헤이스카넨 예술을 연구한 전문가이자 그녀의 오랜 친구인 뚤라 까르야라이넨 박사(Tuula Karjalainen PhD)와 아테네움의 수석 큐레이터인 소인뚜 프릿제(Sointu Fritze)가 주관한다. 전시회의 개막은 까르야라이넨 박사가 쓴 새로운 전기 Outi Heiskanen – 예술가와 샤먼의 출판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전시는 2021.10.08 - 2022.01.09 까지 문을 연다.
https://ateneum.fi/en/
서정애(핀란드)
juneseo1016@gmail.com
Aalto University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현)AAA Design collective 디자인그룹 아에오 공동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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