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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바로크의 숨결 - 쾰른 가구박람회 3

트렌드라는 것은 소비시장이 만들어내는 메카니즘이다.

자립하여 자기 사무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미적가치와 기준에 따라 제품을 디자인해가는데, 점점 그 주기가 짧아지는 트렌드의 변화가 간혹은 방해요소나 반대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디자이너에 따라서는 이러한 변화의 감을 빨리 잡아 그때그때마다 놀라운 형태 변신을 모여주는 신기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보통 2-3년 걸리는 트렌드 주기를 다음 제품개발의 준비기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트렌드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는 디자이너 각 개인들의 자세와 입장에 따라 다르다. 트렌드라는 것은 삶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의 성격과 진정한 새로운 것은 없다는 두가지 원리에 의해 맞물려 돌아간다. 따라서 언젠가는 사라질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고 변화하는 것에 너무 민감할 필요도 없지만, 생산업체뿐만 아니라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를 찾아 헤매는 언론과 정보도 이런 구조안에 맞물려 같이 돌아가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내본다.

*모오이 스모크(smoke) 시리즈 / 디자인: 마르텐 바스(Maarten Baas) /
사진제공: 모오이, Erwin Olaf
바로크 스타일의 (헌)의자를 가스연소기로 태운후 화학처리를 해 가죽을 덧씌운 의자와 촛대형 전등이다. 네덜란드의 디자인 제품전문 신브랜드인 모오이가 마르텐 바스의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이 스모크 의자와 촛대형 전등은 바로 올해 쾰른 가구박람회에서 접해볼수 있었던 새로운 트렌드의 성격을 잘 엿볼수 있게 해준다.



올해 쾰른 가구박람회는 전반적인 풍경은 미니멀리즘의 영향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여기저기에서 변화를 찾을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네오 바로크' 바람이다. 굳이 이런 용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앞 글 이미지에서도 볼수 있듯이 완벽한 사각형이나 원, 육면체, 구 등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어딘가 조금 찌그러지고, 접히거나 늘리고 과장한 형태, 끊임이 있고 불규칙적이고 미묘한 선의 흐름을 만드는 뼈대구조들이 자주 눈에 띄인다.


*모로소(moroso)사의 탁자 Oblio / 디자인: 폰 로빈손(Von Robinson) /
사진제공: 모로소

* 모로소사의 낮은 의자 Osorom / 디자인: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사진제공: 모로소


이런 제품들이 미니멀리즘과 기하학이 은근슬쩍 외도한 것 같은 분위기라면 아주 화려하고 요란한 무늬로 장식된 제품들도 눈에 띄이고 이미 있는 제품을 손질하거나 사물의 관계를 뒤집어 놓은 다다적인 제품들도 눈에 띄인다.





*모오이(Moooi)사의 Crochet Tabel / 디자인: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보통 테이블 위에 놓이는 레이스 조직물에 합성수지를 씌워 그 자체로 테이블을 만들었다.

*덴마크 가구협회(danish furniture) 의자 'between two chairs' / 디자인: 루이제
캠벨(Louise Campbell) / 워터 컷 러버, 스텐레스 스틸
덴마크의 프레데릭 황태자를 위해 만든 의자로 덴마크 전통인 동화와 장식을 사랑하는 면모와 스포츠를 좋아하고 모던한 두가지 상반된 면을 모두 갖춘 황태자의 모습을 담아내 '두개의 의자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장식과 무늬의 강조와 부활은 비단 가구에서만 볼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트라(Vitra)사는 1958년 조지 넬슨이 디자인했던 해바라기 시계를 리바이벌 해 시장에 내놓기도 하고,



*비트라의 해바라기 시계 / 디자인: 조지 넬슨(George Nelson) /
사진제공: 비트라/쾰른 박람회


박람회에서 세계 우수 예비 디자이너들을 초대하여 마련한 특별 전시인'inspiried by cologne'에서는 작년 네덜란드 아인트호펜 디자인 아카데미 졸업자인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의, 벽에 우아한 무늬를 만들 수 있는 라지에터관을 볼수도 있었다.

