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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위기를 극복하다 - 멀버리(Mulberry)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회사 내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직도 디자인은 여유가 있을 때,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려하는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IMF로 온 나라가 힘들었을 때, 디자인은 첫번째 정리해고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어려움을 겪던 회사가 디자인에 대한 투자로 살아난 이야기는 많은 디자이너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 또한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최근 몇 년 사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apple)사를 들 수 있겠다. 처음에는 애플 컴퓨터의 디자인을 의뢰 받은 영국 디자인 회사 탠저린(Tangerine)에 있다가, 후에 애플 사로 스카우트 된 영국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s)에 이끌어진 애플사의 디자인은, 위기를 맞던 애플 사를 되살리는 역할을 넘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고, 전세계적으로 애플의 명성을 되살린 대성공을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이 바로 애플사의 엠피쓰리 플레이어 ‘아이팟(ipot)’이었다고 하며, 물건이 없어서 대기자만 해도 엄청나다고 발표하였다. 현재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4월에 전세계적으로 판매될 ‘미니(mini)’ 제품에 대한 관심은 벌써 뜨겁다.)

영국 디자이너 협회인 D&AD에서는 최근에 D&AD 상(awards)을 받은 회사 중, 창의력(creativity)에 투자하여 실제 사업상의 성공을 가져온 사례들을 모아, ‘광고와 디자인이 만나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가 (How advertising and design can power up business)’라는 주제로 출판물을 발간하였다. 지난번에 소개한 이노센트 사도 이 중에 하나로 들어갔는데, 이번 글에서는 위기를 맞고 있던 회사가 디자인 경영으로 재기에 성공한 예로 럭셔리 브랜드인 ‘멀버리(Mulberry)’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대부분 D&AD 출판물에서 번역한 것임을 밝혀둔다.


* D&AD 책자의 앞모습


* 멀버리(Mulberry)는 영어로 ‘뽕나무’를 의미한다.


멀버리는 영국의 클래식한 스타일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 하면, 체크문양이 트레이드 마크인 버버리(Burberrys)를 떠올리지만, 이곳에서는 버버리 브랜드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있기도 하다. 멀버리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전통적인 디자인은 은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곳의 중년층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911 트윈타워 사건 이후, (소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명품 브랜드는 전세계적으로 불황을 겪었고, 멀버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멀버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브랜드 전통과, 변화에 대한 굳은 의지, 그리고 창의력에 투자하는 것만이 길이라는 강한 신념은 이 영국 패션 브랜드를 고객들과 다시 연결되게 하였고, 구찌와 프라다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목적에 한 발자국 가깝게 하고있다.


멀버리는 1971년 로저 쏠(Roger Saul)이 어머니 조앤(Joan)을 파트너로 삼아, 가족의 전재산이었던 500파운드로 소머셋 지방에서 설립하였다. 초기에 벨트 디자이너였던 쏠은 가죽 악세서리를 위주로 제품을 다양화 시켰고, 그의 제품은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여, 이때부터 남,녀 의류와 악세서리, 하이테크 제품, 문구용품, 그리고 인테리어 가구까지의 고급스러운 제품들을 판매하게 되었다. 런칭 1년 만에 까다롭다고 소문난 해로즈(Harrods) 백화점에 매장이 들어섰으며, 80년대를 걸쳐 급성장하여, 1992년에는 5천만 파운드의 연수입을 올리기도 하였다.


* 멀버리의 전형적인 핸드백 디자인 스타일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서 멀버리의 급격한 성장은 멈추기 시작하였다. 산업 투자가들은 멀버리의 제품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90년대는 빌트 인(built-in) 기술을 이용한 하이테크(hi-tech) 패브릭(fabric)으로 무장한 브랜드 프라다(Prada)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와, 흰색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으로 무장한 매장 디자인, 검은색으로 휩쓴 캣워크(catwalk)의 물결로 대표된다. 간단히 말해서 이 시기에 고급품에 대한 의식은 멀버리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기울어가는 회사를 살리고 재도약을 하기위해, 쏠(Saul)과 멀버리의 투자자들은 브랜드의 확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본을 댈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2000년, 멀버리 지분의 41%는 영국의 아르마니(Armani)를 소유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패션, 호텔 그룹인 클럽 21(Club 21)에게 팔렸다. 부부인 벤 셍(Ben Seng)과 크리스티나 옹(Christina Ong)으로 이루어진 클럽 21은 7백6십만 파운드를 회사를 살리는 데, 2백만 파운드는 조인트 벤처 형식의 시장을 세우는 데 투자하고, 미국에서도 멀버리 시장을 개척하기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해 말, 멀버리 사와 클럽 21은 런던의 위치한 디자인 컨설팅사인 포 Ⅳ(Four Ⅳ)에게 멀버리 브랜드를 다시 포지션(re-position)하는 프로젝트를 맡겼다. 포 Ⅳ는 멀버리의 인테리어부터 그래픽, 전략적 포지셔닝(strategic positioning)에 걸쳐 폭 넓게 개입되었다. 동시에 멀버리와 클럽 21은 내부 디자인 팀을 새로 만들어 여성복, 남성복, 악세서리 제품군을 확장 시키고자 하였다.

