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풍기는 왠지 모를 고급, 고가의 분위기는 일반인들에게 굳 디자인(Good Design)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저렴한 물건 중에서, 아이디어가 기발하거나, 기능성이 훌륭한, 혹은 보기만해도 멋진, 디자인이 내포하는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제품들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번에 소개한 마크 뉴슨의 전시회와 동시에,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14명의 디자이너, 엔지니어, 건축가들에게 각각 10파운드(약 2만원) 이내에서 구할 수 있는 굳 디자인 제품들 중 10가지 아이템들을 선정하도록 하여, 이들을 전시하는 ‘10파운드 이하에서(Under A Tenner)’라는 주제의 재미있는 전시회를 하고 있다.

영국의 디자인 평론가 웨인 헤밍웨이(Wayne Hemingway), 영국 내에서 잘 알려진 가구 디자이너 론 아라드(Ron Arad), 포드 자동차의 글로벌 디자인 책임자인 제이 메이스(J Mays), 포린 오피스 아키텍트(Foreign Office Architect)의 알레잔드로 자에라 폴로(Alejandro Zaera Polo), Farshid Moussayi, 네덜란드의 Hella Jongerius, 브라질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 캄파나 형제(the Campana brothers), 일본의 나오토 후쿠사와(Naoto Fukusawa), 뉴욕의 유명한 디자인 매장 모스(Moss)를 소유한 머레이 모스(Murray Moss),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Stefan Sagmeister, 롤스 로이스사의 디자인 엔지니어 책임자 제프 커크(Geoff Kirk) 등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아이템들을 전시하였으며, 각 아이템 선정이유도 같이 설명하였다.

진지하고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장난스러운 리본을 전시제품 곳곳에 붙여있는 등 전시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꽃병, 면봉, 모기장, 신문, 볼펜,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티셔츠, 티낭(Tynant) 물병 패키지, 접을 수 있는 빨래옷 보관함, 비아레티(Bialetti) 커피 메이커, 하바나바 플립플롭(flip flop)브라질 브랜드의 일명 조리, 양초, 실타래, 콤파스, 사탕, 머랭(디저트의 일종 Konditor & Cook Raspberry Rock Meringues), 칫솔, 유리컵, 면도날, 페덱스(FedEx) 소포상자, 잡지 Wired 지, 접는 지도, 달걀 팩, 무지(Muji)의 플라스틱 병, 휴대용 화장실 등, 놀이용 카드 등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아이템들이 전시되었다.

각 디자이너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열 개의 제품들이 선정된 이유가 달랐는데, 예를 들어 재해지역의 긴급주거구역과 관련된 디자인을 하는 Architecture for Humanity의 공동설립자인 카메론 싱클레어(Cameron Sincliar)는 인도주의 디자이너답게 인간의 필수품과 관련된 디자인들을 뽑았다. 매년 백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 지역을 위한, 일반 모기장보다 수명이 20배나 길고, 지역 내에서 생산이 가능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도 구입할 수 있는 올리셋 침대모기장(Olyset Bednet, 약 7천원),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Art Centre College of Design)출신의 윌리암 쑤(William Hsu)가 디자인한 휴대용 화장실(약 11000원)등이 그에 의해 선택되었다. 위급상황이나 동떨어진 지역을 위해 디자인된 이 휴대용 화장실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편평한 상태로 운송이 쉬우며, 쉽게 설치가 가능하고, 비도 견뎌내는 왁스가 코팅된 카드보드 지를 사용하였으며, 친환경적이다. 200파운드 무게까지 지탱이 가능한 이 화장실은 일회용 라이너와 베이스를 사용하여 바이러스등이 전염되는 것을 막고자 디자인되었다.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해 높이 또한 조절된다.

전시관 중앙에는 관람객들도 자신들이 꼽은 10파운드 이하의 저렴한 디자인들을 추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전시회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방문하였는데, 벌써 벽 한 켠에 방문객들의 의견이 적힌 쪽지가 가득하였다. 개 중에는 전시된 물건들 중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디자인들을 추천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화장지, 초콜렛, 치즈와 같은 재치 있는 답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Under A Tenner 전시장 모습과 전시된 아이템들, 그리고 방문객 코너

이 전시회는 2월 27일까지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다.

관련 웹사이트
www.designmuseum.org
www.architectureforhumanit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