* 유리섬유 콩크리트로 만든 라지에터 'Reinventing functionality' /
디자인: Joris Laarman



쾰른 박람회 측은 지난해부터 디자인이라는 요소를 강조하면서 여러 특별전시장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informed by cologne'인 디자인 대학 코너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전시되는 장이다. 비교적 실험적인 작업을 할수 있는 학생들 작업중에 이런 장식성이 강하거나,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힘든 기이한 형태의 제품들을 찾아볼수 있었다.





*라모(RAMO) / 디자인: 에마누엘 자큐(Emanuelle Jaques), 스위스 로잔 대학
나무가지를 편화시킨 것 같은 이 오브제는 여러개를 기대어 묶으면 옷걸이로 사용할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환상이 크게 요구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제멋대로 춤추는 듯한 책장도 있다.



*책장 Zinfandel /디자인: 톰 파블로프스키(Tom Pawlofsky), 칼스루에 대학
/사진제공: 칼스루에 대학



그런가 하면 책이든 책장의 나머지 공간을 그대로 채워만든 것 같은 기이한 형태의 책장도 있다.


*장식장 네토(Netto) / 디자인: 프렘트쾨르퍼(Fremdkoerper)
파사젠 행사중 하나인 예비 및 신인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모은 '스핀 오프(Spin Off)'에 전시된 작업. 올해 스핀 오프 전시는 쾰른의 수공예 박물관에서 열렸는데, 옛날 공예 소장품 사이사이에 현대재료와 형태로 된 제품들을 전시를 해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새로움은 형태뿐만 아니라 재료 사용에서도 찾을수 있는데, 올해 눈에 띄인 재료중 하나는 바로 콘크리트로 만든 가구들이었다.

*Le Mans, 빌라 로카(Villa Rocca) 제품

안도 다다오 같은 건축가 덕분에 노출 콘크리트가 건축재료로 쓰여온 것은 이제 꽤 되지만 가구재료로까지는 애용되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부엌뿐만 아니라 장식장이나 수납공간 그리고 심지어는 꽃병이나 과일접시 같은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기름을 많이 입혀 표면을 매우 부드럽게 만든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제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쾰른에서도 이런 변화를 빨리 잡아내어 전시주제로 삼은 곳이 있었다. 바로 쾰른 박람회 기간중에 열리는 거리 행사 파사젠(Passagen) 프로그램의 하나인 "바로크 2004"였다. 바로크의 장식의 큰 특징중의 하나가 화려하고 커다란 샹들리에의 사용인데 이런 분위기를 틈타 크리스탈 제조업체인 스와로프스키가 바로 이 "바로크 2004"행사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스와로프스키의 전시장 풍경 / 디자인: 토드 본티예(Tord Boontje) /
사진제공: 스와로프스키/ 바로크2004 기획팀
크리스탈 전문생산업체인 스와로프스키는 새로 개발한 유리섬유식 크리스탈(Faseroptik-Crystal) 350개를 벽에 꽃무늬에 따라 설치해 환상적인 조명효과를 보여 주었다.


*스와로프스키 사의 크리스탈 팰리스 '폭포(cascade)' / 디자인: Vincent van
Duysen / 사진제공: 스와로프스키



스와로프스키의 샹들리에처럼 화려하진 않더라도 시적인 여유를 느낄수 있는 조명기구들도 볼수가 있었다.

*Jonas Wagell 인테리어(스웨덴)의 조명기구 Frost /사진제공: Jonas Wagell
눈 결정이 만들어내는 꽃모양에서 본따 만든 조명기구


그런가 하면 다다적인 형태놀이로 만들어진 제품도 있다.

