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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바꾸는 디자인] 전기자동차

 

생활을 바꾸는 디자인

전기자동차

자동차의 오래된 미래가 온다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Benz Patent-Motorwagen)’ 1호

 

 

자동차의 오래된 미래


21세기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곳곳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로 인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석유를 연소하여 엔진을 가동하는 기존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전기 자동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 모터와 전기 배터리를 이용하는 친환경적인 작동 원리 덕분에 소음도 없고, 유해물질도 만들지 않아 자동차의 미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전기 자동차. 미래적인 생김새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 터라 디지털 시대의 총아처럼 느껴지지만, 전기 자동차는 엄연히 자동차의 탄생 시절부터 끊임없이 연구되던 동력 방식의 하나였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접하다 보면 ‘자동차의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내연기관, 외연기관, 그리고 전기차

1885년 독일의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Karl Friedrich Benz)는 가솔린 엔진으로 삼륜차 모토바겐을 달리게 하며 오늘날 자동차라 불리는 운송기기의 아버지가 됐다. 이때 사용한 엔진은 엔진 내부의 연소실에서 가솔린을 태워 얻은 고온 고압의 기체로 피스톤을 움직여 엔진을 가동하는 내연기관에 속한다.

내연기관이 당시 자동차의 유일한 동력은 아니었다. 외부의 뜨거운 수증기에서 얻은 열에너지로 기계를 구동하는 외연기관인 증기 기관만 해도 19세기 초까지 교외용 버스에 적용되며 유럽에 널리 보급되었다. 비록 19세기 말에 이르러 보다 성능 좋고 간편한 가솔린 엔진의 득세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증기 자동차를 밀어낸 가솔린 자동차조차 당시 자동차의 주류는 아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전기차였다.

 

당대 최고의 인기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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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99년의 ‘라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는 시속 100km/h를 넘은 총알차였다.

2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전기자동차

 

이미 1830년대부터 크고 작은 실험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기가 발명되고 전기 모터도 개량되면서 전기 자동차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가솔린이나 증기 자동차와 비교해 냄새와 진동, 소음이 적고 무엇보다 운전 조작이 간편했기 때문이다. 1912년에는 전기 자동차가 그 어떤 방식의 차량보다 많이 팔리며 생산과 판매의 정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드자동차의 대중차인 ‘모델 T’가 내연기관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미국 텍사스에서 대량의 원유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수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편 동력원인 석유마저 저렴해지며, 가솔린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에 다다르게 된다. 결국 가솔린 자동차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무거운 배터리 중량과 충전 소요 시간 등의 문제로 전기 자동차는 순식간에 자동차 시장에서 증발해버렸다.

자동차란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사륜차’라는 정의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이용 장려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더해지면서 전기자동차는 다시 우리 눈앞에 출현했다.

 

 

21세기의 전기 자동차


전기자동차의 정의는 전기를 에너지 삼아 전기 모터를 돌리는 자동차를 뜻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Electric Vehicle의 약자인 EV로 통칭되는데, 업계에서는 전기 자동차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경우도 EV에 포함하며 그 범위를 다소 넓혔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2020년을 기점으로 기존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이 감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2050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14%까지 급격히 하락한다. 그 감소 지분은 PHEV와 EV, FCEV가 나누어 가진다.

 

EV : 순수전기차

테슬라 ‘모델 X(Model X)’

 

통상적인 전기 자동차의 정의에 충실한 순수 전기차. 20세기 초 시장에서 퇴출된 후, 1995년 GM이 ‘EV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전기차를 시장에 도입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출시 2년 만에 모두 수거되어 2대만 남기고 전량 폐기됐다. 그 이후 21세기 들어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Tesla)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EV 메이커로 떠올랐다. 리튬-이온 전기 배터리로 전기 모터를 구동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성능이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전기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터라 내연기관이 마주하는 환경 문제를 온전히 잡아내며 그린카의 기수로 떠올랐다.

 

HEV : 하이브리드 전기차

토요타 ‘프리우스(Prius)’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약자. 가솔린 엔진 등의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갖춘 자동차를 뜻한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만 내연기관이 움직이고 그 이하로는 전기 모터로 달리기 때문에 연비를 끌어올린다. 전기 모터는 차량이 주행하며 자연스레 생겨나는 전기 에너지를 활용하는 편이다. 1997년 출시되며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이며,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을 병행 출시하는 메이커들이 늘고 있다.

