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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The 4th 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2023)

서울시는 2년여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 일대에서 9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59일간 개최한다.「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4회 도시건축비엔날레는 땅에 서린 형상적, 생태적, 문화적 관계를 살피고 서로에 대한 ‘상호의존적 관계성의 깨달음’을 고찰하기 위한 축제로, 100년 후 서울의 진정한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 사인물  ©류인혜

 

송현(松峴)이라는 이름은 ‘소나무 언덕’이라는 이름답게 조선 초기에는 경복궁을 보호하는 소나무 숲이었고, 조선 후기에는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이 살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이 시작된 1910년부터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 해방 후 미국대사관의 숙소 부지로 사용되었지만,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방치된 땅이 되었다. 2021년 서울시의 정비사업을 거치며 전기를 마련한 송현동 부지는 2022년 10월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으로 향하는 자연의 중심축에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주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과 체험 요소가 더해진 전시물을 통해 새로운 기억과 경험을 쌓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앞서 언급한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 세 곳의 장소에서 주제전 및 마스터플랜전, 게스트시티전, 글로벌스튜디오, 현장 프로젝트를 전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해 줄곧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비엔날레 주 무대를 역사 깊은 송현동 현장에서 파빌리온 형태로 전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현장 파빌리온] 전시를 개막 하루 전에 둘러 보았다.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참여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의 철학이 담긴 예전 작업에서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송현동 파빌리온의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 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진행된 [현장 프로젝트] 작가 릴레이 토크 세미나  ©류인혜


3곳의 장소에서 5개의 전시가 활발히 진행 중인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요 내용 |자료 출처: 서울시 자료를 기초로 재편집  ©류인혜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진행되는 [현장 프로젝트]는 'Nowhere, Now here'이라는 주제 아래〈체험적 노드: 수집된 감각(Experiential Node: gleaned human senses)〉이라는 제목으로 6개의 파빌리온(Pavilion: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부터 110년이 넘게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송현동 부지, 대한민국 역사 문화 중심부에 있으나 시민들의 기억에는 없는 땅에, 장소성 회복을 위한 건축적이고 감각적인 장치 6개를 펼쳐 놓았다. 송현동 역사의 오래 중첩된 켜(레이어)를 파빌리온을 통해 어떻게 표현하고 도시의 교점을 드러내는 노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제안하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집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완성된 형태와 표현 방식은 너무나도 달랐지만 파빌리온을 통해 공통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는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건축물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과도 같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한 구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가변적이고 다변화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감각하기를 제안하고 있었다. 또한 자연과 사람, 자연과 기술, 자연과 공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각자 자유롭게 송현동 부지, 더 나아가 미래의 서울 도시를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 프로젝트 Pavilion(파빌리온) P1~P5까지 5개의 조형물 위치  자료 출처: 항공뷰 사진을 기초로 편집 ©류인혜 

 

P1: 김치앤칩스(Kimchi and Chips) / 리월드(Reworld)


김치앤칩스는 시각예술을 전공한 손미미와 물리학을 전공한 Elliot Woods(엘리엇 우즈) 두 작가로 이루어진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엘리엇 우즈는 대상을 단순하게 프로젝터로 2D화면에 표현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대상을 3D 스캔하여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면서 다변화하는 시각영상예술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송현동 프로젝트에서도 이미지의 영향성을 강조하였다.〈리워드 Reworld〉는 ‘세상을 보는 눈’을 의미하는 수 천개의 동그란 거울들이 작품을 둘러싼 도시의 풍경을 활용해 굴절된 모자이크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결국 100년 후 서울을 비추는 하나의 형태를 구현하고자 제작된 구조물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기술과 자연이 합쳐져 예상 밖의 이미지 또는 이미 예상된 이미지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답고 황홀한 예술을 만들어 내는 데 능숙한 작가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람과 작품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그의 작품이 앞으로도 큰 기대가 된다.

 


실제 이미지는 이미지 시스템에 의해 생성됨을 강조하고 있는 김치앤칩스(Kimchi and Chips)의 엘리엇 우즈(Elliot Woods) ©류인혜  

 


개막 하루 전 현장 테스트 중인 김치앤칩스(Kimchi and Chips)의  리월드 Reworld 작품  ©류인혜 

 

P2: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

      TREE & TRACES AN (IN)VISIBLE PAVILION/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는 1999년 독일 베를린에서 결성된 예술 그룹으로, 주로 이동이 용이하고 단순한 비닐 소재의 가벼운 구조물을 사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작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을 적극 참여시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 있다고 평가받는 그들은 충돌하는 두 개의 힘 사이에 가운데 평형을 추구하고자 노력한다. 

송현동의 역사에 영감을 받은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는 현장 방문 당시 땅 속에 묻혀있는 깨진 돌 조각, 그릇 파편 등의 시대가 다른 유물들을 발견했다. 공기압으로 세워진 구조물 공간 내벽에 시대가 다른 유물들을 나란히 부착하여 송현동의 역사를 시각화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들은〈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억의 장소로서의 조형물이 되기를 바랬다.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면 의자 기능을 하는 원형의 튜브가 중앙에 놓여져 있는데, 송현동의 옛 모습인 소나무 숲을 소리로 재현하여 관람객들이 앉아서 다각적으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송현동 현장을 방문한 후 역사가 다른 여러 개의 파편을 발견하고〈TREE&TRACES AN (IN)VISIBLE PAVILION: 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작품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작가들의 설명  ©류인혜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의 공기압으로 세워진 원형 비닐 구조물 작품  ©류인혜 

 

P3: 페소 본 에릭사우센(Pezo von Ellrichshausen) /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lion)

페소 본 에릭사우센은 마우리시오 페소와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이 2002년에 설립한 예술 및 건축 스튜디오 이름으로, 그들은 칠레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2008년 베니스 국제건축비엔날에 칠레 국립관의 큐레이터로 이름을 알렸으며, 드로잉,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치밀하게 다룬다. 

