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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박물관과 코스모폴리타니즘

 

넷스케이프Nestscape / 이미지저작권© Art Stage Singapore 2016, 작품저작권© Ploenchan Mook Vintaratn, Serindia Gallery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라는 말을 들으면, 세련된 사람들이 커피와 스마트폰을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뉴욕이나 런던 번화가를 떠올리지 않는가? 빠르게 세계화되어가고 있는 동아시아의 문화 거점인 싱가포르, 여섯 번째로 열린 아트스테이지Art Stage 2016에서는 렘쿨하스를 비롯한 다양한 연사들을 동반한 동남아시아포럼the SEA Forum at Art Stage Singapore 2016을 열어,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이 어떤 새로운 지정학적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 토론을 가졌다.

 

 

아트스테이지의 방문객들 / 이미지저작권© Art Stage Singapore 2016

 

 

"동아시아의 예술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비 수익적-공익적인 측면을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을까?", "박물관이 세계시민을 육성하는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 현장에서 세계시민이라는 말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등의 흥미로운 질문들과 그에 대한 생각이 일주일 동안 잇따랐는데, 그 중 인상 깊었던 발언들을 공유한다.

 

 

"박물관은 세계시민을 육성하는가?Do Museums Make Global Citizens?"

이 토론에는 파리의 명소로 알려진 팔레드도쿄Palais de Tokyo(http://www.palaisdetokyo.com)의 대외협력이사 장바티스트 드 뷔베Jean-Baptiste de Beauvais, 웨슬리대학 사회학부 학장이자 하버드대학 트랜스내셔널 연구 이니셔티브(http://seminars.wcfia.harvard.edu/tsi/home)의 공동대표 페기 르빗Peggy Levitt과 사람들의 정체성과 시스템 안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사회의 모습에 대한 작업을 주로 하는 예술가 틴틴 우리아Tintin Wulia(http://tintinwulia.com)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사회자로는 싱가포르 경영대학(http://www.smu.edu.sg)의 부교수 궉키안조Kwok Kian Chow가 초청되었다.

 

페기 르빗Peggy Levitt: 우선, "세계시민"이라는 말이 예술-문화계에서 어떻게 정의될 것인가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한 도시만 방문해도 다양한 민족의 향연Global-Panorama을 목격하게 되지요. 제가 생각하는 세계시민은 비록 다른 민족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이 속한 지정학적 공간과 그곳 너머의 문제에 공동의 문제의식과 책임을 지닌 사회구성원입니다. 그들이 혹여나 소수 민족에 속해 있을지라도,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박물관"이라는 개념이 옛 식민주의적 개념에서 비롯되었지만, 공동의 문제의식을 느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한 곳으로 변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틴틴 우리아Tintin Wulia: "세계시민"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박물관 안이든 바깥 현장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옳은 질문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박물관을 포함한 전시관은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함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더 나아가서 대중들에 대한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바티스트 드 뷔베Jean-Baptiste de Beauvais: 팔레드도쿄에서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협업하는 큐레이터로서, 저는 굳이 그렇게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전시를 기획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단지 좋은 작품을 생산해 낼 수 사람을 선택하고, 그들이 작품 제작 과정 중에 정치나 사회적 제약을 포함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할 뿐이에요. 전시 관람객들을 위해서는 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참고로 팔레드도쿄는 낮부터 자정까지 개관하고 있고 나이 어린 사람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하고 있어요. 예술-문화 체험이 일반 비즈니스들과 같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동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박물관, 전시관의 본질적인 역할은 사람들에게 힘을 부여하는 것Empowering, 그리고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궉키안조Kwok Kian Chow: 세계시민으로서의 문제의식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다른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작은 그림"들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이라고 이해되네요.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중심이 되어, 내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왼쪽 위) 장바티스트 드 뷔베Jean-Baptiste de Beauvais / 이미지저작권©Saywho Gallery

(오른쪽 위) 페기 르빗Peggy Levitt / 이미지저작권© Peggy Levitt

(왼쪽 아래) 틴틴 우리아Tintin Wulia의 "당신만의 여권을 만들어보세요"Make Your Own Passport 2014년 작업 / 이미지저작권©Jessica Lukas

(오른쪽 아래) 궉키안조Kwok Kian Chow / 이미지저작권© Kwok Kian Chow

 

 

"예술가와 코스모폴리타니즘Artists and Cosmopolitanism"

이 토론에는 베트남 난민으로서의 경험을 가진 예술가 티파니 정Tiffany Chung, 멜버른 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대중문화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니코 파파스터지아디Nikos Papastergiadis, 자신의 조상 토착지명이 적힌 티셔츠를 항상 입고 다닌다는 예술가 나빈 라와자이굴Navin Rawanchaikul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사회자로는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미술-건축사학과의 교수 필립 울스프렁Philip Ursprung가 초청되었다.