 

PHEV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아우디 ‘이-트론 스파이더(e-Tron Spyder)’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기존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EV의 특징인 전기 배터리를 내장하며 진화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다. 내연기관을 그대로 활용하며 EV적인 요소를 함께 갖추었기 때문에, 보통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연비도 좋고 훨씬 친환경적이다.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맞춰,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PHEV 개발에 뛰어들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기존 자동차 디자인을 크게 변형하지 않은 양산형 모델이 나오면서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얻고 있으며, 또 한편 아우디의 ‘e-트론’이나 BMW의 ‘i8’처럼 콘셉트카를 그대로 옮긴 듯한 차량들이 미래주의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FCEV : 수소연료전지차

토요타 ‘미라이(Mirai)’

 

수소연료전지차는 천연가스에서 정제한 수소를 전용 연료 전지 탱크에 저장한 후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는 원리로 움직인다. 몇 분 만에 수소를 완충해 수백 km를 움직이지만, 그 부산물은 깨끗한 수증기에 불과하기에 ‘궁극의 차’라 불린다. EV와는 에너지의 원천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움직이기 때문에 EV에 포함되기도 한다. 얼마 전 양산을 시작한 토요타의 ‘미라이’가 수소연료전지차 시대를 열고 있다.

 

 

전기차와 자동차 디자인


자동차의 기본 골격이 무너지다

전기자동차의 특징은 앞서 이야기했듯, 에너지원을 석유에서 전기 배터리로, 에너지 발생 기관을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일정한 형태를 이루는 내연기관(예를 들어 엔진, 변속기, 냉각기)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GM ‘하이-와이어(Hy-wire)’ 콘셉트 카. 차례대로 외관, 프레임, 내부 모습

 

2002년 선보인 GM의 ‘하이-와이어’ 모델은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 연료통을 차량의 바닥에 배치하고 모터는 4개의 바퀴에 따로 달아, 정사각형의 플랫폼을 제외하곤 디자인의 제약이 사라졌다. 즉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배치할 자리를 빼면 나머지 부분이 온전히 자유로운 영역으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케이블카처럼 앞과 뒤가 평평한 새로운 형태뿐 아니라 기존 구조와 외관을 어떻게 변형한 전기차를 마주하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극대화된 전기차의 모습, 기대되지 않는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다

전기차의 재등장과 대중화는 자동차 디자인의 특질을 본질적으로 바꾸고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기존의 내연기관이 잔존하기 때문에 혁신이 아닌 변형을 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곧 전기차의 특성이 디자인의 방향성을 좌우할 날도 멀지 않았다. 무엇보다 모든 EV에 해당하는 현실적인 지점은 바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이다. 공기 저항 계수를 줄이는 것은 언제나 자동차 메이커의 주요한 관심거리였지만, EV 시대가 개막하면서 그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BMW ‘745 Li’ 모델의 테일램프(왼쪽)와 사이드미러. 윗부분에 돌기를 만들어 공기 통로로 활용한다.

 

에너지를 전기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차는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이고 차체 디자인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료를 경량화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자동차 외장 디자인의 경우 공기와 맞닿는 면에 저항을 최소화하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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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M ‘EV1’

2 아프테라(Aptera) ‘2e’

3 닛산 ‘리프(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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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을 최소화하는 차체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앞뒤가 오리 주둥이처럼 길고 부드럽게 유선형으로 표현되는 디자인이다. GM의 ‘EV1’, 아프테라 모터스의 ‘2e’에서 그 모습을 전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주차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점을 야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EV는 바나나 중간을 칼로 자른 듯 자동차 뒷부분이 급격하게 잘린 디자인을 선택하곤 한다. 토요타의 ‘프리우스’같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비롯해 닛산의 ‘리프’ 등 순수 전기차까지 이런 특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자동차에서 공기의 흐름을 유연히 보내기 위해 마련하는 디자인적 장치 중 눈에 확연히 보이는 부분이 바로 박리점이다. 자동차가 앞으로 나서면 공기의 저항을 받게 되는데 차체의 구조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고 와류가 생기곤 한다. 이때 와류 현상을 초래하는 공기를 마치 껍질이라도 벗기듯 잘라내는 박리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자동차 후미 부분에서 디자인적 요소로서의 박리점을 뚜렷이 발견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 소나타’(좌) 일반 ‘소나타’(우) 후미 비교 <사진 제공: 구상>

