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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의 독특한 의상 디자인

 

캐나다 몬트리올 구시가지에 자리한 올드포트에는 2년마다 거대한 천막 공연장이 들어선다. 일 년 내내 산책하는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에 빅탑(Big Top, 이동식 천막극장)이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은 그곳을 향한다. 3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몬트리올러들을 설레게 하는 월드 프리미어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Martin Girard © Cirque du Soleil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을 모티프로 한 "태양의 서커스" 신작 <큐리오스>/ Martin Girard © Cirque du Soleil

 

지난 5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신작 <큐리오스>(KURIOS, 호기심의 캐비닛)를 보기 위해 올드포트를 찾았다. 19세기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공연의 막이 오르면, 과학자의 실험실 같은 무대 위에서 눈과 귀가 바빠진다. 페달을 밟으면 전등이 켜지는 자전거부터 거대한 배 한 척, 축음기, 전화 그리고 비행기까지 숱한 인류의 발명품이 무대 위를 오르내린다. 인간 몸의 한계를 시험하는 퍼포먼스, 첨단의 무대 디자인, 시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 텔링이 버무려지며 또 한편의 독창적인 아트 서커스의 경지를 선보였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의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의상 디자인이다. 대사가 없는 서커스의 특성상 캐릭터는 의상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큐리오스>에서 디자이너 필립 기요텔(Philippe Guillotel)은 아코디언맨 ‘니코’를 통해 19세기에 완성된 현대의 아코디언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촘촘한 기계 주름이 잡힌 모자와 바지를 입은 니코는 마치 어릿광대처럼 극 중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앉거나 일어설 때마다 풍성한 주름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 몸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듯한 그의 몸짓에서 그 옛날 전통 서커스에 등장하던 아코디언의 애잔한 선율이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Martin Girard © Cirque du Soleil

<큐리오스>에서 무대 의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한 필립 기요텔/ Martin Girard © Cirque du Soleil

 

은유적이고 창조적인 의상 디자인은 ‘태양의 서커스’의 전통처럼 여겨진다. ‘태양의 서커스’는 몬트리올 본사에 의상 제작소를 따로 운영할 만큼 무대 의상에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이 있다. 이 제작소의 R&D팀은 늘 새로운 재료를 찾아 실험하고 적용하며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현실 속에서 최대치로 구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의상에 사용되는 모든 패브릭은 직접 염색, 페인팅 또는 패턴 제작되며 모자와 가발, 신발 등도 모든 출연자에 맞춰 수제작된다. 이를 위해 각 분야 디자이너와 장인만 400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 매 공연 캐나다와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상 디자인이 맡겨지는 것은 물론이다.

 

기존 레퍼토리 중 특히 인상적인 디자인을 꼽아볼까. 곤충에서 영감을 받은 <오보>(OVO, 포르투갈어로 ‘알’)는 리즈 반달(Liz Vandal)의 표현이 유머러스하다. 그녀는 잠자리 날개를 결이 있는 투명 레이스 팬츠로, 모기의 침을 모히칸 족의 헤어스타일같이 삐죽 솟은 여러 개의 붉은 빨대로 변모시켰다.

 

OSA Images © Cirque du Soleil

<쿠자>에서 빅탑의 이미지를 투영한 ‘트릭스터’(오른쪽)/ OSA Images © Cirque du Soleil

 

마리 샹탈 베이안쿠르(Marie-Chantale Vaillancourt)는 <쿠자>(KOOZA, ‘상자’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Koza에서 착안한 단어로, ‘상자 속 서커스’라는 의미로 사용)에 등장하는 ‘트릭스터’(Trickster, 신화 속 장난꾸러기 혹은 어릿광대)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용돌이치는 듯한 무늬의 의상을 디자인해 거대한 서커스 천막 공연장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투영해냈다.

 

<토템>(TOTEM)에 등장하는 크리스탈 맨의 의상은 바라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벨벳 레오타드에 무려 4,000여 개의 거울 조각과 155개의 크리스탈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붙였기 때문인데, 킴 베렛(Kym Barrett)은 사방으로 반사되는 빛을 통해 솟구치는 생명력을 형상화했다.

 

Daniel Desmarais © Cirque du Soleil

프랑스와 바르보가 옷의 색깔을 통해 물, 흙, 공기, 불을 상징한 <드라리온>(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Daniel Desmarais © Cirque du Soleil

 

동양철학과 인간, 자연의 조화를 다룬 <드라리온>(Dralion, 동양의 상징 ‘드래곤’과 서양의 상징 ‘라이언’의 합성어)에서는 형태보다 색깔이 상징적으로 사용됐다. 자연의 네 가지 기본 요소인 공기, 물, 불, 흙을 각각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황갈색으로 정해 관객들이 색을 통해 역할을 떠올릴 수 있게 했다.

 

이는 캐나다 공연계 의상 디자인의 대부인 프랑스와 바르보(François Barbeau)의 작품. <드라리온>의 TV 버전으로 2001년 에미상(크리에이터부문)을 수상했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설 자리를 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올해 만 79세의 현역이다.

 

‘태양의 서커스’에서의 의상 디자인은 <드라리온>과 <윈턱>(Wintuk)두 편뿐이지만 그가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진하게 묻어나온다. 2012년까지 ‘태양의 서커스’ 의상 제작소의 R&D 팀을 이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62년 캐나다 국립극예술학교(NTSC)가 개교 때부터 교편을 잡아온 그는 지금까지도 때때로 열리는 마스터 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 캐나다 유망 디자이너 중 그의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태양의 서커스’에 의상 디자이너로 발을 들였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태양의 서커스’의 무대와 빅탑 등을 디자인해온 캐나다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미셸 크레트(Michel Crête), 한국에서 공연된 <퀴담>(Quidam,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과 <알레그리아>(Allegria, 스페인어로 ‘기쁨’)의 의상 디자이너 도미니크 르뮈에(Dominique Lemieux) 역시 프랑스와 바르보의 제자이다. 특히 수년간 바르보의 조수로도 일했던 르뮈에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가장 많은 작품의 의상 디자인을 맡아왔다.

 

현재 몬트리올 대학 전시장에는 프랑스와 바르보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2014년 12월 7일) 오페라, 연극, 발레, 서커스 등 무대를 가리지 않으며 달려온 그의 열정의 흔적들로, <드라리온>과 <윈턱>의 의상, 모자 등의 사진과 실물도 전시됐다. 그가 디자인한 ‘태양의 서커스’ 드로잉 아래 펼쳐진 두툼한 사진첩엔 아프리카, 아시아의 원시 부족과 중국의 경극, 사막, 근접 촬영한 화려한 열대우림 조류의 깃털 등의 사진이 스크랩 되어 있었다. 다양한 문화와 전통, 무심코 지나친 자연의 형태와 색깔이 ‘태양의 서커스’ 의상 디자인의 상상력의 원천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태양의 서커스 홈페이지 http://www.cirquedusol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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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디자인 #프랑스와 바르보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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