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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실련 안전정책연구소] Safety Now & Future : 산업안전과 서비스 디자인 - 염명수

몇 년 전만 해도 산업안전과 디자인이 한자리에서 논의하거나 상호간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산업안전은 사람중심의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만나면서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 이슈-산업안전과 디자인이 제1차 산업혁명을 통해 동시대에 발현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각 분야에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발전되어 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가는 시점에서야 서로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 세대에 이루어왔던 성과들을 기반으로 진화된 인간중심의 관점이 보다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인간중심의 디자인이 산업안전의 구체적인 실천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산업안전 이슈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산업안전은 산업혁명이후 인류사에 가장 어려운 난제로 대두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정책과 관련 기술, 변화가 이 부분에 이루어졌다. 가장 안전에 취약한 광산산업의 경우에도 현저하게 사고율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세기의 산업현장에서의 사고율은 세계적인 안전에 대한 정책 및 제도의 강화, 사회적 각성과 인식의 제고, 그리고 관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현저히 감소하게 되었다고 한다.

 

 

 

Rate of fatal injury per 100,000 workers.

출처: SAFETY AND INDUSTRY 4.0, David Hughes, 2018, uk.safestart.com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산업이 현대화되면서 발전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의 변화, 사고 현장이나 일하는 방식의 개선, 사고 예방을 위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관련 기술 개발 등이 사고율을 줄이는데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자체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산업안전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하인리히의 산업재해모델은 이와 같은 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하인리히 도미노 이론 모델

출처: 안전사각지대 발굴 및 효과적 관리 방안 연구, 정지범, KIPA, 2015 

 

 

하인리히 도미노 모델의 가장 핵심은 인간을 사고의 중요한 요인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 결함이나 불환전한 행동과 사고와의 관련성을 제시한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와 같은 관점이 사고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산업안전의 주체를 작업자라는 인간을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과 인간의 결함. 불완전함의 동인이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내가 산업안전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매우 중요했던 이론적 기반이었고 작업자 중심의 산업안전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실천방법을 고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도미노 이론은 이후 많은 사고원인 이론의 기초가 되었고이를 재해석하고 특히 조직 및 관리의 측면을 강조한 

다양한 이론(대표적으로 버드(Bird, 1974)의 신도미노 이론 등)들의  출발점이 되었다. (Abdelhamid and Everett, 2000)

출처안전사각지대 발굴 및 효과적 관리 방안 연구정지범, KIPA, 2015


  

위의 글을 통해 산업안전 전문가와 안전디자인 전문가가 다른 방향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안전전문가는 도미노 이론을 통해 조직 및 관리의 측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산업안전의 해결책을 모색했다면 안전디자인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결함, 그리고 동반하는 심리적 불안까지 작업자 입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 산업안전에 대해 고민하는 디자이너는 어두운 작업환경에서 위험물 사이를 활보하는 작업자, 불편한 자세로 몇 시간씩 버텨야하는 작업 공간, 몸에 맞지 않는 보호구속에서 땀을 흘리는 작업자들의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업자의 불안, 불완전한 행동을 유도하는 이슈와 개선예시

출처 : 울산산업단지 안전디자인 가이드라인 (2015) 외  

 

 

산업혁명의 기초위에 태동한 디자인 역시 처음에는 스타일, 혹은 상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시작으로 발전했다. 글로벌 기업의 성장과 발전의 전환점에는 언제나 디자인이 제 역할을 했던 기록들이 남아있다. 덕분에 디자인은 기업의 성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사회문화의 대표적 표상으로서 성장해왔다. 디자인이 사회적 문제, 혹은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해서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미국 및 영국에서 가장 먼저 선도하기 시작한 몇몇 프로젝트와 방법론이 대표적이다.

상품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을 봐야 한다는 ‘Thinking big’을 주창한 작은 디자인 컨설팅회사 IDEO는 세계적인 기업이자 글로벌 사회활동기관으로 확장되었고, 스타일이 아닌 문제해결의 프레임워크로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정부가 활용하는 방법론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디자인 진흥기관인 Design Council은 건강보건의 문제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정리한 서비스디자인 프레임워크를 활용하기 시작해 공공부분의 디자인 활동을 구체화하고 전략적 활동이나 방법론으로서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성과를 거두었다. 이렇게 미국과 영국, 기업과 기관에서 각각 출발한 디자인 씽킹과 서비스디자인은 유사한 방법론과 도구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인간 중심의 관점이다.