 

니코 파파스터지아디Nikos Papastergiadis: 저는 여러 가지 세계화의 문제가 만연한 시점에서 예술이 정치에도 개입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말이 칸트의 정치 이론에서 시작되었잖아요.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말에 들어있는 "소속감"의 의미와 "코스모스Cosmos"라는 단어가 "나의 소속지를 떠나 다른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면, "코스메틱Cosmetics", 즉,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정립됩니다.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 한 도시에 모여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존재할 수 있는 그것이 곧, 아름다움이지요.

 

나빈 라와자이굴Navin Rawanchaikul: 2008년 파키스탄을 여행하다가 펀자브 언어로 "거즈란왈라가 여기 있네GUJRANWALA Here you are!"라고 적힌 티셔츠를 갖게 되었습니다. 거즈란왈라는 인도 펀자브에 있는 작은 마을 이름이에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던 1947년 제 어머니가 그곳을 떠나 태국으로 이주했지요. 2013년 두바이를 여행하는데, 무심결에 입고 있던 그 티셔츠 보고, 한 쇼핑몰에서 경비를 보고 있던 젊은 여성이 거즈란왈라가 자신의 고향이라며 반갑게 맞아줬어요. 그때부터 이 티셔츠를 입고 다닐 때마다, 그 작은 마을이 고향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예술과 문화가 이렇듯이 단순한 방법으로 흩어져있는 민족들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다시 연대할 수 있게 돕는 것이지요.

 

티파니 정Tiffany Chung: 어렸을 때 비행기 조종사로 베트남 안의 대립지역을 넘나들었던 아버지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박해로 인해, 난민이 되어 낯선 곳으로 이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1948년 팔레스타인 난민을 시작으로 지금도 유럽에 몰리고 있는 난민들까지, 난민 문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 활동이 그런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의 자본주의와 더불어, 난민들은 코스모폴리탄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민자들과 난민은 다르다고 여기고, 하물며 난민 중에도 '쓸모가 있는 난민'과 '쓸모가 없는 난민'으로 차별이 생기지요. 영어를 못하는 난민들이 대부분인데, 처음 마주하는 설명서들이 영어로만 쓰여있는 상황도 많고요. 그래서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해서 그런 영문 자료들을 시각자료로 바꾸는 작업을 한 적도 있어요. 난민들이 낯선 곳에서 환영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지요.

 

필립 울스프렁Philip Ursprung: 코스모폴리타니즘이 난민들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습니다. 이민자들이나 난민들이나 낯선 곳에 정착한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예술과 문화로서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순탄하게 적응하고 있으며, 이곳이 나를 위한 곳이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 위) 니코 파파스터지아디Nikos Papastergiadis / 이미지저작권© Nikos Papastergiadis

(오른쪽 위) 나빈 라와자이굴Navin Rawanchaikul / 이미지저작권©Navin Rawanchaiku

(왼쪽 아래) 티파니 정Tiffany Chung / 이미지저작권©Tiffany Chung

(오른쪽 아래) 필립 울스프렁Philip Ursprung / 이미지저작권© Philip Ursprung

 

 

이번 동남아시아포럼은 세계 전반적인 이슈이자, 한국도 피해가기 어려운 문제, "난민"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더불어, 각기 다른 방문객과 전시 주체와 메시지와 각종 현실적인 문제들을 동시에 다루는 동시에, "세계시민"이라는 거대 논제와 "코스모폴리타니즘"이라는 사회적 의미까지 고려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로서의 큐레이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게 하였다. 아트스테이지 전반적인 행사에는 4만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동남아시아의 여러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출품된 작품들:

(위) 바다 없는 세상World Without Sea / 이미지저작권© Art Stage Singapore 2016, 작품저작권© Yudi Sulistyo, ARNDT

(중간) 물의 형상Water Dripping - Splashing / 이미지저작권© Art Stage Singapore 2016, 작품저작권© Zheng Lu, Sundaram Tagore Gallery

(아래) 날 기구 위의 외계 남자, 날 기구 위의 외계 여자, 그리고 외계 어린이Alien Man on Flying Machine, Alien Woman on Flying Machine, Alien Child / 이미지저작권© Art Stage Singapore 2016, 작품저작권© Yinka Shonibare MBE, Pearl Lam Galleries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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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apore Design #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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