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발행 예정인 새로운 지폐의 시안은 작년 초 총 여덟 팀의 디자인 회사를 대상으로 초청 형식으로 치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되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밝힌 대로 화폐로서 갖추어야 할 안전장치, 즉 훼손과 위조, 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요소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지폐 디자인의 변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쨌든 노르웨이의 새로운 지폐는 발표 직후 노르웨이 현지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대체 이 지폐의 무엇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긴 것일까.
바다, 노르웨이의 정체성
화폐는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국기 다음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제2의 얼굴’이란 말처럼 국가의 정체성 표현에 탁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위인, 유적, 자연경관, 동식물 등을 등장시키곤 한다. 이번 노르웨이의 새로운 지폐 주제는 바로 바다(the sea)였다.
피오르(fjord) 해안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해안선이 가장 긴 국가로 꼽힌다. 그 길이가 무려 8만 3천km에 달할 정도다. 노르웨이 경제에서 바다와 관련된 수산업과 유전 산업은 국가의 기간 산업으로 간주된다. 주거 지역 또한 해안에 밀접해 있어 대부분의 노르웨이인에게 바다란 옛 바이킹 시절부터 익숙한 공간이다. 즉 그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국민의 삶 깊숙이 들어온 바다는 노르웨이라는 국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셈이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디자인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며 복수의 회사를 지목했다. 즉 지폐의 앞면과 뒷면의 디자인이 각각 다른 회사의 작업이다. 앞면은 ‘메트릭 시스템(The Metric System)’의 ‘노르웨이인의 삶의 공간(Norwegian Living Space)’이 선정됐고, 뒷면은 ‘스뇌헤타(Snøhetta)’의 ‘경계의 아름다움(Beauty of Boundaries)’이 차지했다.
등대, 배 등 노르웨이인과 바다와의 공간적인 접점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메트릭 시스템의 작업은 노르웨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지폐에 필요한 보안 요소를 담기에 적합하며, 동시에 개방적이고 밝은 노르딕 문화의 전형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폐 앞면에는 특정 모티프와 해양 알파벳을 나타내는 깃발이 있다. 알파벳의 합은 노르웨이(NORGE)다. ©Norges 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