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영국인의 동양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바꾼-알란 여(Alan Yau)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영국인들의 동양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바꾼 사람-알란 여(Alan Yau)


외식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자신이 아닌 타인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배고픔을 해결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도 있지만, 친구, 가족, 동료, 연인끼리 만나서 공연이나 전시회가 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으면서 회포(?)를 풀고 사회관계를 다지게 된다.

레스토랑을 찾을 때는 보통 ‘맛’ 과 ‘분위기’ 이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가게 되면 분위기는 좋으나 음식 맛이 별로인 음식점보다는 골목 구석의 허름한 그러나 정말 맛있는 밥집이 좋지만, 학생신분으로 물가 비싼 영국에서 있다 보니 고급스럽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음식점에 어쩌다가 가게 되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영국에서 중국, 태국, 인도음식 등의 동양음식은 비교적 싼값에 양 많은 음식을 맛나게 먹을 수 있지만 서비스와 분위기는 기대하면 안 되는, 싼값에 한끼 해결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생긴 Mr. Chow같은 고급 중국음식점, 일본음식점 등이 있지만 저렴하면서 인테리어에 신경 쓴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특히 90년대 초반만해도 이런 곳은 전무했는데, 최근 십여 년 동안 스타일과 디자인을 고려한 성공적인 동양음식점들을 열어 영국인들의 아시아음식에 대한 편견을 바꾼 사람이 있다. 홍콩에서 어렸을 때 이민 와 중국집 배달부터 시작했다는 자수성가한 요식업계 핵심인물 알란 여(Alan Yau)가 그 장본인이다.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에서 동양식 패스트푸드 아이디어를 착안한 그는 저렴하면서 활기찬 분위기의 일본 국수집 와가마마(Wagamama), 역시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의 태국음식점 부사바 에타이(Busaba Eathai), 세련되었으며 약간 섹시한 분위기도 나는 고급 중국음식점 하카산(Hakkasan), 현대적이며 멋진 까페나 바 분위기에 딤섬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중국찻집 얏차(Yauatcha) 등을 열어 동양음식과 문화에 생소한 영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레스토랑 로고 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식사공간 등의 인테리어, 테이블 의자 등의 가구, 주방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의해 현실화 되었다.




1. 저렴한 일본 우동집 : 와가마마(Wagamama)

한때 맥도날드와 KFC에서 일하면서 메뉴를 시스템, 스탠다드화 하여 아웃소싱이 가능한 패스트푸드의 운영방식을 이해하게 된 알란 여는 중국음식을 패스트푸드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였다. 조리방법이나 절차가 복잡한 요리류가 아닌 비교적 간단한 면류, 밥 종류를 중심으로 비교적 단순한 메뉴와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향료를 사용한 일본식 우동과 덮밥등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국인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와가마마 브랜드와 인테리어 디자인이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healthy lifestyle)을 주제로 한 와가마마의 컨셉이나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지하실에 레스토랑을 만든 것, 부엌이 훤히 들여다보여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오픈 키친, 손님마다 각각의 테이블이 주어지지 않고 학교 식당처럼 긴 테이블과 의자에 앉도록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앉도록 되어있는 식사공간 배치 등은 이들에게 당시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문화와 동양음식에 대한 신비감도 한몫 하여, 1992년 첫 와가마마가 개업했을 당시 사람들이 밖에서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체인이 늘어나고 성공을 거듭한 그는 97년 와가마마 체인점을 6천만 파운드(약 1200억원)에 팔아 요식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새 운영진의 전략으로 런던뿐 아니라 지방 도시 곳곳에 새 와가마마 체인점이 문을 열고 있는데, 영국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돼서인지 약간 싱겁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맛과 질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초창기 와가마마의 팬이었던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알란 여에게 ‘당신은 사회현상과 신앙, 그리고 앞으로 당신이 무엇을 하든지 따라갈 종족을 만들어냈다.’며 신개념의 레스토랑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극찬했다고 한다. 와가마마의 넒게 개방된 공간은 모르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식사하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끌어낸다.










