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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디자인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디자인의 미래 

 

 

 

안진호 (경영학박사)
국민대 겸임교수, 디자인 칼럼리스트



인류의 역사에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해 일어난 사회, 경제 구조의 변혁을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라 한다. 이 용어는 토인비가 그의 저서인 ‘Lectures on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Eighteenth Century in England’에서 처음 사용하고, 보편화되었다.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자인은 이전의 공예라는 성격이 아닌 산업미술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하였고,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체계가 성립되었다. 이 시기의 산업구조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디자인하는 과정이 제조 공정에서 분리됐고, 현대적인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1870년에는 전기와 석유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는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 시기 산업은 제품의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였고, 작업방식을 표준화하면서 작업 능률 향상과 품질개선에 노력하게 되었다.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통하여 프로세스와 방법론 등이 체계적으로 발전하였다. 디자이너의 역할과 분야가 세분화되고, 직업으로서 안착되기 시작하였다.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하는 ‘3차 산업혁명’이 나타났다. 컴퓨터는 산업에서의 생산, 소비, 유통의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자동화하기 시작하였다. 디자인 분야도 컴퓨터의 자동화와 기술의 진화로 디자이너 개인의 감각과 역량에 기반하던 많은 것들이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진화하면서 발전하여 왔다.


2016년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됐다. 여기서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량(무인자동차),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이것은 산업에서 현실과 가상이 통합되어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의 물리적 시스템이 구축되는 변화를 의미한다.  앞으로 공장(기계)과 제품이 지능을 가지게 되고, 인터넷의 연결로 학습능력도 좋아진다는 의미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일찍부터 3D프린터를 활용하는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고, 사물인터넷 기반 환경과 자율주행차량의 UX, 서비스디자인 등의 최신 기술과 방식을 접목하여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고,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디자인에도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다른 점이 있다. 현실로 닥쳐오는 것이 현재 대부분 일자리의 소멸이다. 언급한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일자리의 미래’라는 흥미로운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의 약 65%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종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최근 KBS 다큐멘터리 명견만리 ‘일자리가 사라진다’에서도 경제가 성장할수록 일자리는 사라지는 현상을 ‘풍요의 역설’이라고 보여줬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대형병원에서는 약을 조제하는 로봇이 도입되어 약사를 대체하고 있고, 일본에는 초밥을 만들어주는 로봇이 등장하여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약사, 요리사 같은 직업을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후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직업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혹자들은 디자인이 창의적 분야로서 단순노동이 아니고, 생각하는(thinking) 분야이기에, 무조건 살아남고 번성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자동화하고 지능화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서 디자이너는 약사나 요리사와 다를 것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과 트랜드들을 조합하여 필자가 상상해 본 디자인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디자인시스템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서 시작하여 현재 시점의 모든 디자인 관련 산출물 등 수집 가능한 모든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또한,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모든 사용자 장치들은 사용자들의 반응을 수집하고, 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시스템은 색채학, 인지공학, 경영/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분석을 수행한다. 최종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디자인시스템은 최적화된 디자인 결과에 대한 해답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동시에 제시할 수 있다. 그 해답은 3D프린팅으로 연결되어 자동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지능화 된 공장으로 제품 생산을 지시하게 된다. 이런 지능화된 시스템에서 디자이너는 전체 공정을 관리할 수 있는 몇 명만 있으면 된다. 

이것은 디자이너에게는 몇 개월이 걸리는 창의적 작업을 단 몇 분,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능화된 공장은 소품종 소량생산을 손쉽게 만들어 줄 것이고,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은 디자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최적의 산출물을 조합하고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즉, 디자인의 핵심요소라는 기능성, 양질성, 경제성, 심미성 등의 창의적 작업에 대하여 사람보다 잘하는 지능화된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금 우리가 의미와 가치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 존재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1, 2, 3차 산업혁명은 디자인의 질적, 양적 구조를 팽창시켜 왔고, 디자인의 역할과 필요성을 분명하게 해줬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디자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과 가치를 만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4차 산업혁명에서 디자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디자인의 진화 방향은 3D프린팅, 서비스, UX 등으로 디자인 종류(분야)의 세분화, 고도화,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의 역할을 지금처럼 그리는(drawing) 중심이 아닌, 기획(planning)하고 관리(management)하는 등 다변화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의 관점처럼 디자인의 표현 방식과 방법론만 변화하는 생각은 안 된다. 제품의 포장수단으로서의 디자인이 아닌, 산업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려내는 역할로서 인식해야 하고,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들어가야 한다. 기존의 산업혁명에서는 유형화된 사물의 가치를 중요시 여겼고, 디자인도 독자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가치는 정해져 있거나, 그 실체를 알 수 없고, 다양한 관계와 융합속에서 기존에 없던 가치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은 스스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지능화된 시스템에 융화되고,협업속에서 가치를 만들고,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디자인의 교육과 육성도 다학재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산업과 그 역할 속에서 창의적 생각을 더 할 수 있도록 그 안에 녹여져 들어가야 한다. 미래 산업에 디자인의 가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의 독자적 시스템은 의미가 없어지거나, 약해질 것이다. 절대 순수예술처럼 별개의 존재로서 생각하면 안되고, 항상 어디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독자적 형태로서의 발전이 아니라, 모든 산업속에 녹여져 들어가야 한다. 디자인이 예술처럼 독자적으로 분야로서 인정받고,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는 디자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에 가치를 부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더 편하게 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자리의 개념은 완전히 무너진다. 여기에는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디자인이 살아남으려면 그 변화의 근본을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등을 활용하는 디자인분야의 확장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롭고, 혁신적인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디자인을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된 세상에서 디자인이 가진 창의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디자인에 접목하는 방식이 아닌, 디자인의 근본적 가치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변화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풍요속의 빈곤’의 시대에 대비하는 디자인의 생존전략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디자인의 질적, 양적 성장을 가져왔고, 역할을 분명히 해줬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은 우리가 지금 이해하는 디자인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역할과 가치가 있다. 이것을 ‘창조적 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시각화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 표현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를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형상화해 줄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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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디자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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