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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바꾸는 디자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생활을 바꾸는 디자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이제는 입는 디바이스다

 

 

 

들고 다니는 것으로 부족하다, 이제 입는 디바이스다


1979년 소니에서 출시한 최초의 워크맨이 등장하기 전까지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곧 이전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83년 세계 최초의 휴대폰 모토로라 ‘다이나택 8000’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할 수 있는 전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워크맨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휴대용 기기의 역사는 40년이 채 안 됐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끈 디자인 혁신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손 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스마트폰을 매일 들고 다니기에 이르렀다. MP3, 디지털 카메라, GPS 등 다양한 휴대 기기의 기능을 다 갖추고 있으니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만 몸에 착용하거나 부착하여 사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등장은 또 한번의 디자인 혁신을 예고한다.

 

 

손목에서 시작된 웨어러블 디바이스

 

손에 들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몸에 착용하는 형태로 디자인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생활 속에 가까이 있다 못해 몸의 일부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입을 수 있는 티셔츠와 바지부터 시작해 안경, 팔찌, 시계와 같은 액세서리, 그리고 신발에 이르기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형태는 다양하다. 특히 일찍 자리 잡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디자인은 손목 위에서 시작됐다.


2012년 1월 출시한 조본 ‘업’.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초기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손목에 차는 형태가 많았다. 퓨즈 프로젝트(fuse project)의 이브 베하(Yves Behar)가 디자인했다.

 

나이키 ‘퓨얼밴드’, ‘핏빗’, 조본 ‘업’ 등 손목에 차는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운동량과 수면 시간, 수면의 질 등을 체크하고 기록하며 체계적으로 필요한 운동량을 관리해주는 기능을 하면서 모바일 헬스 케어 시장을 주도해왔다.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하루 24시간 기록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 습관과 운동량을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건강 목표를 제시하고 관리하는 것. 항상 몸에 붙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앞으로도 헬스 케어 관련 기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손목으로 옮겨 간 스마트폰


헬스 케어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계속해서 그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IT기기의 최대 관심사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스마트폰의 기능을 돕는 스마트 워치로 옮겨갔다. 시간을 알려주는 기존 시계의 기능에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도 알림이나 메일,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것.

 

 

2012년 킥스타터에서 펀딩 받으며 스마트 워치 시장을 선점한 페블.

 

 

2012년 킥스타터 펀딩으로 주목 받으며 일찌감치 스마트 워치 시장을 선점한 페블(pebble)의 탄생 비화를 들으면 현재 스마트 워치의 주요 기능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모든 걸 손목에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페블 테크놀로지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휴대폰을 120번 꺼내 본다는 조사 결과를 알게 된 후 페블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스마트폰과 독립적인 기능을 갖춘 스마트 워치들이 출시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페블은 최근 킥스타터에서 컬러 E잉크를 적용한 후속작 ‘페블 타임’을 공개했다. 페블의 두 번째 프로젝트 ‘페블 타임’은 2033만 8986달러를 투자받았다. 2015년 6월 3일 기준 킥스타터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받은 프로젝트다. 2012년 단 2시간 만에 목표 금액 10만 달러를 달성하고, 28시간 만에 100만 달러를 모금하며 총 1026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받은 페블은 최근 후속작 ‘페블 타임’으로 2033만 8986달러를 투자받으며 킥스타터 사상 최고 모금액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흑백이었던 디스플레이는 컬러 E잉크를 탑재하며 컬러로 바뀌었고,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7일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기존에 비해 20% 슬림해진 두께로 편의성을 높이고, 22mm 표준 규격 스트랩을 사용해 자유롭게 교체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로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패션 기능을 담당하는 액세서리로서의 ‘시계’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할까.

 

 

 

왼쪽부터 모토로라 ‘모토 360’, 삼성 ‘기어 라이브’, LG ‘G 워치’. 2014년 구글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개발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웨어’를 공개하며 다양한 스마트 워치를 소개했다.

 

페블이 후속작을 내는 동안 애플, 삼성, LG, 모토로라 등의 기업들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3년 삼성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스마트워치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공급하는 구글은 2014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해 개발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웨어를 공개하면서 첫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로 모토로라 ‘모토 360’, 삼성 ‘기어 라이브’, LG ‘G워치’를 소개했으며 이는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 워치 출시를 가속화했다.

 

 

애플은 2014년 9월 9일 ‘애플 워치’를 발표하고, 2015년 4월 10일 출시했다. 기술력과 패션이 결합된 ‘디자인 테크놀로지’를 보여주는 ‘애플 워치’는 스마트 워치의 영역을 IT를 넘어 패션 분야로 넓혔다.