* 사진설명 : 와가마마의 로고, 그래픽의 예, 각 체인점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컨셉은 같은 와가마마의 내, 외부 모습, 비행기 이착륙을 볼 수 있는 공항내 와가마마 체인점 등





2.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태국 음식점 : 부사바 에타이(Busaba Eathai)

동료와 함께 한 태국 휴가에서 자신의 테이블을 서빙하던 ‘부사바(태국의 국화 이름)’라는 이름의 어여쁜 태국 웨이트리스에게 반했었다(?)는 알란 여는 후에 같이 간 친구와 동업하여 ‘부사바 에타이(Busaba Eathai)’라는 이름의 태국음식점을 소호지역에 열게 된다. 와가마마와 비슷한 컨셉으로 태국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패스트푸드화하여 제공하면서,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비싼 고급 레스토랑 느낌을 준다. 현재 소호와 토튼햄코트 지역에 두 군에 분점이 있는데, 향이 강한 재료를 줄여 외국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태국음식을 선보인다. 전체적으로 열린 공간이나 공동 테이블의 컨셉은 와가마마와 같지만, 마주보며 앉는 기다란 직각테이블 대신 정사각형 탁자로 좌석이 배치되어 빙 둘러앉을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밝고 활기찬 와가마마의 분위기대신 자연광을 많이 배제시키고 목재를 많이 사용하여 태국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화장실 사인 또한 대부분 음식점에서 화장실을 표시하는 신사용(Gentlemen), 숙녀용(Ladies)이라는 단어대신, 남녀의 서서 그리고 앉아서 볼일 보는 모습을 픽토그램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로 쓰이는 몰튼 브라운 사의 젤 비누와 두터운 손 닦는 종이타월, 남녀화장실로 길게 연결되어있는 세면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물 등 저렴한 식당답지 않은 세심한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보인다.






*사진설명 : 부사바 에타이의 내, 외부모습. 외부에 부착된 로고는 처음에 알아보기 힘들지만 영어로 Busaba Eathai라고 적혀있다.




3. 영국 유일의 미셰린 스타를 받은 중국집 : 하카산(Hakkasan)

영국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미셰린 스타(Michelin Star : 프랑스 미셰린 사에서 발행하는 권위있는 음식점 평가지 미셰린 가이드에서 최고의 음식점에게 주는 별. 최고 3개를 받을 수 있는데 하나 받기도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를 받은 중국식당이기도 한 하카산은, 부사바 에타이에 이은 알란 여의 다음작품으로 2001년에 오픈하였다.

그 동안 고급 일본음식점은 있지만 현대식 고급 중국레스토랑이 런던에 없다는 점에 파악하여, 대부분의 서양에 있는 고급 아시아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이미지와 달리, 호화스럽고, 감각적이며, 미스테리한 중국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디자인 컨셉을 가진 중국음식점을 열었다. 이전까지의 프로젝트는 공간과 사람들의 인터랙션과 스타일이 중심 요소가 되었는데, 하카산은 비싼 고급음식점 인만큼 사람들의 중국음심점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넘어서서 놀래켜주고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부사바 에타이, 하카산, 그리고 이후의 얏차에 이르기까지, 모두 요즘 주목 받는 프랑스 디자이너 Christian Liagre가 맡아서 해서 그런지 서로 다르면서도 어딘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하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로 공간 계획(space planning), 둘째로 공간의 감성적인 건축(the emotional architecture of the space)을 꼽았다.

