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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도 먹는 도넛 열풍

음식 문화 트렌드 검색어를 찾아보면 비건, 건강식, 저당, 대체 당 등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는 것을 익히 볼 수 있다. 또,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나라 밥공기 사이즈가  약 90년에 걸쳐 ⅓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음식이 보편화되고,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음식이 흔해졌으며, 더 나아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어 쌀 소비량도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도 맛집으로 유명한 곳들은 ‘건강식'보다는 입에 달고 눈이 즐거운 음식인 경우가 많다. 특히 건강식과는 거리가 먼 디저트 산업에 있어서는 근 몇 년간 도넛이 인기 절정이다. 

건강한 음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넛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1970~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도넛이라고 하면 찹쌀도넛, 꽈배기 도넛을 떠올렸다. 밀가루 대신 한국식으로 찹쌀가루를 섞고, 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거나 혹은 팥앙금을 넣은 후 튀긴 반죽을 설탕에 굴려서 만들어지는 도넛은 이제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옛날 한국식 도넛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새로운 장르의 도넛이 아닌 원조 미국식 도넛은 시장 찹쌀 꽈배기 이후에 프랜차이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당시 제일제당이 미국의 던킨과 합작한 브랜드를 들여오려고 했다가 무산이 됐고, 1983년에 1호점을 개점했으나 1년 뒤 부도를 내고 난 다음 한동안 도넛이 사라졌다가 1994년 배스킨라빈스 운영사인 비알코리아와 제휴로 다시 영업하게 됐다. 이후 한동안은 유일한 도넛 프랜차이즈였으나 10년 뒤인 2004년에 롯데 신동빈 회장이 외국에서 맛보았던 도넛이 맛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한국으로 들여온 것이 크리스피크림 도넛이다. 바로 2년 뒤인 2006년에는 역시 미국 브랜드인 (이후 일본으로 본사 이전하여 일본 기업이 된) 미스터도넛이 한국에 들어와 쫄깃한 도넛 식감으로 새로운 도넛 열풍을 만들었다. 


던킨도너츠는 베이킹파우더를 많이 넣고, 케이크를 튀긴 밀도 있으면서 다양한 맛 (크림, 쨈, 슈가파우더 등)을 제공하는 브랜드였다면,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매장 내에 도넛 생산 기계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며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에게 갓 만들어진 따뜻한 도넛을 하나씩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도넛 구매를 이끌었다. 반면 미스터 도넛은 쫄깃한(chewy) 식감으로 새로운 맛을 선보여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현재는 던킨도너츠와 크리스피크림 도넛이 국내 대표 도넛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고 있고, 미스터도넛 또한 각 지방 또는 백화점 내 작은 매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다 보니 경쟁력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넛을 공급하면서 시즌별로 캐릭터나 새로운 맛을 선보이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프랜차이즈 지점들로 유지하던 도넛 시장이 2010년대에 들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다운타우너 등 인테리어나 운영 방식을 트렌디하게 꾸며놓은 외식 브랜드 사업체인 GFFG에서 2017년 도산공원 근처에 1호점을 열어 시작된 노티드 도넛은 인기가 많아지면서 현재 여러 개 지점과 더불어 유통업체와 협업한 식료품을 마트에 출시하는 등 하나의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노티드는 제과점으로 시작했으나 도넛이 인기가 더 많아지면서 도넛 브랜드로 전향하여 자리 잡은 곳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도넛 안에 부드러운 우유 크림은 가득 넣고, 여러 가지 맛을 낸 크림으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해져서 한때는 매장 바깥까지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또 GS와 협업하여 라즈베리, 바닐라, 바나나맛 우유를 생산하기도 했고, 몽쉘과 협업한 노티드 몽쉘, SPC와 협업하여 편의점 빵 라인을 개발했다. 또, 1호 사이즈보다도 작은 크기에 귀여운 스마일 데코를 한 저렴한 홀 케이크도 인기를 끌었고, 매장 내에 브랜드 전용 아이스크림 자판기나 굿즈를 판매하는 등 “브랜드 전략”을 내세웠다.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와는 다른 대중화 전략을 세웠으며, 매장에서 판매하는 도넛뿐만이 아니라 유통 공급망과도 협력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 차별점이다. 그리고 패키지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브랜드 이미지도 파스텔톤의 색감과 귀여운 이미지 (판매하는 케이크 이미지와 유사한) 전략도 한몫했다.

