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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광위(廣煜) - 인터뷰

그래픽 디자이너 광위(廣煜) - 인터뷰

그래픽 디자이너 광위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세 가지 단어로 요약하자면 ‘예술적’, ‘신랄함’, ‘과감한 시도’였다. 실제로 만나본 광위도 그의 디자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솔직한 디자이너 광위를 인터뷰했다.




사진1. 왕광러를 위한 작품집


Q.
일부 디자인은 예술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예술가 왕광러(王光樂)를 위한 작품집이 그러한데요.

A.
왕광러의 작품집은 막 졸업했을 무렵 디자인한 것이라서 비용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과감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왕광러의 작품은 돌 표면의 느낌을 내기 위해 수묵으로 그린 그림을 작가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랜 시간을 거쳐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돌의 느낌을 내고 싶어서 주방 싱크대에 사용하는 수지를 작품집 뒷면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직접 심천에서 주문 제작했죠. 그래서 작품집 무게가 3kg에 달합니다. 표지와 뒷면에 신경을 많이 썼고 실제로 작품을 많이 담진 않았습니다.









사진2-4. 왕광러를 위한 작품집


Q. 작품집을 
과감하게 디자인한 이유가 있나요?

A. 보통 예술가 작품집들은 작품을 부각하려고 하얀 바탕에 작품을 나열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 예술가라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누구나 존경하는 위치라면 작품만 부각해도 상관없죠. 그렇지만 제가 작품집을 만드는 예술가들은 아직 생존해서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인정을 받아야 하죠. 사람들이 작품을 좋아하든 말든 방관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합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작품집을 만들 때는 예술가의 작품을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왕광러 등은 저와 비슷한 연령대라서 유사한 경험과 공감대가 있습니다. 작품을 보기만 해도 쉽게 이해가 돼요. 상대적으로 팡리쥔이나 위에민쥔처럼 윗세대 작가들의 그림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워요.




사진5-7. 왕광러를 위한 작품집


Q. 디자인에 욕심을 내다보면 디자인비와 제작비도 많이 들지 않나요?

A. 저는 가능한 한 고객의 예산에 맞춰서 진행합니다. 디자인은 고객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요. 예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요. 조금만 예산을 추가해서 결과물이 훌륭해질 것 같으면 고객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고객과는 보통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나요?

A. 저에게 프로젝트를 상의하기 위해 만나자고 하면 일단 저는 제 작품소개가 담긴 파일을 메일로 보냅니다. 상대 쪽에서 제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고 저에게 프로젝트를 주기로 하면 그때야 만납니다. 제 시간은 저와 협력하고 있는 다른 고객에게 속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고객과의 미팅은 ‘평등한’ 관계에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시안을 만들지 않고 프로젝트에 맞게 그때그때 최선의 디자인을 제공합니다. 물론 경쟁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습니다.


Q. 실제로 그렇게 협력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A. 저의 이런 태도 때문에 일이 안 들어오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높으신 분들이 언짢아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분들이 같이 식사하자고 하는 경우엔 대부분 거절하거나 정말 인사만 하고 옵니다.

저는 디자이너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느 유명 디자이너들처럼 학생이나 후배들한테 숭배받기 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가 공공장소에서 자신이 한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떠받들어지기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우스워요. 자신이 속해있는 분야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그 분야를 떠나서는 누구나 똑같은 거에요.









사진8-12. 심천 도시건축비엔날레를 위한 그래픽 디자인


Q. 스튜디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나요?

A.
직원 수는 가장 많을 때 6명 정도예요. 적은 인원으로 ‘장인’ 같은 태도로 디자인에 임하죠. 디자인은 만족할 수준이 될 때까지 계속 수정해요. 그래서 제 손을 거친 디자인들은 대부분 만족해요.


Q. 지금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전엔 어떤 활동을 했나요?

A. 중앙미술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디자인회사에 2~3년 정도 다녔습니다. 권위적인 무조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회사였어요. 부조리한 점이 많은 곳이었지만 저한테는 고마운 곳입니다. 당시에 돈도 없고 정말 힘들었거든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제게 일할 기회를 줬어요. 당시 사장님이 제 작품들을 보며 가능성을 알아줬고 일하게 해주셨죠. 학교에서 국제무역센터까지 자전거를 한 시간씩 타고 출퇴근했어요. 오전 수업이 끝나면 바로 회사로 출근해서 새벽 2~3시에 퇴근하길 반복했죠. 고객과 직접 접할 좋은 기회였어요.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숙해질 수 있었죠. 특히 인쇄소에서 야근하는 걸 좋아했어요. 다른 직원들은 자정 넘어서 가야 하는 인쇄소 야근을 싫어했지만 전 아주 좋았어요. 디자인은 인쇄를 통해 진짜 완성된다는 것도 알았고 인쇄 과정을 보면 디자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색상에 대한 감도 왔고요.


Q.
직접 폰트도 개발했는데요.

A. 제 폰트는 기존 폰트에 미세한 변화만 추구했어요. 가독성은 좀 떨어져요. 새로운 폰트의 가능성을 제안한 정도예요.













사진13-17. 심천 도시건축비엔날레를 위한 그래픽 디자인


Q.
중국 디자이너 중에 존경하는 분이 있나요?

A. 솔직히 거의 없어요. 그래픽 쪽에서는 왕쉬(王序)의 작품을 인정합니다. 건축 쪽에서는 장용허(张永和) 정도요. 요즘 중국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디자이너인 척 포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대학 출강이나 언론 노출을 통해 거짓된 이미지로 포장하는 거죠. 마치 황제나 된 것처럼요. 전 단지 즐겁기 위해 디자인해요. 내 디자인을 좋아해 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느낌도 좋겠죠.


Q. 중국 디자인 중에 그래픽 디자인의 수준은 높은 편이라 생각되는 데요.

A. 나은 편인 건 맞아요. 아무래도 2D이다 보니 소재나 기술 등 영향을 덜 받죠. 그렇다고 아주 낙관적인 수준은 아니에요.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가구 쪽은 청나라, 아니 명나라 이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Q. 중앙미술대학을 포함한 전문미술대학 출신의 경우 디자인이 ‘틀’ 안에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A. 꼭 그렇진 않아요. 사실 디자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친구들은 많은데 단지 기본기가 부족해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아이디어 단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죠.


Q. 중국의 디자인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하셨어요. 중국 디자인과 교수 중에 디자인 전공이 아닌 순수미술 전공 출신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게 영향이 있는 걸까요?

A.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봐요. 디자인을 전공한 교수들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엄격하게 기초를 다져주면 되고 다른 전공 출신 교수들은 감성을 바탕으로 천재적인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죠.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이루는 교육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 : 광위(廣煜)

Tag
#광위 #중국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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