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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인터뷰] 라미네이트와 공예의 만남, The Marriage의 미윤

 

The Marriage 시리즈 II, K+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미윤Noreen Loh Hui Miun은 전직 플로리스트이다. 소변기, 양변기, 아동 변기, 침 뱉는 통과 같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되는 물체에 꽃을 장식한 작품들(http://miun.sg/main/?page_id=51)이 벨기에의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본인의 흥미에 따라 해오던 일러스트와 포토그래피로 라이카Leica(http://www.7digitaloriginals.com/handcrafter/5-collage-box.html), 유니클로, 디프레션Depression(http://www.nookmag.com/depression-ss2013-blackout/)과 같은 유수의 브랜드와의 협업 기회를 이어온 행보도 특이한데, 이번에는 인테리어 바닥자재로 주로 쓰이는 라미네이트로 꽃 오브제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디프레션의 SS2013 룩북 표지에 사용된 미윤의 사진, 에멀젼 리프트Emulsion Lift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참고로 디프레션은 전위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패션전문업체다.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유니클로 싱가포르의 2015 한정판 티셔츠와 라이카 협업 작품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그림 그리기와 사진찍기, 그리고 꽃을 좋아하는 미윤입니다. 한국 버라이어티쇼도 '완전' 좋아해요!

 

 

"라미네이트로 오브제를 만든 이번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번 K+의 전시 프로젝트는 사실 The Marriage의 두 번째 시리즈예요. 첫 번째는 작년도 싱가포르디자인위크 때, 디자인 페스티발 싱가푸루라SingaPlural(https://www.youtube.com/watch?v=j3hWcHYOsPc)를 통해 선보였어요. 페스티발의 테마가 '프로세스Process'였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라미네이트 회사 라미텍Lamitak(http://www.lamitak.com)의 소재들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젝트(https://www.youtube.com/watch?v=Ngzu84pKl4M)를 해보도록 초대되었죠. 처음에는 라미네이트로 핀홀 카메라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생각해보니, 처음 창작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 준 '꽃'이라는 주제를 다시 탐구해보고 싶더라고요. 라미텍의 디자이너가 라미네이트를 개발할 때 이국적인 여행지의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는다니, 제가 생각한 주제와 브랜드 사이의 연관성도 높았고요.

 

 

The Marriage 시리즈 I, SingaPlural 2015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만드신 오브제들이 유기적인 모습이면서도, 일련의 규칙성이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각 작품이 모두 다른 형태를 따르고 있다는 인상인데, 그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플로리스트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The Marriage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식물들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구조와 형태를 초심자의 마음으로 조사하고 공부했어요. 제 작품을 그냥 보시면, 꽃에 다리가 달려있네 하시겠지만, 그런 형태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를 응용해서 만든 것이에요. 꽃과 꽃이 서로 붙어있는 샴쌍둥이 모양도 실제로 자연 현상에서 일어나는 변이를 나타낸 것이고요. 꽃에서 꽃이 다시 피어나는 형태는 특정 나무에 기생해서 사는 식물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둥근 곤봉 모양의 형태는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난 뒤의 꽃대를 관찰해서 만들었어요. 건조된 나무줄기를 실제로 이용한 작품도 여러 개입니다. 시리즈 I에서는 기본 구조에 집중을 했지만, 이번 시리즈 II에서는 컨셉 자체를 '하이브리드Hybrid, 매지컬Magical, 에일리언Alien'으로 잡고, 구조와 패턴을 자유롭게 응용했어요.

 

 

The Marriage 시리즈 II, K+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작업 기간은 어떤 형태를 만드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지만, 아이디어 연상과 스케치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는 비슷한 과정을 거쳐요. 꽃의 구조에 알맞은 꽃잎의 모양을 정하고, 필요한 색상, 패턴에 따라 라미네이트 판을 분류한 뒤, 레이저커팅으로 꽃잎들을 만들지요. 레이저커팅을 하면서 꽃잎에 묻은 검은 재를 씻어내고, 작품의 기본 골격을 만든 뒤에, 꽃잎의 배열과 숫자를 작품 면적에 따라 계산해요. 라미네이트가 휘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보니, 곡면을 따라 접착하기 위해서는 꽃잎 일부를 절단하기도 하고요.