 

송현동 부지에 제안한 Pair Pavillion(페어 파빌리온)은 고대 그리스의 페디먼트(Pediment: 고대 그리스식 건축에서 건물 입구 위의 삼각형 부분)를 차용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구조물은 두 개의 삼각형, 바닥의 사각형, 내부 사선 꼭대기에 위치한 원형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기본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햇빛, 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자연과의 조화를 꾀한 디자인이다. 두께가 거의 없는 납작하고 안정적인 정삼각형 형태의 구조물 내부로 들어서면 좁고 긴 통로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특정한 의미를 두지 않고 관람객들이 본인만의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구조물 안에서 다양한 감각을 통해 공간과 상호 작용하기를 원한다. 이 파빌리온은 비엔날레 전시 이후 경기도의 한 식물원으로 옮겨져 영구적인 구조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작가의 주된 작업 중 하나인 드로잉을 통해 표현한 Pair Pavillion (페어 파빌리온) 2점 자료 출처: (왼)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 (오)작가 세미나 발표 자료 이미지 ©류인혜  

 


각파이프로 제작되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물로,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류인혜  

 

P4: 프랭크 바코 +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Frank Barkow + Salazarsequeromedina) / 아웃도어 룸(The outdoor Room)
 
프랭크 바코(Frank Barkow)는 교육자이자 연구자,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실용적인 태도로 프로젝트를 설계하며 첨단 지식과 과학 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시도한다.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Salazarsequeromedina)는 2020년 로라 살라자르, 파블로 세케로, 후안 메디나가 공동 설립한 협업 건축 사무소로, 현재 스페인과 페루, 미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무소의 특징은 실무 · 연구 · 교육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이며, 최근 유럽 40세 미만 신진 건축가 40인에 선정되었다. 

The outdoor Room(아웃도어 룸)은 두 사무소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송현동의 위치상 특징에 주목했다. 비어있던 땅이 개방된 후에도 주변 건물 속에 둘러싸여 여전히 빈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외부의 방이라는 뜻의 ‘아웃도어 룸’이라는 제목을 짓고 공간의 속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네모난 방 안에는 토착식물이 자라는 텃밭이 조성되어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진동하는 굴뚝이 설치되어 있다. 관객에게 아웃도어 룸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내부 공간 안에서 풍경을 맞이할 수 있는 쉼을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   

네모난 방 안에 작은 텃밭과  조성되어 있고 기다란 굴뚝이 솟아있다.  ©류인혜 


흡사 지붕과도 같은 모양으로 네 개의 면을 감싸고 있고 내부인 듯 외부의 형태를 지닌 The outdoor Room(아웃도어 룸) 파빌리온  ©류인혜 

P5: 리카르도 블루머 -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Riccardo Blumer-USI Mendrisio)

      사운드 오브 아키텍쳐(Sound of Architecture)


리카르도 블루머(Riccardo Blumer-USI Mendrisio)는 밀라노 공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였으며, 마리오 보타 건축사무소에서 활동한 건축가이다. 그는 소리와 형태, 다채로운 색상과 그것을 인식하는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작업을 선보인다. 

23개의 목재 유닛을 선형 대열로 배치해 이리저리 넘나들 수 있는 긴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터널 속을 거닐며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23개 유닛의 다채로운 색감과 형태, 내부로 스며드는 빛과 음악 사이의 연결성을 느낄 수 있다. 유닛이 23개인 이유는 23명의 학생이 교수님의 지도 아래 각자의 개성이 담긴 기하학적 구조물을 만들었고 그것에 음악을 더하여 하나의 조형물로 조합하였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은 Lugano음악원의 작곡가이자 교수인 나디르 바세나(Nadir Vassena)가 유닛의 기하학적 형태를 따라 서로 다르게 공명하며 소리를 증폭시키도록 제작하였다. 

 


하늘 소 옆으로 길게 자리 잡은 23개의 유닛으로 조합된 Sound of Architecture(사운드 오브 아키텍쳐)   ©류인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둘러 본 5개의 설치형 파빌리온과 더불어 하나의 이벤트형 파빌리온이 펼쳐질 예정이다. 프란시스코 레이바(Francisco Leiva)작가가 진행 할〈서울 드로잉 테이블(Seoul Drawing Table)〉은 작가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5mX5m크기의 원형 종이 위에 물감으로 서울의 지형을 그리며 물길, 바람길을 표현해보는 체험형 이벤트다. 그는 다학제 그룹 그루포 아라네아(Grupo Aranea)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터전을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공간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왔다. 또한 풍경과 건축, 예술 사이의 경계를 흐려 공공 공간을 재활성화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서울 드로잉 테이블(Seoul Drawing Table)은 작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가는 답이 정해진 드로잉이 아니라, 하얀 원형 캔버스 위에 물과 안료의 흐름만을 가이드하여 시민들이 물감과 붓을 가지고 서울의 지형을 완성해 나가는 참여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개막 하루 전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에 혼자서 100년 이상 밟을 수 없었던 송현동 땅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했다. 쨍쨍한 햇빛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송현동 부지를 걸어 다니며 현장 프로젝트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전혀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파빌리온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구현한 송현동의 역사를 내 나름의 해석을 통해 읽어 보는 시간도 의미 있었고, 하루 전인데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씨름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 역시도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 땅은 2025년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6개의 현장 파빌리온을 비롯한 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가 송현동 땅의 오래된 역사를 환기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 사이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  https://2023.seoulbiennale.org/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seoulbiennale2017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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