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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의 아이덴티티와 공공 디자인 : Bristol Legible City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가 확정이 되고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올림픽 전용 경기장들이 세워지고 따라서 주변 환경이 개발될 런던 동쪽의 해크니(Hackney) 지역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영국에서 가장 살기 안 좋은 동네 2위라는 불명예를 얻은 해크니 지역은, 런던에서도 범죄율이 가장 높고 빈민층도 많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지역개발 문제가 자주 대두되어 왔으나 딱히 내세울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었는데, 올림픽 유치로 인해 앞으로 런던의 대중교통 시스템과 해크니를 비롯한 주변지역 개발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이렇게 올림픽이나 대규모 국제전시 같은 큰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은
많은 나라와 도시들에 의해 채택되어 왔으며, 공공분야 디자인(public design)은 런던을 비롯한 국제 도시들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들은 도시의 아이덴티티와 공공디자인 분야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 이래로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활발한 주택/오피스 부지 개발과, 문화 산업 개발, 항구와 같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혜택을 좀더 활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개발정책을 추진해온 영국 남쪽의 해안도시 브리스톨(Bristol)은 이런 노력 덕분에 점점 활발한 도시가 되었으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브리스톨시가 악명 높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혼동을 야기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공공 정보 시스템 문제였다. 허술한 사인시스템과 잘못된 공공인포메이션과 거리 지도, 서로 일치하지 않은 길 표지판 등으로, 브리스톨을 처음 찾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시민들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길을 찾아 다니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동시간이 원래보다 두 세배 걸렸다고 한다. 2차대전때 폭격을 맞아 기존의 건물들이 대부분 파괴되어 전후에 성급하게 개발된 마구잡이 도로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 되었다.

* 사진설명: 한곳에 너무 많은 방향표시로 혼란스러운 기존의 도로표지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도시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높이고자 추진되어진 것이 바로 ‘브리스톨 해독 가능한 도시(BLC : Bristol Legible City)’ 프로젝트이다. 브리스톨 시는 도시의 아이덴티티, 인포메이션, 그리고 교통 프로젝트 등을 포함하는 BLC프로젝트를 디자이너, 아티스트, 도시계획가, 지질학자 들과 함께 진행하였으며, 중심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 어떻게 하면 도시가 좀더 이해하기 쉽고 도시생활이 즐거워질 수 있을까? (How can cities be made more understandable and enjoyable?)
- 어떻게 하면 도시가 간결하면서 해석이 되는 정보들을 이용자들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How can cities communicate more effectively with their users, providing simple yet comprehensive information?)
- 모든 이들에게 최대한의 도시경험을 주기 위해 교통시스템은 어떻게 향상될 수 있을까? (How can transport be improved, whilst maximizing the experience of cities for all?)
- 도시의 주요 구조, 기관, 명소 들을 연결해주는 partnership의 역할은 무엇이고, 파트너들은 어떻게 조직이 되며 운영이 될 수 있을까? (What is the role of partnership in connecting city structures, organisations and attractions-and how are partners found, enrolled and managed?)
- 21세기 도시에서 디자인과 브랜딩, 그리고 공공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What is the role of design, branding and public art in the 21st century city?)
-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통해 과연 거주자들과 방문자 모두가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고, 현대적인 도시를 좀더 즐길 수 있을까? (Can new approaches to art and design help residents and visitors understand the history of the city more and help them enjoy the contemporary city better?)
- 디지털 경제에서 ‘공간’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What does “place” mean in the digital economy?)

BLC 팀에는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여 기존의 사인시스템의 문제점들을 파악하였다. 동시에 타도시들을 방문하여 사례조사도 같이 한 후, BLC 프로젝트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디자인 브리프로 삼았다.

- 도시는 돌아다니기 편해야 한다.
- 사인시스템과 지도는 브리스톨 시의 아이덴티티에 적당한 것이어야 한다.
- 제공된 정보는 혼동스럽지 않고 이해가 쉬운 명료한 것이어야 한다.
- 웹사이트건 거리사인이건, 누가 어디서 어떠한 매체를 사용하든지 간에 동일한 정보를 일관성 있게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1. 디자인 아이덴티티

BLC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로고를 쓰지 않은 점이다. 가뜩이나 많은 정보들을 정해진 공간에서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로고까지 쓰이면 오히려 더 정신이 없을 거라는 의견을 통해, 일관된 색상이나 서체 등을 적용하여 통일성을 갖춘 브리스톨의 아이덴티티를 만들도록 하였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사인시스템, 지도, 주차장, 아트 프로젝트, 웹사이트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되었다.
브리스톨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해 서체, 아이콘들이 새로 디자인되었으며, 색상 팔레트가 선정이 되었다. ‘Bristol Transit’ 서체는 가독성이 가장 우선시 되어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도록 하였다. 독일 베를린의 인포메이션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이 서체는, 사용성 테스트를 한 결과 건물 밖 실외에서도 잘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 테두리로 둘러싸인 알파벳들은 먼 곳에서도 알아보기 쉽게 하며, 소문자를 사용함으로써 단어를 빠른 시간에 인식할 수 있다.