 

 

The Marriage 시리즈의 작업 과정과 스케치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유독 성공적인 협업이 잇따르는 것 같은데, 미윤씨의 어떤 점이 협업 파트너로서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한다고 생각하나요?"

낯선 파트너의 새로운 아이디어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선 '예'하고, 그냥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물론 확실한 성공을 초기부터 보장할 수는 없지만요. 목적 없이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결과물들을 대중에 공개하려고 노력해요. 일러스트도 포토그래피도 이것들로 큰 포부 없이 꾸준히 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하는 것을 사람들한테 보여주었어요. 그러다보니 예전에 일하던 꽃집 근처의 편집숍 The Little Dröm Store(http://www.thelittledromstore.com)을 통해, 마인드플라이어Mindflyer(http://mindflyer.com)라는 일러스트 그리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도 알게 되었지요. 유니클로 협업은 그들이 소개해준 것이고요. 다른 협업도 그런 식으로 알음알음하게 된 경우가 많아요.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협업이지만, 결국은 안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싱의 연속인데, 고충은 없나요? 그런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프리랜싱을 떠나, 제가 창작활동을 하게 된 경로 자체가 순조롭지 않았어요. 말레이시아에서 IT 공부를 하다가 19살에 싱가포르로 이주해보니, 제 어쭙잖은 IT 지식으로 무엇을 하기가 어렵겠더라고요. 해운업체에서 몇 년 일하다가, 우연히 한 예술대학의 오픈 하우스에 방문하게 되었고, 학교 관계자들이 제가 어린이용 미술도구로 몇 장 그린 그림을 보고 입학 허가를 내어주었어요. 통합 과정으로 즐겁게 학교에 다니다가 학과를 정할 때가 되었는데, 제가 선택한 쥬얼리 디자인과가 인원이 모자라서 학과 개설이 되지 않은 데다가, 몇 년간 회사 다니면서 모아놨던 돈도 일 년 학업으로 바닥이 났어요. 공부를 중단하고, 꽃집에 취직했지요. 부모님께 드리던 카네이션과 장미밖에는 몰랐는데, 새롭게 만난 꽃의 세계가 정말 신비롭더군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면,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아요. 꽃을 만질 때, 사진을 찍을 때나 일러스트를 그릴 때, 제 마음가짐과 모습이 모두 다르거든요.

물론, 프리랜싱 자체가 순조롭지 않을 때도 있어서, 경제적으로 또 심적으로 의지할 곳이 절실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협업할 때 만큼은 계산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만큼 받으면, 더 많이 주려고 하는 편이죠.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만큼 제 역량이 커지더라고요. 그것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는 저만의 자산이 되니까요. 적극적이어야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SNS 홍보(인스타그램 :@miun)도 열심히 하는 중이에요.

 

 

The Marriage 시리즈 II, K+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라미네이트라는 공업 디자인 소재를 활용했지만, 미윤씨의 작품이 과연 디자인인지 예술인지 모호하네요. 본인을 예술가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시나요? 진부한 논쟁이지만, 디자인계에서는 기능이 없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저 자신은 예술가라고 생각하지만, 제 작품은 기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고, 중요한 디자인의 기능의 하나 아닌가요?

 

 

The Marriage 시리즈 II와 미윤, K+ / 이미지저작권©Noreen Loh Hui Miun

 

 

자신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만든 것은 디자인 작품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미윤이다. 이번 The Marriage 시리즈 II의 전시는 싱가포르의 복합 문화공간 K+에서 오는 16일까지 이어진다.(http://kplus.sg/blogs/kplus/78642113-miun)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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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네이트 #공예 #싱가포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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