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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힘, 오리지낼러티의 힘

통러팡의 모습





얼마 전, 크리에이티브 센터 통러팡(同乐坊)에서 "디메리트 Demerit"라는 중국 록 밴드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한국제조업 기업들의 전초기지로 유명한 칭다오(靑島)에서 지난 2004년 결성되어 지금은 베이징에서 활동 중인 이 팀은 중국 록뮤직 씬에서는 드물게 ‘하드코어 펑크 Hardcore Punk’를 표방합니다. 중국 내에서는 꽤나 지명도가 있는 팀이라 아내 서영씨와 함께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입장료를 60위엔이나 받더군요)




 

공연장 내부의 모습





이 팀이 유명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연주력이 기존의 중국밴드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또, 최근작이자 두 번째 앨범인 ‘Bastards of a Nation’ 앨범은 전설적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y의 베이스주자 브라이언 하그루브 Brian Hardgroove가 직접 프로듀싱을 담당했습니다. 덕분에 외국인 평론가들에 의해 2008년 작년에 발매된 중국 록음반 중 최고작으로 평가되고 있고, 워싱턴 포스트와도 인터뷰를 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디메리트의 공연 모습




 






디메리트는 몇 년 전엔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을 했습니다. 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 한국 공연을 가장 재밌었던 공연으로 꼽더군요. 아무튼 오랜만에 귀를 찢는 음악을 즐길 수 있어 마음만큼은 시원했지만, 두 가지 점에서 무척 씁쓸했답니다. 그 두 가지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디자인 리포트에 왠 펑크록 공연?하시는 분들 많으셨겠죠. ^_^ 또 감 있으신 분들이라면 디테일과 오리지낼러티가 그 두 가지라는 것도 이미 눈치 채셨을 테구요.




 

베이시스트는 반스 Vans를 신고 있습니다. 뒤쪽의 기타리스트의 신발은 컨버스 Converse이구요.





우선, 그들의 패션. 반체제적이며 반사회적인 펑크록의 사상은 패션으로도 표출되어 염색한 닭벼슬 머리 Mohawks, 가죽 잠바, 징 박힌 팔찌나 허리띠, 허리춤에 늘어뜨린 체인, 찢어진 티셔츠 등이 하나의 유니폼처럼 인식됩니다. 이날 공연을 가졌던 디메리트는 스스로 하드코어 펑크를 표방하는데, 뜻 그대로 더 극단적인 펑크록인 셈이죠. 그런데 신발이 반스라뇨. 또, 컨버스라뇨. 속치마 대신 츄리닝(?) 위에 한복을 겹쳐 입은 듯 무척이나 큰소리로 무너지는 밸런스.

펑크가 단순한 음악을 뛰어 넘어 사상이라면 패션 역시 그러해야 합니다. 난, 펑크니까 건드리지 말아라,라는 무언의 협박을 옷차림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뙤약볕 아래에서 스케이트 보더들이 즐겨 신는 반스를 신은 디메리트의 베이시스트는 아마추어 같이 왜 그래,입니다.





 

펑크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호크 헤어 스타일(모히칸 스타일; 일명 닭벼슬 머리)의 펑크족들




 

아나키즘 Anarchism 역시 펑크의 정신





이 정도 스타일의 펑크족이라면 신발은 당연히...

검정 가죽과 바운싱 솔 Bouncing Soles, 노란 실밥의.....




 

메이드 인 잉글랜드, 닥터 마틴 Dr. Martens.




 

바로 이 신발.




 






뮤지션이나/우리 디자이너나 무대 위에서/클라이언트 앞에서 돈 받고 연주하고/돈 받고 디자인 할 때엔 프로처럼, 돈 값을 해야 합니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상품’처럼 굴어야 한다는 겁니다.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한에는 스스로를 상품으로 생각하고 팔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든 수용불가이든 적어도 클라이언트나 소비자는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요.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상품이 되려면 아시잖아요. 우리가 경외해 마지않는 애플처럼, Think different. 뭔가 다른듯한 그 디테일 말이죠.




 

Think different 아니면 내 주먹 한방 맞든지. -_-;;




 

다시 공연 얘기로 돌아가서,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중국밴드 디메리트가 연주하는 하드코어 펑크는 미스피츠 Misfits, 데드 케네디 Dead Kennedys, 블랙 플래그 Black Flag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혹은 뉴욕에서, 혹은 런던에서 10대를 보낸 이와, 베이징에서, 칭다오에서 10대를 보낸 이는 분명 다르고, 또 달라야 합니다. 그게 바로 다양성이니까요. 중국인이 연주하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하드코어 펑크는 중국의 록음악, 중국의 십대문화에 있어서는 유의미하지만, 오리지낼러티 측면에서는 감히 단정 짓건데 무의미합니다. (무의미함이 필요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린 아메리칸 하드코어를 할테니, 너흰 차이니즈 하드코어를 연주 하렴. 1980~1986년 까지의 미국 하드코어 펑크의 역사를 다룬 영화 "아메리칸 하드코어"의 포스터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예를 들자면 서울에 사는 필리핀 출신의 디자이너가 한국적인 디자인을 아주 잘 한다면 오오, 이 친구 제대로 하는걸,하며 신기해 하겠지만 굳이 돈 주고 쓰진 않을 겁니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잘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는 서울에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중국인이 잘하는 미국음악, 한국인이 잘하는 영국스타일의 디자인은 아무리 잘해봐야 B+,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유색인종으로써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 위해선 자기의 얘기를 써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이민사회에서 한국인 2세로써 겪은 부모와의 갈등,같은… 미국 사회의 이야기지만 백인 주류의 얘기가 아닌 뭔가 다른 얘기여야 귀를 기울인다는 그 말은, 한국인만이 잘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전세계 사람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글로벌한 문법으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얘기로 해석해도 될까요. 그런 점에서 안상수씨의 작업이나 이란의 레자 압디니 Reza Abedini의 작업은 고무적인 실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랍어 타이포그래피의 새 지평을 연 레자 압디니 Reza Abedini의 작품집(Pageone 출판사).





디메리트의 경우에서는 시스템 오브 어 다운 System of a Down이나 이스턴 유쓰 Eastern Youth라는 록밴드의 음악이 실제적인 방안이 될 수 있겠군요.




 

아제르바이젠 출신 미국 이민 1.5~2세대들로 구성이 된 뉴메틀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 헤비 메틀 사운드 위에 아제르바이젠 특유의 멜로디를 입혀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밴드 입니다. 우리로 치자면 헤비메틀로 연주하는 뽕짝? 수준 높은 음악 평론으로 정평이 나있는 올뮤직 닷컴(www.allmusic.com)에서 이제까지 발표한 다섯장의 앨범 모두 별 넷 이상(별 다섯개 만점)을 획득할 정도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크리에이티비티에 점수를 많이 받고 있고, 대중들에게도 어필하는 밴드입니다.




 

외모에서도 풍기듯 결성된지 20년이 넘은 관록의 인디 이모펑크 Emo-Punk 밴드, 이스턴 유쓰. 일본 군가 스타일의 멜로디에 순간순간 바뀌는 박자와 스피드, 일본적인 너무나 일본적인 펑크를 들려주는 밴드입니다. 그점이 외국 펑크팬에게도 먹히고 있구요.





 

왕중추라는 중국인이 쓴 ‘디테일의 힘’ (허유영 역_올림 간). 시간이 없더라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권하는 책입니다.

이상, 얼마 전 읽은 이 책과, 또 얼마 전 본 영화 "어메리칸 하드코어"와, 디메리트의 상하이 공연이 서로 맞물려 떠오른 단상들을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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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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