 

그리고 2015년 4월 10일 애플워치가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완전한 스마트워치 시장이 형성됐다. 조너선 아이브의 말처럼 기술력과 패션이 결합된 ‘디자인 테크놀로지’를 보여준 애플워치는 총 3개 디자인 라인, 2개 사이즈에 6종류의 스트랩으로 총 34개의 각각 다른 버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스마트 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영역이 IT를 넘어 패션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 워치로 변신을 시도하는 시계 브랜드


스마트 워치의 등장은 세계 시계 산업을 이끄는 스위스 전통 시계 브랜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바젤 시계 보석 박람회에서 지난해부터 스마트 워치 섹션이 따로 마련된 것. 한때 전자시계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었던 스위스 시계 산업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 워치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한 아날로그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바젤 시계 보석 박람회에서는 불가리, 게스, 몬데인 등의 브랜드가 기존 아날로그 시계 디자인을 기반으로 스마트 기능을 더한 스마트워치를 선보였으며, 태그호이어는 구글,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워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몬데인의 스마트 워치 ‘헬베티카 No 1 스마트(Helvetica No 1 Smart)’.

 

스위스 철도 시계, 헬베티카 시계 등으로 스위스 시계 산업의 대명사가 된 몬데인(Mondaine)은 헬베티카 워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움직임 등을 추적하는 트래커와 센서를 장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과 소통하는 모션 X(motion X) 기술을 차용한 ‘헬베티카 No 1 스마트’를 선보였다.


시계를 바꾸는 대신 스트랩에 기능을 더한 몽블랑의 ‘스마트 스트랩’.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대명사 몽블랑은 아날로그 시계를 바꾸는 대신 스트랩을 바꿨다. 길이 40mm, 너비 14.2mm의 OLED 스크린을 가죽 스트랩에 장착한 것인데 스트랩만 바꾸면 어떤 아날로그 시계도 스마트 워치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시계 브랜드들은 아날로그 시계의 멋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테크놀로지의 편리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쓰기만 하면 눈앞에 가상 세계가 펼쳐진다


시계 외에 대표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또 다른 형태는 안경이다. 2012년 구글이 발표한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0 발표현장에서 무선 홀로그래픽 컴퓨터 ‘홀로렌즈(HoloLens)’를 발표하며 가상 현실을 만들어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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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무선 홀로그래픽 컴퓨터 ‘홀로렌즈’.

2 ‘홀로렌즈’를 착용하면 눈앞에 현실 세계와 겹쳐진 가상 세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작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홀로그래픽 플랫폼’인 윈도우 10은 개발자들이 실제 현실에서 홀로그래피를 만들 수 있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데, 홀로렌즈는 이를 활용해 실제 공간에 홀로그램을 입혀 목소리나 동작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을 만들어낸다. 허공에 뜬 스크린을 손으로 확대하거나 3D 프로그램으로 만든 결과물을 3D 입체 영상으로 미리 볼 수 있는 식이다.

모바일 전용 가상현실 헤드셋 삼성 ‘기어 VR’.

 

삼성이 선보인 모바일 전용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은 갤럭시 노트 4, 갤럭시 노트4 S-LTE와 연동해 모바일 콘텐츠를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360도 파노라믹 뷰와 넓은 시야각을 지원해 영상 속 장면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공간감을 재현해 콘텐츠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안경과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으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단순히 몸에 착용하는 제품 디자인을 얼마나 인체 공학적으로 디자인하느냐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지는 가상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냐 하는 숙제까지 던졌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자인의 미래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자인의 핵심은 도구가 인체의 연장이라는 개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 발표 당시 스티브 잡스가 터치 인터페이스를 발표하면서 손가락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포인팅 디바이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재료 과학자 존 로저스(John Rogers)가 이끄는 회사 MC10에서 발표한 ‘바이오스탬프(Biostamp)’. 실리콘 회로를 가늘게 연결해 신축성을 갖춘 반투명 회로를 일회용 밴드처럼 간편하게 몸에 붙이면 두뇌, 심장 박동, 근육 활동, 체온을 체크할 수 있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디자인은 결국 몸과 하나가 되는 디자인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시계나 안경, 헤드셋 같은 형태지만 미래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급기야 물리적인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생체 인식 바코드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워치로. 디바이스는 점점 작아졌지만, 기능은 더욱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연결하게 될 가상 현실, 그 안에서 실현될 새로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디자인은 생활 속의 디자인을 바꿀 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마저 바꿀 것이다.

 

발행일 : 2015. 07. 16.

출처

  • 김영우

    대학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영국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 컬처에 대해 공부하며 월간 <디자인> 영국 통신원으로 디자인에 관한 글을 계속 쓰고 있으며, 한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헬로 레시피(www.hello-recipe.com)’의 영국 컨트리뷰터로 활동하고 있다.

  • 제공 한국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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