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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차쿠차 in 상하이 그 열두번 째

페차쿠차 나이트. "주절주절 거림"을 뜻하는 일본어 페차쿠차(ペチャクチャ)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지난 2003년 2월, 도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KDA 건축 사무소의 두 건축가 애스트리드 클라인 Astrid Klein과 마크 다이썸 Mark Dytham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된 프리젠테이션 쇼+네트워킹 파티입니다. 도쿄에서 처음 열린 덕분에 일본어 페차쿠차는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군요.

이 페차쿠차 쇼+파티의 진행 방식은 20X20. 즉 발표자는 20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 슬라이드 당 주어진 시간은 20초. 총 20장의 슬라이드 쇼를 모두 끝내면 20X20=400초=6분 40초. 그렇다고 이 모임가 서너시간동안 진행되기엔 무리겠지요. 듣는 이들도 지겨울 테구요. 그래서 발표자 수에 상한을 둡니다. 초기엔 스무명 (그럼 20X20X20인가요)이던 것이 지금은 14명. 누구든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면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등록하면 됩니다.

초창기에는 발표자 대부분이 건축가, 디자이너, 사진가, 화가 등등 크리에이티브 관련 종사자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든, 어떤 아이디어든, 무슨 주제든 오케이입니다. 지난 유월 런던에서 있었던 페차쿠차에선 렘 쿨하스 Rem Koolhaas나 론 아라드 Ron Arad 같은 인물들도 발표자로 나섰다니 전지구적인 문화운동이긴 한가 봅니다. 물론 발표만 덜렁,하면 너무나 심심. 발표가 끝나고나면 애프터 파티가 있습니다. 인사도 나누고, 명함도 교환하고, 못다한 의견도 개진하구요.

누구든, 어떤 주제든, 6분 40초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것이면 그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누구에게나 개방이 되어있어 꽤나 민주적이랄 수 있는 이 포맷은 그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에 신선했기 때문에 5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162개 도시에서 같은 이름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도 포함되어 있구요.









상하이에서의 페차쿠차 나이트는 이번으로 열두번째 입니다. 이번에는 Anken Green이라는 오래된 공장 건물을 개조한 오피스에서 열렸는데요. 이번 페차쿠차 상하이는 이전과는 달리 한가지 주제를 정했습니다. (원래는 딱히 발표자들의 주제가 없는 것이 콘셉트이지만) 'Green'이라는 단어로 환경문제에 관한 아이디어만 발표하기로 말이죠. 지난번 얼반 호텔 Urbn Hotel 을 소개드릴 때도 언급했지만, 세계공장인 중국에서의 환경문제는 누구에게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발표를 하는 이날의 콘셉트는 매우 시기적절해 보였구요.





줄을 서서 입장하려는 사람들.




입장권은 다름 아닌 벽돌 하나! 하하하. 입장료로 40위엔을 지불하면 종이 꼬리표가 달린 벽돌 하나를 줍니다. 이 벽돌을 빠에 건내면 무료 맥주나 음료 등이 제공되구요. 이 벽돌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집을 짓는데 쓰인다니 일종의 기부인 셈인가요. (아, 콘셉트 마음에 든다@!)




빠 뒤쪽 편에는 그렇게 건내받은 벽돌로 GREAT란 단어를 만들어 놓았군요.




그곳에서 만난 디자이너 한명과 얘기를 나누던 중, 벽돌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왜 무료 음료를 일회용 컵에 제공하는 거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였습니다. 평소에는 크리에이티브 관련 종사자들이 주를 이룬 반면 이날은 특히 저널리스트나 잡지 편집장 들이 많이 참석했더군요. 발표자 중에도 저널리스트들이 몇 있었구요.












단점이랄 것 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에게 개방이 되어 있는 발표인 만큼 발표자의 수준에 따라 청중들의 관심도는 천차만별입니다. 그것도 6분 40초의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겉핥기식 발표인 만큼 더더욱 말이죠. 별것 아닌 얘기라도 재밌게 발표하면 금새 발표장을 웅성이게 만들수 있으니까요. 이날 가장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받았던 이는 중국 디자이너 제쓰로 챈 Jethro Chan이었습니다. 재활용 폐지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만드는 소파와 테이블을 선보였는데요.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실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해 보고싶게끔 만든 그의 디자인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그의 작업을 보시려면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http://venatao.blogspot.com/ 에 방문해 보시길.





제쓰로 챈의 발표 모습.




이 슬라이드는 그가 그의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작업도 공간 한켠에 전시해 놓고 있었습니다.




전 그의 발표 중, 이 슬라이드가 가장 맘에 들었는데요. 누군가는 종이로 이런 아트를 하지만 자신은 같은 재료로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그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아트를 폄하하자는 건 절대 아니지만, 콘셉트도 신선하지 않고, 주제도 잘 모르겠고, 아티스트의 공이 들어간 것도 아닌듯하고, 그렇다고 딱히 이 작품이 세상에 존재해야하는 이유도 궁금하지 않은 그런 아트피스를 마주할 때 개인적으로는 무척 당황스럽거든요. 물론 그런 관객의 반응 역시 내 작업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면. -_-;; 항상 내 결과물에 대해 '설득'을 해야만하는 디자이너 입장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전시장 곳곳의 모습입니다.









벽돌을 티켓으로 써서 그런지, 스태프들도 공사장 안전모를 쓰고 있습니다.




이날의 마지막 발표자는 이미 소개드린 바 있는 얼반 호텔 Urbn Hotel을 디자인한 건축가 사샤 실바입니다. 가급적 폐자재를 이용해서 새집을 짓는 그의 작업 스타일 상, 오늘의 주제와 잘 부합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차쿠차에 관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인 http://www.pecha-kucha.org/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또 서울에서 열리는 페차쿠차 나이트 서울의 다음 행사는 내년 1월 19일 밤이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http://www.pechakucha.or.kr/ 를 확인해 보시길. 이미 영화감독 이명세씨, 패션 디자이너 하상백씨, 정구호씨, 최범석씨,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치호씨, 사진작가 조선희씨, 이건호씨 등등 쟁쟁한 크리에이터들이 발표자로 나선 페차쿠차 나이트 서울의 다음 주인공이 되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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