중국고대문서에서 따온 용의 모습를 변형시킨 원 안의 이미지, 마치 중국의 절 입구에 들어서는 느낌을 주는 입구를 반기는 꽃들. 지하에 위치한 하카산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손잡이에는 새겨진 중국관련 캐릭터, 리셉션이자 외투를 보관해주는 곳에 설치된 거대한 목재옷쟝이나, 라운지의 대리적 테이블, 만리장성에서 아이디어를 따 왔다는 한쪽 벽을 그대로 잇는 긴 바 등 중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여기저기 보이지만, 전형적인 중국음식점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금색과 빨간 벽지 등은 찾을 수 없다.











* 사진설명 : 하카산의 로고모습과 입구, 메인 식사공간, 바의 모습





4. 딤섬도 먹고 차도 마시는 스타일 있는 중국찻집: 얏차(Yauatcha).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의 빌딩 일 층과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찻집 얏차(발음 확실치 않음)는 심혈을 기울인 디자인으로 개업하는데 2년 반, 디자인 비용만 4백5십만 파운드(90억)이나 들었다고 한다. 차 한잔보다는 술 한잔 하는 게 일반화된 영국인 만큼 멋진 바나 펍들은 많지만 간단하게 담소를 나눌 찻집은 부재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야심차게 계획되었다.

1층은 150여 종류의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으로, 지하는 딤섬 레스토랑으로 쓰이며, 파란색과 핑크색을 포인트 칼라로 하였다. 동양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은 수평식 선반들에 다양한 찻주전자들과 차와 관련된 것들이 파란 유리벽에 대조되어 전시되어있다. 5미터의 긴 선반 너머로 프랑스 빵 디자이너(?) Stephane Sucheta 가 개발한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까운 작은 케이크들을 진열하였다. 대형수족관과 반투명의 창문은 밖에서 음식점 내부를 살짝 들여다 보거나, 테이블에 앉아서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도 볼 수 있게 한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가구들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분위기에 잘 녹아나는데, 그 디테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죽소파에 새겨진 벚꽃 이미지나 테이블 위 가장자리를 밝히는 작은 분홍색 유리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을 알 수 있다. 딤섬들 또한 예쁜 대나무 바구니에 담겨서 테이블로 배달된다. 영국에서도 크게 히트를 친 중국영화 ‘Crouching Tiger, Hiddden Dragon’의 의상담당을 맡았던 대만 디자이너 Tim Yip 이 유니폼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찻값은 우리나라의 웬만한 커피숍보다 저렴한 편이니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없지 않을 수 없어 보통 2주정도 예약이 차있다고 한다.










*사진설명 : 얏차의 내부 인테리어, 패키지 디자인, 예뻐서 먹기가 아까운 케이크와 조화가 잘 된 찻잔들




5. 식사하면서 온천하고 야경도 구경하는 엔터테인먼트 일식 레스토랑: 준비중

디자인 위크의 6월 23일자에 셀프리지(Selfridges) 백화점 버밍험 지점 등 미래지형적인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알려진 Future Systems사가 알란 여의 배터시 전력소(Battersea Power Station)에 들어설 호화 일식집을 디자인 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예전에 전력발전소로 쓰였다가 방치되어온 배터시 전력소는 몇 년 전 홍콩의 한 사업가가 인수하면서 대규모의 쇼핑몰과 레저장소로 변신 중에 있다.

론 아라드(Ron Arad)가 미래지향적인 호텔을 디자인하고 있기도 하는 이 곳에 들어설 알란 여의 음식점은, 단순히 인테리어가 멋있는 일반식당개념이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신개념의 공간이라고 한다. 꼭대기 층에는 템즈강을 비롯한 런던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일본식 온천을 만들어, 스파도 즐기면서, 밥도 먹고, 야경도 즐길 수 있다. 또한 각 방에 따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장비가 부착된 50여개가 넘는 별실을 손님들이 시간단위로 빌려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현재 조명, 그래픽, 인테리어 등 각각의 분야에 전문적인 디자인 회사들이 맡아서 아이디어를 전개하고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한국음식점도 생겼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영국인의 동양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바꾼-알란 여(Alan Yau)"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