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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추종 소비가 뜬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시대기에, 이제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힘들게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언제 어디서나 검색만 하면 수천, 수만 개의 상품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물건이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 일단 선택을 하긴 했지만,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것 같은 불안감도 든다. 이런 감정을 가리켜 '포보(FOBO)'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는 '더 나은 선택에 대한 두려움(Fear Of Better Options)'의 줄임말로 선택의 기로에서 느끼는 감정, 선택 후에도 느껴지는 불안감 등을 내포하고 있다. 

 

 



ⓒ pexels.com/ko-kr/photo/1134204/ 

 

합리적으로 최적의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제품의 정보를 탐색하고, 이를 일일이 비교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 대비 성능, 즉, '시성비'를 따지는 시대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알아보고 이해하기에는 일상에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즐겨보는 콘텐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성향을 추종하여 소비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내가 추종하는 누군가가 나보다는 더 나은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소비 행태가 탄생한 것이다.

 

 


ⓒ deanlong.io/blog/facebook-ads-detailed-targeting-best-practices 

 

이런 추종 소비를 가리켜 '디토(Ditto) 소비'라고 부른다. 이는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24>를 통해 제시한 10대 키워드 중 하나이다. 여기서 '디토'는 '나도', '나 역시 마찬가지'란 의미의 라틴어로, 디토 소비는 자신과 성향이 맞는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에 따라 구매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하며 소셜미디어, OTT 플랫폼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플랫폼 내 콘텐츠 내에 다뤄지거나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가 선택하는 제품들에 친근함을 느낀다. 그래서 추종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트렌드와 맞지 않아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다면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가심비 소비', '가치소비' 와는 정반대의 행태라 볼 수 있다.

 

 


스탠리 보온병 구매 열풍을 일으켰던 틱톡 영상  

ⓒ tiktok.com/@danimarielettering/video/7301724587488759070

 

최근 디토 소비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콘텐츠는 틱톡 내의 한 영상이었다. 자동차 화재 사고 속에서도 얼음이 녹지 않았던 스탠리 텀블러의 내구성은 틱톡으로 인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스탠리 텀블러 구매 열풍을 일으켰다.

 

제품 구매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디토 소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여행 코스를 정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과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는데 있어 콘텐츠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계일주 3 마다가스카르 편  

ⓒ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MBC 공식 종합 채널 youtube.com/@MBC_officialchannel

 

영화 반지의 제왕,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참고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지구마불 세계여행',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태계일주의 경우 방영되자마자 이에 관련한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카이스캐너의 데이터에 따르면 시즌 3의 무대가 되었던 마다가스카르행 항공권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742% 증가했으며, 수도인 안타나나리보는 532% 증가했다.

 

 

 


유튜브 내 '만찢메' 검색 결과 화면 

ⓒ youtube.com

 

애니메이션, 웹툰 또한 추종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만화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 엄마인 봉미선이 입고 나온 패션 코디를 따라 하는 경우도 생겨났으며 웹툰 속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따라 하는 '만찢메(만화를 찢고 나온 메이크업)'도 화제가 되고 있다.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여주인공의 외모와 행동을 모방하는 '손민수'란 캐릭터가 화제가 되면서, 남의 것을 따라 하는 것을 보고 '손민수하다'라는 표현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웹툰이 실제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되자 '웹툰 인물 협찬'이라는 간접광고(PPL)도 생겨났다. 말 그대로 웹툰 내에서 주인공이 협찬 받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그려지는 것이다.

 

 


 

RM 투어 명소로 알려진 서울시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

ⓒ 박민정

 

문화 생활에서도 디토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다니는 미술관을 따라가는 'RM 투어'가 대표적이다. RM은 유명한 작가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전시까지 두루 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미술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시 후기를 공개하고 있는 RM을 따라 팬들은 전시를 따라다니며 이를 인증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인물로 잘 알려졌기 때문에 팬이 아닌 사람들의 발길도 이끌고 있는 중이다. 한 미술관의 경우 RM의 후기가 올라온 후, 관람객이 4배나 증가했다.

 

 


ⓒ pexels.com/ko-kr/photo/12932518/ 

 

디토 소비는 이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있어왔던 일이었다. 친한 친구, 연예인을 따라 물건을 구매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맛집을 찾은 경우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디토 소비가 이전과 다른 점은 시간 대비 효율성을 따진다는 점, 그리고 실패와 사회적인 소외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추종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콘텐츠를 선정해 복잡한 의사 결정을 줄인다는 점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맹목적인 소비가 될 수 있어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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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디토소비 #추종소비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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