처음부터의 뚜렷한 목표(Clear goals from the outset)

경영진은 멀버리를 단순한 패션,악세서리 브랜드에서 나아가 새로운 시장(new market)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포 Ⅳ사는 브랜드 가치(value)와 마켓 포지셔닝(market positioning),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전체적인 리뷰를 시행하였다. 새 매장 디자인을 위한 브리프는, 1)브랜드 가치를 반영하고, 2)타켓 소비자 층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면서, 3)국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재탄생 하는데 계기가 되는 것이었다.

비젼은 확실했지만 마감일은 무척 촉박하였다. 새로 디자인 된 기업 이미지(corporate identity), 매장 인테리어와 그래픽, 사무용품(stationery), 판촉 문구(promotional literature)와 광고 등의 모든 부분이, 2001년 9월에 런던의 쇼핑가인 본드 스트리트에 재개장하는 멀버리 본점을 위해 준비되어야 했다. 이 새로운 디자인은 후에 런던에 있는 다른 매장들과, 만체스터, 히드로 공항 터미널 4, 파리, 함부르그, 퀠른의 매장과 14개의 프랜차이즈 아웃렛과 백화점 매장에 각각 적용될 예정이었다.

복잡하고 다각적인 사업에서 새로운 전략을 실행한다든지 변화를 시도할 때,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최소화하고, 회사 전체에 걸쳐 보다 부드럽고 효과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멀버리와 클럽21은 내부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포 Ⅳ의 디자이너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갖도록 하였다.


디자인 프로젝트의 첫번째 단계는, 멀버리 브랜드의 유산(heritage)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포 Ⅳ는 멀버리와 클럽 21 직원들, 멀버리의 독점 판매자들(franchisee)과 고객등에 걸쳐 대규모의 리서치를 수행하였다. 이 결과 이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분명했으나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한 사람도 멀버리가 무엇을 상징(의미)하는지 확실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직원들의 로얄티(loyalty)도 확실했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모두 인식하고 있는 한편, 이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포 Ⅳ는 멀버리의 본질(essence)을 3 단어로 축약하였다. 1) 영국스러운(English), 2) 영감을 주는(inspirational), 그리고 3) 포부가 강한(aspirational). 그리고 멀버리다움(mulberry-ness)이란 아름다움(beauty)과 스타일에만 관한 것이 아니라, 위트(wit)와 신뢰(authenticity)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멀버리를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것(기존의 주 고객 층이었던 40대 이상의 고상한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들을 유지하면서, 티켓연령층을 30대로 낮추었다.)과 국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을 두 가지 주요 목적으로 세웠다.

하부 층을 포함한 회사내의 전직원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인식시키고 회사의 비젼을 공유하기 위해, 멀버리와 클럽 21 의 프로젝트 팀은 내부 마케팅을 시도하였다. 새로 기업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브랜드를 다시 포지셔닝 한다고 해도, 회사 내부에서 이를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고, 적용 되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멀버리 사와 클럽 21사이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포 Ⅳ의 구성원들을 통해 진행되었다. 포 Ⅳ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앤디 본(Andy Bone)과 크리스 드와 딕슨(Chris Dewar-Dixon)에 의해 이끌어진 그래픽, 인테리어 팀은 협동적인 작업을 하였으며, 그래픽과 인테리어 디자인 안은, 개발과정의 각 단계에서 같이 평가되었다.


‘멀버리다움’을 명료하게 표현하기(Articulating ‘mulberry-ness’)

포 Ⅳ사는 멀버리 프로젝트의 주요 디자인 요소로 로고(logo), 매장 환경(retail environment), 그리고 인쇄된 이미지(the printed ‘look’) 이렇게 세가지를 꼽았다. 멀버리의 뽕나무(^^;)모양의 로고는 좀더 섬세하게 다듬어졌고, 멀버리(Mulberry)라는 글자는 좀더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며, 현대적인 느낌의 서체로 교체되었다. 로고와 이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새 전략은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주는데 기여하였다.