* 그림설명: Bristol Transit 서체

메인 색상으로는 바닷가 항구도시인 브리스톨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여 파란색이 선정이 되었지만, 병원을 표시하는 데는 빨간색을, 주차장을 표시하는 데는 하늘색을 사용하는 등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색상팔레트도 적용하여, 국제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아이콘들과 심볼들을 디자인하였다.

* 그림설명: 색상 팔레트와 심볼들의 예

2. 사인 시스템
브리스톨 시내 중심가의 사인 시스템은 너무 많은 표지판들과 서로 일치되지 않는 방향표시로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었었다. 새 사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첫 번째 단계로, 2003년 말까지 기존의 반복되거나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200여 개의 표지판들이 철거되고, 각기 따로따로 설치된 표지판들을 통합한 150개의 새로운 사인포스트들과 30개의 지도가 시내중심가 거리에 설치되었다.

* 사진설명: 불필요한 표지판들을 통합시켜 환경미화를 시킨 사례의 전과 후

동선을 표시하는 정보시스템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눈에 띄는 주요 건물, 즉 랜드마크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 주목하여, 브리스톨 시가의 150개의 건물들을 랜드마크로 선택하였다. 시내의 주요 출발지와 종착지들-브리스톨 기차역, 항구주변, 쇼핑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도와 사인시스템이 선정되었다. 또한 사람들이 한번에 여섯 개의 방향 이상을 구별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한번에 최대 여섯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들이 디자인되었다. 이들은 이동구간 내의 전략적 포인트에 설치되어, 길을 찾던 사람들이 적당한 타이밍에 정확한 방향결정을 할 수 있게끔 하였다.

또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노출시켜 혼란을 주던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동선이 비슷한 곳은 이동기간 중 필요할 때까지 한 건물로 대체하였다. 예를 들어 중앙기차역에서 부두근처에 있는 아트 센터를 가려면 역에서 항구로 가는 사인을 따라가게끔 하고 부두에 가까워 올 때쯤 해서 아트센터 표시가 나타나게끔 하였다. 모든 랜드마크들이 다 표시되려면 버스 역에서 100개 이상의 방향표지판이 있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사진설명: 사인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 중 아이디어와 스케치





* 사진설명: 새로 디자인된 방향 표시판과 광고판, 버스정류장 등이 통합된 공공시설물들, 버스노선 안내도의 예

시각장애자들을 위한 말하는 사인시스템과 브리스톨 외곽에서 시내방향을 표시하는 도로표지판도 새로 디자인되었다. BLC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2차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2001년에 두 개의 국내 컨퍼런스를 브리스톨에 개최하기도 하였다. 2단계 때에는 1단계에 적용되었던 디자인 안들을, 중심가 이외의 주변지역과 시 외각지역에도 확장시켰다.

3. 지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도시전체지도 안에 원을 그려 넣고 현재위치(you are here)로 표시하는 보행자용 지도안내표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도 내에서 자신의 위치뿐 아니라 목적지의 방향과 위치를 먼저 알아야 길을 찾을 수 있게끔 되어있다. BLC 프로젝트에서는 지도는 일반적인 북쪽을 위로 하던 것에 비해, 보는 쪽에서 위쪽이 보는 사람의 앞쪽을 의미하도록 하여, 각각의 지도들이 각각의 위치에 맞게 제작되었다. 쇼핑객부터 직장 인터뷰하러 온 사람, 화장실을 급히 가고 싶어하는 아이의 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과 여행을 고려한 시나리오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가상의 시나리오들은 각 상황에서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들이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디자인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사진설명: 브리스톨 시내 지도와 3D랜드마크 이미지, 동선 표시의 예들

4. 그 외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 예

* 사진설명: (왼쪽)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살았거나 이벤트들이 일어났던 곳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부착된 기념패. 브리스톨 시의 메인 색상으로 선정된 하늘색을 사용하였다. (오른쪽) 브리스톨 관련 정보와 지도, 도착지까지 가는 방법안내, 이메일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 키오스크

* 사진설명: 공공예술 설치물의 역할을 하면서 길 방향이나 위치를 알려주는 정보도 제공하는 바닥의 긴 문장들.

BLC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브리스톨 시 공무원들은 창의적인 사고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도시의 이동성, 정보 시스템, 가독성 등 공공 디자인에 관해 좀더 깊게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독자적인 사인시스템과 지도 디자인 등으로 브리스톨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도움을 주어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는 Bristol Legible City프로젝트는, 2002년 Royal Town Planning Institute로부터 혁신적으로 도시계획을 바꾼 업적을 인정 받아 혁신(innovation)상을 받기도 했다.

관련 웹사이트
http://www.bristol-city.gov.uk/aboutbris/Bristol_legible_city.html
http://www.design-council.org.uk/webdav/harmonise?Page/@id=6048&Session/@id=D_5Q0SMqoqEwvDK8AYsANx&Document/@id=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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