 

위 사진은 현대자동차 소나타의 기본형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후미를 비교한 것이다. 잘 보면 곡선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기본 모델에 비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종이를 접은 듯한 각진 선을 지니고 있다. 이게 바로 공기를 잘라내는 박리점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이다. 전기자동차 후미의 외장 디자인에서 박리점은 꽤나 명쾌하게 보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자동차 차량을 분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각 요소로 꼽힌다.

 

공기역학 실험을 하는 GM의 전기차 ‘볼트(Volt)’, 후면에 잡힌 각에 주목해 보시길.

 

 

디지털에 아날로그를 더하다


전기차는 진동과 소리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내연기관과는 달리 태생부터 디지털의 특성을 띠고 있다. 비록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21세기 들어 새롭게 생을 시작하는 전기차는 그만큼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BMW에서 내놓은 순수전기차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i8’을 보자. 기존 BMW 에서 추구하던 미학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헤드라이트와 그릴에 엿보이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조금만 바꾼다면 다른 회사의 차량으로 오인할 정도다.

 

BMW ‘i3’

BMW ‘i8’

 

이런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동시에 전기차의 약점이기도 하다. 친환경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가솔린 차량보다 강력한 비교우위가 없는 상황인지라, 너무 혁신적인 디자인은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자아낼 수도 있다. 현재 상용 시장에서 성공한 EV 차량들을 보면 기존 자동차 디자인의 특징을 함께 가져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Model S)’

테슬라 ‘로드스터(Roadster)’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자동차 디자인에 혁신을 두기보다 같은 가격의 고급 가솔린 자동차와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우아하고 안정적인 디자인을 선택했다. 기존 프리우스 스타일의 EV가 연비와 친환경을 주요 장점으로 외쳤다면, 테슬라는 실생활에서 충분히 디자인 만족감을 주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테슬라의 첫 자동차인 스포츠카 ‘로드스터’만 해도 기존의 스포츠카 프레임을 그대로 빌렸고 두 번째 자동차인 ‘모델 S’는 럭셔리 브랜드인 재규어와 마세라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프리우스를 타며 환경론자임을 드러내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테슬라 ‘모델 S’ 출시 후 애마를 금세 바꿀 정도였다.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는 단지 차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소음의 전기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가 갖는 야성의 기계 느낌에 매혹된 사람들에겐 아무런 매력을 주지 못한다. 마세라티만 해도 부릉부릉 거리는 배기음에 매혹되었다는 공고한 팬층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아우디 ‘e-트론’의 경우 가상의 배기음을 따로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이런 종류의 시도는 전후방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경고를 주는 안전의 영역뿐 아니라, 아날로그에 흠뻑 빠진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포인트로서 향후 전기차 디자인의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미래의 자동차 문화를 바꿔갈 전기자동차. 앞으로 어떤 혁신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충분히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지구를 지키는 녹색 디자인은 기본이고 말이다.

 

 

인터뷰 및 자료 제공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샘 리빙스턴(Sam Livingston) 영국왕립예술대학(RCA) 교수, 파트릭 르 케몽(Patrick le Quément) 전 르노그룹 디자인총괄 수석부사장

 

발행일 : 2015. 07. 02.

 

 

  • 전종현

    디자인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디자인 저널리스트.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마치고 월간 <디자인>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코리아 편집 위원, 월간 <웹> 기획 위원, 월간 <디자인> 객원 기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디자인과 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DRS 4: 도시의 시간], [서울 디자인 15 풍경] 등 몇 권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고 <허핑턴 포스트> 한국판 블로그에 디자인 칼럼을 올리곤 한다.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와 AAJA(Asian American Journalists Association) 정회원이다.

  • 제공 한국디자인진흥원

    유형의 사물에서 무형의 경험까지,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디자인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본 연재는 네이버캐스트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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