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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내지 않고 럭셔리하게, 올드머니룩

최근까지만 해도 명품 브랜드에서는 제품에 자사의 로고를 크게 넣는 디자인이 유행했다. 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아이템들을 자랑하는 것을 즐겨 하는 이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었다. 자신의 부를 뽐내는 '플렉스(Flex)'를 목표로 명품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브랜드들은 나서서 자사의 제품을 화려하게 치장했다. 레트로 물결이 불면서 인기를 얻게 된 'Y2K' 열풍은 브랜드의 디자인을 화려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쨍한 색감에 몸매를 드러내는 디자인들은 그 어떤 트렌드보다 과장된 분위기로 가득했다.

 

 


ⓒ pexels.com/photo/bags-geanta-dama-https-goo-gl-1i5s4i-321386/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일부러 자신이 가진 부를 마음껏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나 환경 보호 및 윤리적인 면에서 우수한 브랜드들의 제품을 구매하고 이를 공유하며 가치 있는 소비를 이끈다. 플렉스처럼 기분에 따라 사치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성분, 소재를 따져보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얼마나 자주, 오래 사용할 것인지 따져보고 가장 적정한 가격에 구매하려 노력한다. 남에게 과시하는 것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쇼핑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 및 스타일도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 all-free-download.com/free-photos/download/adult_autumn_blur_clothing_daytime_fashion_girl_601926.html#google_vignette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올드머니 룩(Old money Look)'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는 트렌드일 수 있다. '올드 머니'의 사전적 정의는 '기존 상류층 가족의 상속 재산' 또는 '상속 재산을 소유한 개인, 가족 또는 혈통'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자신의 부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 계층을 설명하는 단어로 자수성가한 뉴 머니(New money)'와 반대되는 단어로 쓰인다. 우리로 치면 '금수저'와 비슷한 뜻이라 볼 수 있고, 그런 의미로 올드 머니 룩은 집안 대대로 부유한 삶을 사는 상류층의 패션을 뜻한다.

 

 


ⓒ en.wikipedia.org/wiki/Ivy_League_(clothes) / ⓒ en.wikipedia.org/wiki/Preppy  

 

이와 유사하게 '프레피 룩(Preppy Look)'과 '아이비 룩(Ivy Look)'이 있다. '프레피'는 미국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Preparatory school)를 다니는 자녀들을 뜻하는 말이며 '아이비'는 미국 명문 대학교, '아이비 리그'를 줄인 말이다. 그래서 아이비 룩은 명문 대학생의 캠퍼스 룩이며, 프레피 룩은 이 캠퍼스 룩을 동경하며 파생된 룩이다. 분위기의 차이는 있지만, 두 룩 모두 학생답게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 폴로 셔츠, 케이블 니트 스웨터, 카디건, 정장풍 재킷 등-을 추구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등이 이 룩들을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승마, 요트 등 고급스러운 아웃도어 활동에서 필요한 스포츠 웨어 또한 올드머니 룩과 유사한 결을 가지고 있다. 상류층이 이끌던 이 모든 스타일은 점차 대중화되면서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올드머니 룩의 대표주자인 '소피아 리치'. 유명 가수 라이오넬 리치의 딸인 그녀는 현재 모델로 활동 중이다. 

ⓒ instagram.com/sofiarichiegrainge/

 

집안 대대로 잘 사는 상류층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특징은 무엇보다 '화려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이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질 좋은 소재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브랜드의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열망하는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브랜드의 제품에 비하면 크기가 작거나 아예 없다.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요소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럭셔리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올드머니 룩의 핵심이다. 과하지 않게, 오히려 수수할 정도로 명품을 드러내는 모습 덕분에 '스텔스 럭셔리'또는 '콰이어트 럭셔리'라고도 불리고 있다. 더 로우, 브루넬로 쿠치넬리, 로로피아나 등이 이를 대표하는 브랜드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올드머니 룩' 검색 결과 화면

ⓒ instagram.com 

 

보통은 이 룩은 중년 세대가 추구하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20-30대, 심지어 10대 까지 이 룩에 열광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사랑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올드머니 룩'을 검색하면 이에 대한 콘텐츠가 몇 만, 몇 십만 개가 쏟아진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셀럽조차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무채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의 옷을 입으며 자신의 부를 은은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옷에서 브랜드의 로고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전 세계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에서는 이들의 사진이 공개되면 동시에 이들이 착용했던 브랜드의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의 아이템은 빠르게 매진 사례를 빚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결혼식장에서 들었던 '데스트리' 가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었던 '아크테릭스'패딩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하다.

 

 


유튜브에서 '올드머니 룩' 검색 결과 화면 

ⓒ youtube.com

 

보다 미학적인 면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의 올드머니 룩은 세계적인 트렌드와 조금 결을 달리한다. 고급스러운 절제미를 추구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고가의 제품을 구매한다기 보다 그와 유사한 의도를 가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 트렌드에 예민한 민족이기에, '룩'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pexels.com/photo/grayscale-photography-of-assorted-apparels-on-shelf-rack-1884581/ 

 

그렇다면 왜 올드머니 룩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끈 것일까? 패션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유행했던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힘을 잃고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패션'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 속에서 적합한 패션이 바로 올드머니 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옷보다는 한 벌을 사더라도 제대로 된 옷, 오래 입을 수 있는 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드머니 룩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 또한 이에 한 몫했다고 보고 있다.

 

팬데믹과 더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닥친 경기 불황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젊은 세대는 기존 세대만큼의 부를 쌓을 여력이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상류층의 삶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행이 시작되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미디어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아왔던 이들의 럭셔리한 삶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올드머니 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시 없이 은연 중 자신의 부를 드러낼 수 있는 이들을 선망하고, 이를 따라 하면서 자신의 또한 그들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는 의도가 유행의 전반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이들의 독특한 트렌드는 결국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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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패션 #럭셔리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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