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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미술관 20주년 전시,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

프랑스 출신의 작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개인전 ‘보이스(Voices)’가 리움 미술관에서 개최 중이다. 작가는 영상, 사운드, 데이터 연동, 인공지능, 생물학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공감각적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3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주요 작품 및 신작을 포함한 4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필립 파레노는 ‘시간성’을 주제로 사물 및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유기적인 전시 형태를 선호한다. 이번 전시도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사운드, 작품의 형태, 영상, 조명 등이 변화하고 움직이면서 관객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리움 미술관의 야외 전시장, 로비, M2, 블랙박스, 그라운드 갤러리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오디오 가이드가 따로 없으며, 작품마다 QR 코드를 찍으면 상세 설명으로 연결된다.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야외 데크에 탑 형태의 작품 ‘막(膜)’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서 서울의 기후, 소음, 대기오염, 지면의 진동과 같은 다양한 환경 요소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운드 생성 및 미술관 내부 설치 작품들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특히 수집된 데이터들과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조합해서 만든 사운드 작품 ‘∂A(델타에이)’는 마치 외계 언어처럼 전시장 곳곳에 울려 퍼지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미술관 로비에는 2개의 대형 스크린과 검은색 곡선 형태의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의자 역시 이번 전시를 위해 필립 파레노가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왼쪽의 스크린에서는 거의 정지된 듯한 물가의 풍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작품 ‘대낮의 올빼미’를, 오른쪽 스크린에서는 야외 데크에 설치된 막의 데이터를 반영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맞은 편에 설치된 안테나 모양의 작품 ‘일광반사경’이 ‘대낮의 올빼미’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해 미술관 건물 특정한 곳에 빛이 닿을 수 있도록 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로비에서 이어지는 M2 전시장에 들어서면 서서히 녹고 있는 눈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녹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겠지..' 생각하면서 자세히 다가가 보니, 진짜 눈사람이 녹고 있었다! 작품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이다. 시간성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작가 필립 파레노는 녹아 내리는 조각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흐름을 각인 시켜주고자 했다. 눈사람이 녹으면 매일 같이 새로운 눈사람을 교체한다고 한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들이 저마다 다른 형태의 눈사람을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인공 눈으로 만든 거대한 ‘눈더미’와 미술관 밖에 전시되어 유리 너머로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겨울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주황빛으로 물들인 전시 공간은 태양이 사라지고 멸망한 지구가 영원한 석양빛으로 물든 상태를 시각화한 작품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의 지저 인간 : 미래 역사의 단편’이다. 이 전시장 곳곳에는 물고기 모양의 헬륨 풍선들이 떠다니면서 공간 전체를 거대한 어항으로 만들었다. 작품 ‘내 방은 또 다른 어항’은 인간이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들이 관람객을 관찰한다는 역발상으로 시작된 작품으로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흐리면서 재미를 더한다. 간혹 천장에서 끼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물고기도 있었는데 꺼내주고 싶었다. 연주자 없이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위로 주황빛 인공 눈이 떨어지고, 야외 데크에 설치된 작품 ‘막’과 유사하게 생긴 ‘움직이는 조명등’은 막에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면서 미래적인 샹들리에처럼 빛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전시장 왼편으로 2개의 커다란 투명 LED를 통해 반딧불이 영상과 사운드가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영상은 필립 파레노가 직접 그린 총 238점의 반딧불이 드로잉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M2의 1층 전시 공간은 블루룸을 컨셉으로 공간을 조성하였고, 필립 파레노가 여러 협업자들과 작업한 1990년대-2000년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작가가 초기부터 협업해 온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M/M이 제작한 포스터 ‘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와 여기서 파생된 벽지 포스터들이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밝은 블루 컬러의 카펫이 깔려 있어서 공간 몰입감을 더한다. 원래 가운데 보이는 블루 컬러의 스크린에는 일본 망가 캐릭터 ‘안리’와 인공지능으로 재탄생 시킨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많은 볼거리로 서두른 탓에 필자가 방문한 순간에는 볼 수 없었다. 모든 작품이 살아있는 것처럼 작동하므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블루 스크린 뒤로 유기체 같은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섬유 유리 소재로 제작한 6인석 벤치와 24개의 유리 조명 유닛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작가 피에르 위그, 디자이너 듀오 M/M과 함께 디자인한 가구 세트이다. 2001년에 파리의 한 카페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으로 사운드에 따라서 조명이 반응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영상 작품 ‘엔딩 크레딧’은 저소득층 주택단지에서 자란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 희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다. 어두운 배경과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컬러풀한 비닐봉지 장면처럼 약간 섬뜩함이 느껴 지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하얀 벽면에 투명한 2개의 확성기가 달려있다. 각각 다른 장소와 날짜에 벌어진 특정 이벤트의 제목과 날짜, 유리가 제조된 날짜가 새겨져 있다. 하나는 F1 모나코 그랑프리 경주의 트랙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로 당시 최면술사가 청중에게 수면 요법을 위한 낭독을 방송한 사건을 담고 있다고 한다. M2의 1층 전시 공간에는 작품명들이 캘리그라피처럼 쓰여 있고, 조명이 깜빡이는 프레임 안에 있어서 이 역시 또 다른 작품처럼 보인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거대한 키네틱 공간으로 변신한 그라운드 갤러리는 빛의 공연장 같다. 모든 조명과 사물의 움직임이 사운드에 따라서 따로 또 같이 움직이고 깜빡인다. 앞의 전시 공간들이 주황, 블루 등의 컬러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면, 이 공간은 화이트와 투명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고풍의 극장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전구들로 이루어진 작품 ‘차양 연작’을 비롯해서, 벽을 따라 줄지어 설치된 LED 조명 작품 ‘깜빡이는 불빛 56개’도 소리에 따라 조명이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투명한 플렉시 글라스로 제작한 작품 ‘시계태엽’은 시간 간격을 두고 움직이며 빛에 의해 왜곡된 그림자를 형성하고, 만화에서 인물의 말을 전달하는 말풍선에서 영감받은 수많은 투명 풍선들이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가벽처럼 생긴 작품 ‘움직이는 벽’은 사운드에 맞춰 천천히 이동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특히, 그라운드 갤러리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퍼포머가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깜짝 퍼포먼스는 관람객들에게 신선함과 놀라움을 선사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퍼포머는 언어가 없는 음을 소리 내고, 이 사운드에 맞춰서 전시장의 조명이 흐려지거나 꺼지는 등 반응을 반복하면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조금 난해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풍부한 볼거리와 독특한 관람 방식으로 흥미로운 전시였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전시 장소 : 리움 미술관 야외 전시장, 로비, M2, 블랙박스, 그라운드 갤러리 

전시 기간 : 2024년 2월 28일 - 7월 7일

관람 시간 : 화-일, 10시-18시, 월 휴관

관람료 : 18,000원

예약 사이트 : https://ticket.leeum.org/leeum/personal/exhibitList.do

(미 예약 시, 현장 발권이 가능하나 입장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음)

 

 

 

 

참고 자료  

리움미술관 : https://www.leeumhoam.org/leeum/exhibition/76

 

서민정(국내)
연세대학교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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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파레노 #리움미술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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