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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나 자신이 되다, '스페이스덴티티'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Z세대(1990년 대 중반부터 2000 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세대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고, '나에게 맞는 방식의 삶'을 추구한다. 거시적인 트렌드는 더 이상 이들에게 무의미하다. 세분화된 취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기존 세대와 다르게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누구나 아는 명품을 과시하는 대신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개성과 감각을 담은 '스몰 브랜드'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 구입한다. 아예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와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브랜드를 '덕질'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공유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 박민정 

 

이런 Z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공간'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자신의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이를 인증하거나 감각적인 공간을 기획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이들에게 새로운 개성 표현 방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공간을 체험하기 위해서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할 경우에도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나에게 힐링을 선사하기 위해 또는 추억을 더해줄 의미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고가의 호텔, 리조트를 예약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취미를 즐기는 공간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진다. 청담동에 있는 도서관 '소전서림'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디자인 브랜드의 의자에서 상주하고 있는 북 도슨트가 추천해 주는 도서 추천 서비스 및 흔히 보기 힘든 아트북 등을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박민정 

 

몇 년 전부터 돌풍을 일으켰던 '팝업 스토어' 또한 이들의 성향을 저격하는 트렌드였다. 팝업 스토어는 한정된 기간 동안 제품을 만들어낸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다양한 체험을 통해 즐길 수 있게 만든 공간으로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며 팝업의 성지로 꼽히는 '성수동', 공간 자체를 '체험'하는 즐거움을 찾는 '더현대 서울'이 이런 트렌드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사랑받았다.

 

 



ⓒ 박민정 

 

이런 공간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기업 및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도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한 '사유의 방'을 시작으로 전시 관람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공간 경험을 설계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스타벅스는 '더양평DTR점', '더여수돌산DT점', '경동1960점'과 같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롯데 백화점은 잠실점에 초대형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해 '인증샷 성지'로 입소문을 타며 젊은 층의 발길을 이끌었다.

 

 


ⓒ 박민정 

 

만들어진 공간을 방문하고 인증하는 일을 즐기는 이들은 자신이 사는 일상의 공간을 꾸미는 데에도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취향이 바로 반영되는 곳이기에, 그 어떤 공간보다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사명이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아르떼미데(Artemide), 베르판(Verpan), 앵글포이즈(Anglepoise), 루이스폴센(Louis Poulsen)과 같은 조명 브랜드가 뜨거운 인기를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설립한 '세이투셰(Saytouche)'는 Z세대가 좋아할 만한, 감각적인 위트가 녹아있는 디자인으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실내를 식물로 꾸미며 자연친화를 꾀하는 플렌테리어 또한 이런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다.

 

 


ⓒ 박민정 

 

덕분에 공간을 테마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내가 꾸미는 공간을 자랑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이 꾸민 공간에 대한 정보와 꿀팁을 관람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오늘의 집', '집 꾸미기'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 및 인테리어 플랫폼에서는 자신이 잘 꾸민 공간에 대한 '온라인 집들이'나 공간을 꾸미는 팁,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공간을 꾸미는 일이 또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인테리어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 박민정 

 

Z세대의 유별난 공간 사랑은 '스페이스덴티티'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공간을 뜻하는 '스페이스(space)'와 정체성을 의미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를 합친 단어로, 공간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이들을 행동 전체를 일컫는다. 스페이스덴티티는 인증 문화와 맞물리며 배경으로만 활용되던 공간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스페이스덴티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평하고 있다. 기존 세대에 비해 다양한 선택지와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입시와 취업 분야에서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을 마주하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나 높은 스펙을 쌓아야 성공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간'을 선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세대다운 표현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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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간경험 #개성표현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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