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시간을 거꾸로 돌아가 이태리 자동차 디자인의 탄생을 돌아 보고자 한다.

처음 이태리 자동차 디자인을 말하고자 하면 우리는 1920년대나 30년대로 되돌아 가야 한다. 그 당시에는 유럽에서 자동차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Giovanni Agnelli와 Vittorio Jano 프랑스의 Andre Citroen 독일의 Ferdinand Porsche등을 비롯해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동차 제작기술을 소유하고 있었다.

1922년 밀라노 Torino에 위치한 Lancia는 기술에 있어서의 혁신을 이루면서 lambda를 선보이게 된다. 그 당시에는 전 유럽에서 일치형 차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이었는데 lancia는 lambda에 새로운 차체 개발을 통해 앞 바퀴의 독립적 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이러한 형태의 차체 기술은 전 세계에 보급이 된다. 이 밖에도 이 당시에 일어난 기술혁신으로는 Citroen이 차체재료에 강철을 처음 사용 한 것을 비롯해 전륜 구동자동차(Traction Avant 34년)를 처음으로 개발하게 된다.

* 1922년 Lancia에서 출시 한 Lambda.

* 1934년 Citroen에서 출시 한 Traction Avant


이태리는 그 당시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의 활성화를 통해 유럽 내 자동차 디자인 활성화를 주도하게 되는데, 그 예로 피아트(FIAT)가 35년에 출시한 모델 1500이라든지 그 후 몇 년 뒤에 출시된 모델 500 Topolino는 전 세계적으로 실용적 디자인을 가진 차로 그 명성을 드높이며 이태리 디자인의 우수성을 보여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태리 자동차 디자인의 발전을 말할 때 우리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작은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의 활성화가 오래 전부터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기업위주의 디자인 개발이 아닌 조그만 까로제리아(Carrozeria)라는 공방 형태의 스튜디오를 통해 디자인적 혁신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공방시스템은 1926년 Battista Pininfarina가 설립한 Carrozeria Pininfarina를 통해 Sergio Pininfarina라는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을 탄생시키게 된다.

또 1919년에 시작한 Zagato는 1923년부터 스포츠카 브랜드인 Alfa Romeo와 함께 자동차 개발에 착수해 모델 P2를 출시한 후 이 모델을 통해 24,25년의 자동차 경주를 모두 석권한 것을 시작으로 1928년에는 최초의 세계자동차 경주 챔피언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 밖에도 전설적 자동차로 아직까지 남아있는 Alfa 6C 1500를 비롯해 “The greatest sport car off all time” 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영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6C 1750 등 많은 명품을 디자인 하게 된다.

* Zagato 스튜디오와 Alfa Romeo가 1923년에 제작한 P2.

* Zagato 스튜디오와 Alfa Romeo가 1928년에 출시한 Alfa 6C 1500

* Alfa Romeo 6C 1750.


1921년에는 피아트가 새로운 공장을 신축하면서 회사 창립자인 Giovanni Agnelli가 외국과 국내의 경쟁사들과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동차 가격과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춘 5층의 최신식 공장을 신축해 모델 509를 선보이며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앞당기게 된다. 특히 이 건물의 옥상에는 자동차의 시험주행이 가능한 시험주행 도로를 설치해, 기술은 물론 안전 및 주행시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기업적 투자와 함께 이태리 자동차 산업의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1925년 9월 세계 최초로 Milano-Laghi를 잇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부터 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고속도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태리 하나였으므로 이러한 환경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출시된 피아트사의 모델508은 보다 대중들에게 다가간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최초의 유압식 브레이크 사용과 저렴한 가격을 홍보해 여성들에게까지 사용자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제품의 경우도 당시 가격이 타 기종보다는 싼 편이였으나 일반 봉급자 월급을 2년 정도 모아야 살수 있어 사실상 가격의 현실화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1936년 드디어 출시되는데 이것이 모델 500 ‘Topolino’이다. 작으면서도 실용적인 외간디자인에 4개의 실린더를 가진 엔진이 최고속도 85km까지 낼 수 있어 그야말로 국민차 개념의 신차를 개발하면서 이태리 내에서의 자동차 문화의 정착에 일조를 하게 된다. 이밖에도 1957년에는 작으면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500모델을 출시해 국내외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현대에 와서도 이태리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500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만 보아도 얼마만큼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 1921년에 신축한 피아트 공장의 전경.

* 1933년에 출시된 피아트사의 모델 508.

* 1936년에 출시된 피아트사의 모델 500 ‘Topolino’

* 1957년에 출시된 피아트사의 모델 500.


그렇다면 현대의 이태리 자동차 산업은 어떠한가? 국가 보호정책에 의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피아트는 이후 방만한 회사경영과 신기술 개발의 미흡으로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면서 기존의 영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거리에는 많은 외제차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가장 큰 일조를 한 것이 바로 일본차의 이태리 진출이었다. 1980년대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일본차의 진출은 낮은 가격과 기술력을 앞세워 조금씩 이태리 자동차 시장을 잠식해 나가면서 현대에 와서는 피아트사의 경영난을 초래하는 이유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 또 지나친 합병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 자동차 브랜드(Alfa Romeo, Lancia 등)의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 또한 큰 문제점으로 작용을 했다.

방만한 기업경영이 이끌어낸 피아트사의 경영난은 어떻게 보면 얼마남지 않은 일본 자동차의 한국진출을 예고하고 있는 한국실정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벤치마킹을 통한 일본 자동차 디자인 및 산업의 성장은 기존의 이태리를 비롯한 독일, 프랑스 등 자동차 디자인 강국의 명성을 뛰어넘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업이 가지는 마케팅이 현대사회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Lancia Thesis

* Lancia New Ypsilon

* Alfa Romeo GT.

* Alfa Romeo Spider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있는 현대이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브랜드 메이킹을 얼마나 잘 하는가가 현대 자동차 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가장 큰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