매장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본드 스트리트 매장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다른 멀버리 아웃렛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해야 했다. 기존의 어두운 토지색(deep, dark country hues) 톤과 놋쇠 가구(brass fitting), 석재(stone) 바닥은, 가벼운 느낌의 멀버리 무늬와 가죽에 강조를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




* 새로 디자인된 멀버리 본점 매장 디자인.



멀버리 브랜드의 시작은 가죽이므로, 텍스처는 항상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져 왔다. 새로 개발된 원재료의 결(grain)과 색조(shade)는 멀버리를 매우 촉감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로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멀버리에서 자체 개발한 가죽의 텍스쳐 제조법. 콩고(congo)




* 멀버리에서 자체 개발한 가죽의 텍스쳐 제조법. 위로부터 스코치그레인(Scotchgrain), 하네스(Harnes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마지막 요소인 인쇄된 이미지는, 그야말로 인쇄되는 모든 재료 - 옷 꼬리표부터 브로슈어, 메일 주문 카탈로그에 이르기까지-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멀버리는 오랫동안 홍보자료를 자체 제작해왔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멀버리 디자인 스튜디오는, 유명 사진작가 핸리 본드(Henry Bond)를 기용하여, 포 Ⅳ의 브랜드 포지셔닝에 맞추어 새 브로슈어를 제작하였으며, 이들 이미지들은 전국적인 광고 캠페인에 사용되었다. 한편 포 Ⅳ는 메일 주문 카탈로그와 브로셔, 본점의 재개장를 알리는 초대장(깃털과 왁스로 봉인된 금장 무늬의 카드), 매장 내 패션 쇼 초대장 등의 다른 인쇄 자료들을 디자인하였다.



* 핸리 본드에 의해 촬영된 패션 카탈로그와 포 Ⅳ가 새로 디자인한 쇼핑백과 선물포장.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고객과의 관계에 중요성을 새로이 강조한 점이었다. 브랜딩 리뷰를 통해 멀버리의 제품군은 좀더 정교하게 구별되었고, 판촉 팀에서는 주요제품, 시즌별 제품, 편집제품으로 나누어 멀버리의 기존 고객 층뿐 아니라, 잠재(potential)고객, 타켓(target)고객 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하였다.


* 멀버리의 고전적인 기본 핸드백 디자인(왼쪽 위)과 젊은 층을 타켓으로 한 작년 가을/겨울 시즌의 핸드백 디자인들.


멀버리는 디자인 경영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5만 여명의 고객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올려놓고 시장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고객들은 다양한 방법(사는 지역, 구매 패턴, 소비 패턴)으로 구분되며, 이들 대상에 따라 다른 메일들이 일년에 3-4번에 걸쳐 발송된다. 또한 특정 제품군을 위한 메일 주문 카탈로그를 일년에 두 번 발송한다.

멀버리는 현재 고정고객(loyal customer)들에게 직접적으로 보답을 주려는 계획을 갖고있다. 기존에 비해 훨씬 정확하게 고객의 데이터를 모니터 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이미 개발되었으며, 이 시스템을 통해 매장 직원들은 연령, 라이프스타일, 구매 습관 등을 포함하는 고객 디테일을 매장 내에서 작성하게 된다. 마케팅 부서는 이를 사용하여 고객의 프로파일을 분기마다 업데이트 하며, 이를 통해 계절별 메일링은 물론 고정 고객들에게 매장 행사나 세일 프리뷰(preview)등에 초대된다. 멀버리 웹사이트 또한 고객의 구매습관과 로열티(loyalty)를 모니터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멀버리는 2001년 9월의 본드 스트리트 매장을 재개장 할 때까지 새로운 모습을 철저히 베일에 가렸는데, 공사모습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 거대한 멀버리 핸드백 모습의 칸막이 또한 주목할 만하다. 보통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불편을 주고, 미관을 해치는 주요인이 되던 칸막이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한 아이디어는 미디어의 큰 관심을 가져왔다.

* 매장 공사기간동안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핸드백 모양의 칸막이


발전은 계속된다. (The evolution continues.)

멀버리의 재디자인(redesign)은 힘든 시기를 겪던 회사를 결정적으로 도왔으며, 양적인 사업의 확장보다는 질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멀버리의 셀프리지 백화점 내 매장과 브롬튼 로드 매장은 최근에 특히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새로 디자인된 웹사이트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멀버리는 본드 스트리트 매장의 공사중 칸막이로 D&AD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통합된 창조력(integrated creativity)’부분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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