*플로스사의 전등 'cicatrices de luxe' / 디자인: 필립 스탁 / 사진제공: 플로
스/바로크 2004 기획팀

바로크 문화의 특징인 가발을 쓴 모델이 꽃병모음 같은 전등을 머리에 이고있는 듯한 포즈의 사진은 단번에 '네오바로크'의 이미지를 깊이 심어놓는다. 이런 '장난'의 주인공은 필립 스탁으로 역시 그 다운 발상이다. 스탁은 플로스사가 제작한 이 전등에 '사치(호화로움)의 흉터(cicatrices de luxe)'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용어는 세공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즉 무늬나 이니셜을 새겨 넣으려면 매끈한 표면에 상처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생겨난 표현이다. 마치 여러형태의 꽃병들을 유리선반위에 올려둔 것 같은 조명기구에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스탁은 '사치란 그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사치는 순결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 상처와 흠집을 남기게 된다.... 이런 것을 안다는 것은 매우 변태적이지만 호화로움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런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정형을 파괴하고 유희적인 형태를 다루는 트렌드는 전시장 디자인에서도 찾아볼수 있었다.




올해 쾰른 박람회장내 전시부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스는 벨기에의 익스트리미스(Extremis) 부스였다. 가지가 달린 나무들을 천정에서 끈으로 매달아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 2002년도에 선보인 익스트리미스의 제품인 의자와 식탁이 하나의 철판을 접어 만든 '피크닉'과 올해 신제품인 원(형)탁(자)인 '아더'의 적절한 배경이 되고 있다.




* * * * *

트렌드의 힘이란 이런 장식, 무늬, 색채선택과 배합을 "지저분하거나 요란스럽고 정신없고 때로는 촌스럽게" 보는 것에서 "뭔가 색다르고 참신하고 개성적이고 용감하고 재미있다"고 보게 만들고, 이제까지 "질서정연하고 깔끔하고 단아하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여겨지던 사물이 갑자기 "지루하고 재미없고 무엇인가 부족하고 휑하게" 보이게 하는데 있다고 본다.

사실 몇 년전부터 트렌드 연구가들은 미니멀리즘 다음 유행을 이런 "바로크 풍"이나 "신비주의", "아라베스크 시대", "뉴 오나멘탈리즘", "네오 다다이즘" 심지어는 "제2차 포스터 모더니즘" 등이란 표현으로 불러왔다. 실제로 엘 데코라시옹, 인테르니, 프레임 등 유럽의 유명 건축, 인테리어 잡지들을 살펴보면, 작년부터 이런 성향을 소개하는 제품이나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볼수 있다. 매년 쾰른 가구박람회/파사젠 행사에 그해 디자이너를 선정해 특별 전시를 하는 독일 인테리어 전문지 "아히텍투어 & 보넨"지가 올해 디자이너로 곡선의 마술사 론 아라드를 선정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네오 바로크라고 이름을 붙인 최근의 변화는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7-18세기를 지배하던 바로크양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이 역사상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의 유명 인테리어 잡지인 인테르니는 "바로크의 자세(Baroque Attitude)"란 글(저자:Christina Morizzi)에서 21세기의 바로크는 힘겨운 인생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가볍고 유유히 떠 다니는 삶의 자세를 표현하는 모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형태적으로는 위에서 소개한 것 처럼 질서와 균형을 중시하는 클래식(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가구라하면 바로크 스타일 가구를 연상하는데, 유럽 문화사에서 클래식의 개념은 바코르와는 반대가 되는 질서정연하거나 기하학 형태에 충실한 형태를 말한다)이나 모더니즘의 정형을 벗어나는 환상과 시적감성을 느낄수 있는 것들과 섬세한 곡선으로 표현되는 무늬와 장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는 다다이즘적인 기이하거나, 낭만적이고 암울(데카당트)한 분위기로까지 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런 형태를 뒷받침해주는 크리스탈나 모자이크, 구슬, 수(색실), 레이스가 새로운 재료와 표현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이템별로는 샹들리에 같은 화려한 조명기구가 다시 각광을 받고 단색의 깔끔함 대신 신비스런 느낌을 주는 복합색채나 색묶음이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디자인과 트렌드의 변화가 네오바로크라는 이름이 적절한 표현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수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삶이 항상 그러하듯이 무엇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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