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종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Rebranding God

과연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한계와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몇 천 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전통과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우 민감한 소재인 종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시도자체가 모험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을 클라이언트로 삼을 수 있으니 꿈의 프로젝트가 아닐까?

영국 가장 서쪽의 한적한 휴양지이자 어촌마을 콘월(Conwell)지방의 교회 St. Kea의 목사(Vicar)인 에이드리안 할렛(Adrian Hallett)은 2003년 어느 날 저녁 TV에서 마크스틴 아담슨(Marksteen Adamson)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대규모 브랜드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던 아담슨은 동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의 리브랜딩(rebranding)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이걸 본 에이드리안 목사는 그에게 St. Kea 교회의 리브랜딩(rebranding)을 부탁하였다. 당시 아담슨은 인터브랜드에서 독립하여 아서스틴아담슨(ArthurSteenAdamson)을 설립하였는데, 처음 맡게 된 일이 바로 이 St.Kea 프로젝트이다.

에이드리안 목사의 브리프는 간단했다.
‘지역 커뮤니티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회를 만들 것’.
St.Kea 교회뿐 아니라 , 전반적으로 종교(영국에서는 주로 청도교를 의미함.)의 역할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발맞추지 못하고 정체되어, 지역사회와 신도들의 일상생활에서 단절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한데서 나온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교회 로고를 만드는 간단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으나, 후에는 심도 있는 캠페인으로 발전하였다.

교회가 현재 사회에 비해 한 십여 년쯤 뒤처져 있으며 무언가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판단한 아담슨은, 이 갭을 메우기 위해 현시점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자 하였다. 그는 교회의 보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너무 진지하여 어찌 보면 재미없는 교회의 이미지와 신성한 신에대한 모독적인 용어(blasphemy)의 사용을 바꾸자고 제안하였다. 또한 인생의 비즈니스(The Business of Life)’라는 모토 아래 ‘새로운 St. Kea 아이덴티티로 여러분을 지원합니다.(Brace yourselves for the new St. Kea identity.)’라는 캠페인 아이디어를 내었다.

상업적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사실은 훨씬 포괄적인 ‘관련된 물질(들) (a matter or matters to be attended to)’라는 의미를 뜻하는 것에 주목하여, 이를 신의 입장에서 우리들은 이러한 물질들(He recognized that there were matters in us ‘to be attended to’)에 해당된다고 해석한 데서 나온 아이디어이다.




* St. Kea의 새 로고타입. 십자가 모양을 글자 ‘t’ 대신 사용하였다.




St. Kea교회의 새 아이덴티티는 버벌 아이덴티티(verbal identity :the way you talk)와 비쥬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 the way you look)’ 이 두 가지에 중심을 두고 있다.

Oh, my god, Good lord, Jesus Christ, For God’s sake, Bloody Hell 등 굉장히 화가 나거나, 나쁜 일을 경험했거나, 슬픔과 실망을 표현할 때, 일상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신과 관련된 용어들을 St. Kea의 새 아이텐티티로 들여와 원래 이들 용어가 의미하는 신성한 뜻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 이들 용어들은 ‘서기(BC)시대부터 사용되어온 하느님의 공식 상표(the registered trademark of God’s Kingdom since BC)’라고 아담슨은 표현하였다.








* St. Kea의 새 명함과 레터헤드 디자인.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의미인 명함에 ‘God knows who I am’이라고 표현한 것과 영수증 수신자에 Jesus Christ’라고 쓴 것을 볼 수 있다.




St. Kea교회의 신도들이 전부 이 새 아이덴티티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신성한 종교의 이미지가 일반 기업이나 무슨 호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처럼 느껴지며, 어찌보면 저속한 이런 용어들을 상표화 한다는 것이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는 해석이 초기에 있었으나, 점차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선택된 등록상표 문구로는, ‘Holy smokes(신성한 연기)’, ‘For God’s Sake(‘하느님을 위하여’ 라는 의미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영국사람들이 하루에 몇 번씩 사용하게 되는 ‘어머나’ 정도의 감탄사로 자주 쓰인다’, ‘Bloody Hell(마찬가지로 안 좋은 일에 ‘세상에나’ 등으로 많이 사용하는 어구이다) 등이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교회에서 판매하는 소품들에도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종이를 날라가지 않게 고정시켜주는 크리스탈 문진의 문구로는, ‘이곳에서 암만 찾아봐야 행복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우리한테 전화 한번 주는 게 어때요?(You won’t find happiness in here. So why don’t you give us a call?’)라고 적혀있으며, 클리넥스 화장지 상자에는 ‘God Bless You’라고 적어 보통 재채기를 했을 때 화장지를 사용하는 것과,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God Bless you’라고 하는 생활용어를 재치 있게 이용하였다.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물론 신도들에게 헌금을 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모품을 교회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금도 마련하고 판매된 제품이 가정에서 사용되어 교회와 신도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슈퍼마켓과 같은 가격에 좀더 나은 디자인이라면 금상첨화.

St. Kea교회에서 판매되는(혹은 판매될 예정의) 제품들로는 우산, 빵 보관통, 크리넥스 화장지, 크리스탈 구, 양초, 머그컵, 마우스 패드, 휴대용 전등, 연필, 저금통, 그리고 컴퓨터 스크린 세이버(무료)까지 다양하다.

이번 캠페인의 성공적인 결과로 자신감을 얻은 아담슨은, 교회에서 주는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다’와 같은 부정적인 메시지는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교회의 이념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에이드리안 목사와 함께 영국 교회 (Church of English)의 주교단을 설득하여 영국 교회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디자인을 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진행사항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래는 St. Kea교회 Rebranding 프로젝트 결과물로 나온 디자인 들이다.



* 클리넥스 티슈 상자 : God Bless You(누군가 재채기 했을 때 쓰는 말)….Just reach out



* 빵 보관통 : Daily Bread (일용할 양식)



* 우산 : Heavens Above…He will reign(발음이 rain과 같음) forever.






* 양초 : Holy Smoke..Non drip candles



* 크리스탈 볼 : You won’t find happiness I here…so why don’t you give us a call.



* 차량용 스티커 : Thanks God..I’m no longer lost. (‘lost’라는 단어는 단순히 길을 잃어버렸을 때나, 인생에 길을 읽고 방황하는 것을 가리길 때 둘 다 사용된다.



* 돼지 저금통 : Pennies from Heaven (‘한푼 두푼 모은 성금’을 의미)



* 마우스 매트 : God Speed….Let Him guide you



* 연필 : Show Me a Sign and Mark My Words



* 비상용 전등 : I Am the Light (내가 빛이로소이다.)



* 키 홀더 : St Kea




* 냉장고 자석 : Stay Cool…Walk with Jesus



* 머그컵 : More Tea Vicar



* 티셔츠 : 역시 십자가를 ‘t’자로 유머스럽게 대치하였다.



* 컴퓨터 스크린 세이버 : Save me



#관련 웹사이트 :
http://www.stkea.co.uk/st_kea.html
http://www.asaemail.com/

#관련 글 :
Graphic International 102호





"종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Rebranding God"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