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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Daft Punk) 사기사건 - 디테일의 힘 II

2주전 상하이에서 아주 큰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상하이 나이트 라이프 역사상 아마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그런 일이 말이죠. 두 명의 프랑스 남자가 상하이 외국인(피해자 중 중국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상하이 거주 외국인입니다)들을 상대로 사기를 한 건 제대로 쳤거든요. 사기 사건의 피해금액은 무려 2백5십만 위엔. 우리 돈으로 5억 원이 조금 넘는 돈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다프트 펑크 Daft Punk라는 프랑스 출신 디제이 듀오가 있습니다.




 

다프트 펑크의 두번째 앨범 디스커버리 (Discovery)의 재킷 디자인




 

우리가 바로 다프트 펑크입니다.




 

폼 좀 나나요?!




 

우리의 상징인 헬멧입니다. 우린 항상 이 헬멧을 쓰고 다니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우스뮤직을 전문으로 하는 디제이들입니다. 지난 2월 9일 월요일 새벽, 상하이의 시시콜콜한 모든 정보가 올라오는 영어 웹사이트에는 일제히 다프트 펑크가 상하이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름하여 다프트 펑크 히든 09 Daft Punk Hidden 09 콘서트. 링크된 공식 웹사이트(물론 사기입니다)에는 4일 뒤인 2월 13일 금요일 밤 10시에 하는 공연 소식이 자세히 나와 있구요.




 

다프트 펑크의 라이브 공연은 죽기전에 꼭 봐야할 공연 중 하나로 손 꼽힐 만치 제대로 입니다. 위 사진은 그들의 상징인 피라미드 모양의 디제이 세트.




올해 그래미 상을 수상한 다프트 펑크가 상하이의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소수(2천명 한정)만을 위한 시크리트 공연을 한다는 그 정보는 금새 상하이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서 핫뉴스가 됩니다. 티켓 구입방법은 이렇습니다. 일단 웹사이트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말하면 그 주소로 이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메일을 출력해서 신티엔디 부근의 티켓 오피스로 가면 일인당 500위엔 (우리 돈 11만원 가량)에 공연 티켓을 구매할 수 있구요. 그 티켓을 구입한 이들에겐 공연 당일인 2월 13일 오전, 극비에 부친 공연 장소를 문자로 은밀하게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들의 상하이 공연 공식(?) 웹사이트.




 

제가 이 소식을 접한 건 월요일 낮. 이런 저런 친구들로부터, 다프트 펑크 공연 소식 알아? 표는 샀어?라는 연락이 오더군요. 부랴부랴 공연 웹사이트를 들어갔더니 2천장의 티켓은 이미 매진. 친절하게도 500위엔의 예약금을 걸어놓고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라는 문구가 떠 있습니다. 그렇게 웨이팅을 걸어 놓은 이가 3천장 더. 저는 마냥 넋만 놓고 있었죠.

하지만 정신을 차릴 즈음인 월요일 저녁부터 이거 사기 아니니?란 소식이 들리더니 화요일, 수요일, 이틀 동안 이거 좀 이상한 걸?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누군가 공식 루트를 통해 다프트 펑크의 메니지먼트사와 연락을 취해 상하이 공연 소식은 사기라는 답을 얻은 게 목요일. 하지만 이미 돈을 지불한 5천명은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기다립니다. 이미 사기사건의 주인공인 두 명의 프랑스 남자는 어딘가로 뜬 상태였구요.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사기 사건은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well-designed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디자인’과 연관된 이유도 여기에 있구요. 그 몇 가지 정황은 이렇습니다. 우선 이 두 사기꾼은 웹사이트와 티켓, 티켓 오피스 등을 공식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제대로 디자인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 어이없는 사기에 속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너무나 공식적인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이어서 어쩔 수 없이 속았다고 하니까요. 웹사이트 제작과 호스팅, 티켓 디자인과 인쇄 등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대충 엮은 사기사건은 아닌 셈이죠.




 

표를 구입한 뒤 자랑삼아 사진을 올린, 제대로 속은 어떤 이. 이때만 해도 무척 행복했을 터. 그나저나 대체 몇장이나 산거냐?! -_-;;;




 

위 사진은 다프트 펑크의 공식사이트 메인화면. 앞서 보신 상하이 사기사이트와, 누구라도 속을만치 비슷한 포맷.




 

이런 비디오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았을 정도로 치밀했음. 워낙에 헬멧만 쓰고 나오기로 유명하니, 이거 대체 누가누구인지 알게뭐람. -_-;;




 

네이버 지식인의 월드판인 위키피디아에도 이 사건을 실었더군요. 주변에 표를 구입한 (안쓰러운) 친구들에게, 어떻게 낚였냐며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모든 게 너무 완벽하게 디자인되어 있었거든,이라면서 말이죠. 웹사이트며, 표를 구입한 티켓 오피스며, 티켓 자체며... (오, 이거 디자인만 잘해도 먹고 살겠는 걸요?!) 아무튼 상하이 나이트 라이프 전대미문의 사기사건은 디/자/인/ 하/나/ 잘/해/서/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디자인을 아는 사기꾼은 해먹어도 크게 해 먹었느니 말이죠. 디자이너로써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배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하.






이 사건은 상하이의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상하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클럽으로 손꼽히는 셸터 Shelter의 경우는 발빠르게 안티-다프트 펑크 데이를 열 정도였으니까요. 이날, 셸터에서 다프트 펑크의 가짜 티켓을 제시하는 이는 공짜입장이었습니다.

클럽 셸터의 입구.




 

다프트 펑크처럼 헬멧을 쓰고, 다프트 펑크의 입장권을 입에 물고 셸터에 나타난 어떤 레이디. 사진은 smartshanghai.com에서.




 

아이, 열받아. 다프트 펑크 사기공연의 VIP패스를 들고 있는 어떤 젠틀맨. 사진은 역시 smartshanghai.com에서.




 

그건 그렇고, 금방 소개 드린 "셸터 Shelter"는 아주 특이한 곳입니다. "방공호"란 그 의미 그대로, 진짜 방공호를 개조해서 만든 클럽이거든요. 적군(?)의 폭격을 막기위해 중국이 중공이던 시절 지어진 이 방공호에서 술 한잔에 몸을 흔는 미국인 혹은 저같은 한국인은 어떤 마음가짐을 해야할까요. -_-;;




 

폭격(?)을 피해 그 음습한 지하굴로 내려가려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




 

칵테일 한잔씩 손에 들고, 방공호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를 드리니 생각이 났지만, 어떻게 지난 글에서 추천해드린 왕중추의 ‘디테일의 힘’은 읽어 보셨나요? 다시 한번 더 추천 드리지만, 꼭 읽어보시길 강권합니다.




 

네, 제가 바로 그 책입니다@!




한권 더 추천 드리자면 도널드 노먼 Donald Norman이 쓴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한국어판 제목은 디자인과 인간심리. 이창우, 김영진, 박창호 공역, 학지사 간입니다)입니다. 1988년 처음 쓰여진 책이어서 많은 실례들이 조금 낡은듯한 느낌은 있지만, 디자이너로써 미처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스런 면을 건드리는 심리학자인 저자의 센스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인 쪽의 필독서이긴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은 그런 책입니다. 검사 들어갑니다. 꼭 읽어 주세요. ^_^;;




 

바로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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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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