 노티드는 미국식 전통 도넛이 타지인 한국에 넘어와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인 새로운 형태의 도넛이다. 마카롱이 한국에서 크림을 더욱 많이 넣어 뚱카롱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기존의 도넛에서 크림을 한층 강화하고 강조한 한국식 도넛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티드 도넛 이미지와 패키지 (출처: knotted-order.com/brand)

서울 3대 도넛으로 불리는 곳인 노티드, 올드페리도넛, 랜디스 도넛 중 올드페리도넛은 약간은 파이 식감의 도넛 위에 색색깔 토핑 또는 크림이 커버링 또는 샌딩되어 있는 도넛으로 유명하다. 노티드보다 1년 앞선 2016년 한남동에 오픈한 곳으로,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한남동 도넛 맛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한남점, 잠원점, 가로수길점, 용산아이파크몰점 포함 6개 매장이 있어 노티드의 대중화 전략과는 다르게 프리미엄 전략을 보여준다. 그만큼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많이 선보이기보다는 시즌별로 8개 맛을 제공하며 시즌에 따라 추가되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선택과 집중에 공략하는 모습이다. 크림 브륄레와 라즈베리 도넛이 가장 인기가 많다. 또, 미니도넛 패키지를 판매하거나 반려견을 위한 도그도넛을 판매하는 것처럼 작은 곳에서 세심하게 생각한 운영방식이 신선하다.
올드페리도넛 종류와 메뉴 이미지 (출처: www.instagram.com/oldferrydonut)

그리고 또 유명한 랜디스도넛이다. 이곳은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노티드와 올드페리도넛과 유사한 시기지만 몇 년 뒤인 2019년 제주 애월점을 1호점으로 택했다. 현재에도 연남점, 대구 동성로점, 가로수길점, 안국점, 부산 광안리점까지 6개 매장만 운영하여 이는 올드페리도넛과 동일하다. 이곳 도넛은 모양과 맛이 더욱 다양하다. 던킨도너츠와 유사하게 다앙한 맛과 컬러의 토핑, 그리고 위 두 개 도넛과는 달리 합리적인 가격과 클래식한 도넛의 느낌을 냈다. 특히 랜디스는 라이언 맨2에 이곳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나오는 등 영화나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랜디스 도넛 매장 사진 (출처: randysdonuts.co.kr)

도넛은 미국에서 베이킹 소다, 베이킹파우더를 이용한 화학 발효의 시기가 도래하며 생긴 대량생산의 제빵 산업이다. 밀가루가 보급되고 설탕이 값싸게 생산되며, 대량생산 기계 설비와 식물성 기름이 대량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네 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 프랜차이즈화된 미국식 디저트와 빵 사이의 제빵의 대표다. 빠르고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맛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고르는 재미와 눈이 즐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맛을 제공하고 이것이 곧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된 셈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새롭게 탄생한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들이 한국인 주요 고객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입힌 패키지와 인테리어, SNS를 이용한 전파를 잘할 수 있는 예쁜 모습으로 “instagramable” 함이, 그 순간만큼은 마음 놓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달콤함이 한층 도넛의 입지를 굳혀주었다. 이는 도넛에 열광하는 이들이 앞서 말한 음식 트렌드의 건강함을 외치는 사람과 동일인일 수도 시사한다. 또, 이와 비슷한 대열에는 코끼리베이글, 런던베이글뮤지엄 등과 같은 ‘우리나라 0대 베이글 브랜드’들이 그 뒤를 따른다.


계윤선(국내)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수료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현) 현대자동차 AI 연구소 서비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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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식문화트렌드 #도넛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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