 

 

 

 

개인, 기업 혹은 사회의 문제 역시 인간 개인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진짜 문제’, 즉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 이러한 방법론들은 디자인계는 물론 제3,4차 산업혁명을 통해 혁신의 방법론을 찾는 기업에게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포화된 시장경쟁 속에서, 편만한 기술수준의 돌파구로서 새로운 기회와 혁신이 필요한 기업에게 인간 중심의 니즈를 중심으로 새로운 상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또한 이와 같은 방법론은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들지 않아서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었고, 비용대비 매우 효과적인 성공사례도 많아졌다 덕분에 오늘날 대표적인 스타트업 양성기관들이 앞 다투어 인간중심의 디자인 씽킹, 혹은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이 성과는 사실 앞서 논한 2가지 산업사회적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전후해 급속히 발전한 디지털 혁신과 산업사회의 발전을 통해 성장한 인간의 욕구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인간의 욕구에 기대하기 위해 노력한 기업만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브랜딩 순위에서도, 디자인 경영의 지표에서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소외되었던 인간의 욕구를 해소하는 디지털 제품은 물리적인 제품을 제치고 산업의 주류로 급부상하였고, 이 디지털 세상에서 더욱 개인화된 인간이 사회의 주류가 되고 있다.

 

 

 

출처: Human Rights in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Industry’s role and responsibilities, Kathy Baxter, 2018, medium.com

 

 

산업환경의 변화맥락도 다르지 않다. 3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산업구조의 변화.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된 제조방식의 진화, 그리고 이미 자아실현을 기대하는 욕구수준을 가진 인간이 노동인구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작업자는 더 이상 과거의 단순노동을 넘어선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작업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산업구조의 변화나 제조방식의 변화보다 산업안전의 최우선과제가 되어야 한다. 작업자는 직장에서 산업현장에서 개인으로서 자신을 보호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보람과 성취를 원한다. 또한 작업자의 역할과 위상도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작업자의 역할 변화 

출처: 4차 산업혁명과 안전보건, 천성현, 월간 HR Insight. 2017

  

 

인간중심의 관점과 디지털 산업환경을 고려한 산업안전은 더 이상 관리나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작업자 자신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주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작업자의 역할과 위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작업자가 미래 사회의 동력이라는 점, 그리고 위험한 현장일수록 디지털 개입이 높아지고 있는 경향을 이해한다면 작업자는 더 주체적인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로봇과 같은 자율성이 높은 디지털 기기,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된 프로세스, 온오프라인 공간을 플랫폼으로 일하는 작업자가 직면하는 안전문제는 기존의 물리적 산업안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산업환경의 변화와 안전디자인 접근방법

 

 

로봇과의 협동, 디지털 트윈의 공간을 활보할 수 있는 역량, 더 복잡해지는 기기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용관리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디자인은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더욱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시니어나 장애가 있는 작업자도 일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포용적인 디자인(Inclusive Design)은 이미 Microsoft의 주요 아젠다가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작업자 중심으로 편의성과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은 일반적인 작업기기나 시스템을 설계하는 핵심원칙이 되어야 한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기기나 시스템도 당연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은 기기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중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기도 하지만 제조 방식이나 작업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에도 매우 효율적인 방법론이다. 위와 같은 디자인 접근법은 기획, 설계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 사전에 문제를 파악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이 가능하며, 적용했을때의 적합성과 타당성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통합적 방법론 중하나이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비용대비 가장 효용성이 높은 접근법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산업안전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서 사후 대응이 아니라 예방적 차원으로 전환적 국면을 맞이한 것처럼 서비스 디자인 역시 디지털 시대에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산업혁명을 통해 전혀 다른 층위에서 출발한 두 가지 분야가 4차례의 산업혁명과 사회적 맥락을 지난 후 새로운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드디어 조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장 중요한 가치, 인간-작업자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협업의 기회가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글 : 염명수 아이엔엑스 책임디자인컨설턴트(jeana24@naver.com)

출처 : 안실련 정책연구소(safelife.or.kr/bbs/board.php?bo_table=press&wr_id=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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