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링’ 아이템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키덜트 열풍과 함께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커스터마이징 소품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독특한 컨셉의 봉제 인형 키링이 이슈가 되고 있다. 원단과 봉제로 새로운 형태와 시각을 만들어 내는 선점원 작가의 ‘소프트 섬네일(Soft Thumbnail)’이 그 주인공이다. 소프트 섬네일은 생성형 AI가 만든 가상의 얼굴을 활용한 봉제 인형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선점원 작가는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원단을 이용하여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작품 제작을 시작으로, 현재는 원단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평소 사람들의 모습이나 개성을 관찰하며, 인터넷 속 사진,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이미지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 

특히 봉제 인형 키링은 부드러운 원단을 사용하지만, 각진 형태로 표현하여 어색하면서도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제작한 다양한 인물과 동물들은 이름, 나이, 라이프스타일 등 각기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Dog Master(도그 마스터)’ 시리즈의 ‘Daniel 32, Dog Walker’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32세의 다니엘이다. Coco(코코), Rocky(록키), Guma(구마), Pippin(피핀), Hani(하니), Duke(듀크)까지 총 여섯 마리 강아지들을 가상으로 만들었다. 불독 록키는 치킨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치와와 피핀은 다니엘과 함께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다니엘은 허리에 네 마리의 강아지를 매달 수 있다.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강아지들과 산책하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키링 패키지에는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어 재미를 더한다. 

‘Childman(차일드맨)’ 시리즈는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의 어린아이 감성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삶에 반영하려는 태도를 지닌 인물로 묘사했다. ‘Robert　63, Casual Attire’는 63세의 로버트도 회계사로 일하며 장난감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Anna　57, Casual Attire’는 57세의 안나로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캐릭터이다.  

필자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과거 브리가 서울에서 진행된 전시 ’카사르 칸, 에어플레인 모드’에서다. 선반 위에 놓인 카사르 칸의 얼굴이 프린트된 우주인 인형 키링이 매우 흥미로워 자료를 찾아봤더니, 전시 오프닝 초대장으로 제작된 것으로 선점원 작가와 협업한 아이템이었다.

( 카사르 칸, 에어플레인 모드 리포트 링크 : https://www.designdb.com/?menuno=1432&bbsno=1472&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w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

작가는 이 외에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서 재미있는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다. 2024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위해 제작한 ‘Jazzy Furry’시리즈는 브레멘 음악대를 연상시키는 색소폰, 당나귀, 토끼 등의 캐릭터를 깜찍한 키링으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3월, 패션 브랜드 ISTKUNST(이스트쿤스트)와 협업한 팝업 매장에는 이스트쿤스트 티셔츠를 입은 키링 아이템과 함께 대형 봉제 인형이 고객들을 맞이했다. 또 다른 패션 브랜드 polyteru(폴리테루)와의 협업에서는 폴리테루 의류를 입은 폴리테루 캣 2가지와 폴리테루 맨 6가지를 선보였다. ‘폴리테루 캣-턱시도’와 ‘폴리테루 캣-고등어’는 모두 협업한 브랜드의 블랙, 브라운 자켓을 입은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작품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종료된 KTX 개통 20주년 기념 전시 ‘JOURNEY BEYOND PLUS : 여정 그 너머’에는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 예술가 10명이 참여했다. 선점원 작가는 코레일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철도 종사자들과 KTX 의자를 재현한 작품을 제작했다. 그가 제작한 작품 ‘철도사회’는 철도 종사자들과 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승객들의 삶을 의자로 표현하고 이를 서로 얽힌 형태로 구성함으로써, KTX가 단순히 기능적인 수단을 넘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올해 초까지 진행된 전시 ‘糖葫芦简介 : 탕후루 프로필’에서도 작가만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에 앞서, 인공지능 Chat GPT의 네 번째 모델인 GPT-4가 전시 기획자로서 두 작가와 함께 인간이 경험하는 쾌락의 순간과 이후 다가오는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탕후루’와 ‘바디프로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도출했다. 두 작가는 강렬한 미각의 쾌감을 선사하는 ‘탕후루’와 SNS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표현하는 ‘바디프로필’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작품 ‘Happiness Mirage’는 탕후루의 컬러, 형태감과 바디프로필의 나체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다. 

작가는 생명체의 형태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여 새로운 형태로 표현한다. 작가의 초반 작업은 얼굴을 변형한 기묘한 형태의 가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형 등 형태학을 기반으로 입체적인 조형물을 제작했다. ‘선점원’ 이라는 필명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점선면’이라는 책을 보다가 떠오른 것이라고 한다. 디자인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인 선과 점, 그리고 원 세 글자의 구성이 마음에 들어 지었다고 한다. 첫 번째 작품인 germone01(점원01)과 germone02(점원02)는 작가 자신의 몸 형태를 최대한 비슷하게 옮긴 작품이다. 팔, 다리 두께, 허리, 머리 크기 등 자신의 몸 사이즈를 상세하게 측정하여 가장 유사하게 제작했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듯이, 작가는 자신과 가장 유사한 인형으로 표현했다. 언뜻 보면, 한스 벨머의 구체관절인형이 떠오르기도 한다. 모든 작업물을 보관할 때는 진공 팩에 넣어 보관하는데, 압축된 형태 역시도 작품의 또 다른 모습처럼 느껴진다. 

참고 자료

선점원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germone/

소프트 섬네일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oft_thumbnail/

소프트 섬네일 : https://softthumbnail.com/

서민정(국내)

mjseo@yonsei.ac.kr

연세대학교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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