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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도 어때, 새롭게 주목받는 못난이 농산물

경제 불황과 더불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는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물가를 느낄 수 있던 식재료는 바로 '과일'이었다. 국민 과일로 여겨지던 귤, 사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과 도매가가 1년 만에 2배 넘게 상승하면서 처음으로 10kg 당 9만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의 할인 지원 및 유통업계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과일 가격은 여전히 금값이다. 과일뿐만 아니라 채소 또한 그 못지 않게 가격이 상승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인스타그램 내 '집밥' 검색 화면 

ⓒ instagram.com

 

하루가 멀다 하고 식재료의 가격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외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것을 택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직접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집에서 요리를 하게 만든 것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집밥'을 검색하면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들과 더불어 집밥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의 인증 사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 needpix.com/photo/download/559266/plant-hydroponic-growth-free-pictures-free-photos-free-images-royalty-free-free-illustrations 

 

아예 직접 식재료를 키워서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상 기후로 인해 품질이 좋지 않은 농산물을 사야 했던 경험,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신선도를 잃은 식재료를 마주해야 했던 경험이 불쾌했던 소비자들이 스스로 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키워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환경, 건강면에서 낫다고 여긴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집에서도 쌈채소, 새싹채소, 샐러드용 채소 등 다양한 채소를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 인터넷에 '채소재배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을 갖춘 재배기를 만나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만 만날 수 있던 기기들이 이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어쩐지 웃플 뿐이다.

 

 


ⓒ 박민정

 

이런 가운데 '못난이 채소, '못난이 과일'로 불리는 농산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못난이'가 붙은 이 식재료들은 모양이 균일하지 않거나 상처, 또는 멍이 있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일컫는다. 시각적으로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맛이나 영양소 면에서는 상품으로 팔리는 농산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도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동안 버려져 왔었다. 어차피 버려질 상품이기에, 기존 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일들을 가리켜 '푸드 리퍼브(Food Refurb)'라 부르고 있다. 이는 '음식(Food)'과 '재공급(Refurbished)'의 합성어이며,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쉐(Intermarche)'가 2014년에 진행한 캠페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유럽, 미국 등으로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는 최근 경제적인 문제와 가치 소비 추구로 인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못난이마켓 앱 화면 

ⓒ motnany.com

 

이에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못난이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으로 산지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오픈 마켓 서비스를 운영 중인 '못난이 마켓'은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매달 3만 명이 찾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일반 농산물보다 20-50%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점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한다.

 

못난이 농산물만 골라서 정기배송하는 '어글리어스(Uglyus)' 또한 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이 서비스는 일반 농산물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소량씩,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게 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그와 더불어 '나만의 집밥 생활 테스트', 자신의 취향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집밥 레시피' 등을 통해 정기배송 받는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덕분에 재구매율은 88%에 달하며, 출시 3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23만 명, 누적 매출액 100억에 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 uglyus.co.kr/main 

 

어글리어스에 주목할 이유는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구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유통과정에서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킬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매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못난이 농산물 구매가 농산물과 농가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홈페이지에서는 '구출한 농산물'의 양과 더불어 아낀 물, 플라스틱의 양을 공개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 pexels.com/ko-kr/photo/3962285/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CU에서는 우리 농가 돕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싱싱상생'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못난이 채소를 판매해 호응을 얻었고, 이어 못난이 과일을 판매하며 그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평소에도 채소, 과일을 접하기 어려웠던 1인 가구에게 유용한 행사였다는 평을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2년 행사에 이어 올해에도 4일 동안 전국 10개 점포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청과 매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한다. 킴스클럽 또한 1.6kg 한 봉지에 1만 원 행사를 진행해 전년 동기 대비 120%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좋은 상품만 고집하던 상권마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이 단순히 식재료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트렌드에 힘입어, 화장품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에서 원료를 추출해 화장품으로 선보이는 '어글리 러블리(Ugly Lovely)'를 론칭해 화제를 모았다. 친환경과 더불어 비건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층을 공략한 브랜드로 국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 pixabay.com/illustrations/ai-generated-supermarket-grocery-8601781/ 

 

사람들이 못난이 농산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사정도 있지만, 버려질 뻔한 식재료를 구매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윤리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못난이 농산물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유통사 또한 재고 및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에 환영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내고 있는 못난이 농산물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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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트렌드 #못난이농산물 #푸드 리퍼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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