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파시즘과 ‘제관양식’, ‘한국적 건축’의 관계

김종균 (한국디자인사학회 논문집, 디자인사연구 통권1호, 2021.2.) 

출처 : 한국디자인사학회 designhistory.kr/kr

원문 : designhistory.kr/kr/search/the-connection-between-fascism-imperial-crown-style-japanese-architecture-and-korean-architecture

요약

이 연구는 파시즘 시대 건축의 배경, 목적, 조형적 특징 등을 살펴보고, 이중 특히 일본 파시즘 디자인의 특징과 한국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헌연구를 통해 고대 로마, 근대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의 대표 조형양식과 특징을 살펴본다. 이중 1930년대, 일본 파시즘 시대를 대표하는 ‘제관양식’ 건축의 발생과 특징, 변화과정,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당시 식민지 국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1960–70년대에 등장한 소위 ‘한국적 건축’과 제관양식 건축을 비교 분석하여, 공통점을 찾고 영향관계를 유추해 본다. 아울러, 당시에 한국사회에서 진행된 다양한 민족주의 논의와 정치적 이벤트들과 일제 강점기, 일본의 활동내용을 결부하여 비교한다. 일제 파시즘 건축양식인 제관양식은 많은 부분에서 1960–70년대 국내에 등장했던 한국적 건축과 극히 유사하다. 당시 군부의 문화, 예술의 통제나 활용 경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적 건축은 일제 제관양식을 롤모델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1960–70년대 등장한 한국적 건축은 파시즘 시대의 건축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파시즘 건축으로 규정할 수 있다.

연구 목적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조형작품은 당대를 대표하는 특정한 스타일(양식)을 따른다. 디자인 양식은 개인별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다. 신고전주의가 옳다거나 모더니즘이 나쁘다는 식의 윤리적 판단은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다. 특수한 정치・사회상황에 따라, 특정 디자인 양식이 특정한 정치성을 띠거나, 상징성을 가지게 될 경우 양식의 우열을 논하기도 했다. 순수미술에서는 냉전시기, 사실주의와 추상미술이 각각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대표양식으로 선전되며 서로를 부정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히틀러(Adolf Hitler)는 과거 신성로마제국(962–1809)이 정복지를 억압하고 제국의 위용을 과시하던 건축 양식과 상징을 차용하여 독일 나치의 정치 선전물로 활용했다. 나치 시대 건축물은 늘 건축 이면에 내재한 권력의 의도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었고, 디자인 양식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뒤따랐다. 문양이나 장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징성을 띤 장식, 예컨대 독수리 문장 등은 역사 이래로 늘 지배자의 신격화된 권위와 권력의 정통성을 강요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이슬람까지 독수리는 불사조이자 하느님의 사자로 신성하게 여겼다. 독수리 문장을 사용하는 권력자는 신의 권력을 사람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자,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고, 신의 사자였다. 로마의 제국주의를 선망한 프랑스의 나폴레옹 역시 독수리 문장을 사용했고, 독일 히틀러, 이탈리아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역시 독수리 심볼을 모든 군복에 패착하고 다녔다. 현대인은 디자인 속에서 등장하는 독수리 문양을 통해 제국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파시즘을 읽어 내게 된다. 파시즘이 지향했던 신고전주의 건축도 독수리 문양과 마찬가지로 2차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이 경우, 양식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어려워지고 윤리적 판단이 가해지기도 한다. 신고전주의 건축은 파시즘 건축으로 폄하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파시즘 건축의 일반적인 특징을 살피고, 그 중 독특한 양상을 띠었던 일본 파시즘 건축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아울러,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등장한 소위 ‘한국적 건축’의 특징을 살피고, 파시즘 건축과의 상관관계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목차

1. 서론

2. 파시즘과 신고전주의

3. 일제 파시즘과 제관양식

4. 제관양식과 한국적 건축

5.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