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간 런던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발(London Design Festival)’ 기간을 맞아 다양한 전시, 행사, 강연으로 분주했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발은 9월 15일부터 30일까지 열렸는데,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영국에서 요즘 토니 블레어보다 더 인기가 많은 부총리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이 참석하여, 디자인이 영국산업과 문화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140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렸지만 이중에서 런던 디자인 페스티발의 꽃이라고 하면, 단연 디자이너스 블록(Designers’ Block)과 100% Design 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중심행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연자들을 초청하고 참가비 또한 몹시 비쌌던 ‘월드 크리에이티브 포럼(World Creative Forum)’은 올해에는 개최되지 않았다.) 디자이너스 블록과 100% 디자인 전은,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회사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미래의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의가 같지만, 전시장 분위기라든지 기획방식에 있어서 서로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100% 디자인전은 (규모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지만)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영국버전으로,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업체들의 전시와 바이어와의 거래가 주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무역전시회 분위기를 띈 반면, 디자이너스 블록은 디자이너/디자인 회사들의 창의성과 가능성이 초점을 맞추어 좀더 실험적이고 개성있는 전시를 보여주었다.

로리 도드(Rory Dodd)와 함께 디자이너스 블록이라는 아이디어를 착안하고 매년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피어스 로버츠(Piers Roberts)는 자신들이 이 행사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 ‘클라이언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그대로 들어주는 하인/하청업자와 같은 클라이언트 디자이너의 갑을관계를 180% 바꾸어,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장소를 제공하고, 이 전시장에 온 미래의 클라이언트들이 이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커미션을 주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디자이너들이 주체가 된 디자인 프로젝트와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가져오는 역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유한 동네는 아니지만 디자이너, 음악가, 예술가들의 중심활동지인 런던 동쪽의 브릭 레인근처의 다 쓰러져가는 건물 3동을 전시회장으로 개조한 디자이너스 블록에는, 이미 유명하고 많이 알려져 있는 디자이너들부터 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 등 다양하게 참여하였는데, 이곳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부스를 세 군데나 발견하여 마치 내가 전시라고 하는 마냥 자랑스러웠다.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린 디자이너스 블록 전시회 전경과 전시된 디자인작품들을 사진으로나마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디자이너스 블록 안내 포스터와 전시장 풍경


한국 디자이너 박진우씨의 전시부스. 위쪽부터 고리(hook)을 모티브로 활용한 ‘고리고리 조명’, 전구에 연결된 전선을 설치하는 방식에 따라 모양이 그때그때 바뀌는 ‘스파게티 샹들리에’, 5분 초, 그리고 화장지 걸이와 메모지 걸이. ‘생각하는 사람(Thinker)’과 ‘냄새나는 사람(Stinker)’,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와 같이 어울리는 단어나 문장이 적혀있다.


계원조형예술대학 팀의 전시부스, 두 번째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익은 때수건(^^)들이 다양한 용도로 화려하게 걸려있어 관심을 끌었다. 때수건 티셔츠, 가방, 넥타이, 수납함, 청으로 만든 의자, 레고 조각을 이용한 열쇠,핸드폰 고리, 티셔츠로 만든 가방, 시계를 분리해서 그 안에 그래픽 작업을 한 시계, 지퍼들을 연결해서 만든 필통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특히 전시부스 재료로 건설재료로 많이 쓰이는 회색 파이프를 한국에서 가져와서 이곳에서 다시 조립했다고 하니 그 또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 관련 웹사이트
www.londondesignfestival.com

www.designersblock.or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