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베이커리(대표 박형호)는 빵을 만드는 방법을 차용해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든다. 버려진 병뚜껑을 수거, 분쇄해서 오븐으로 녹여 타르트, 와플, 카눌레 등의 형태로 찍어낸다. 다른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베이킹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왔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박형호 대표는 예전부터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물건을 보면서 일종의 연민을 느꼈고, 이러한 감정이 업사이클링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한다. 이후 같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친구가 요리를 좋아해서 베이킹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는 2020년 11월 시작됐다. 2021년 2월에 첫 작품인 와플이 탄생했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출시를 거쳐 2021년 12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정식 오픈했다.
처음에는 병뚜껑을 직접 주우러 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제로웨이스트샵 ‘덕분애’, 재활용센터 ‘플라스틱방앗간’ 등 환경단체, 지자체로부터 기증받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병뚜껑은 색상별로 분류하고, 분쇄기에 넣어 작은 조각들로 만든다. 분쇄된 플라스틱의 무게를 계량해서, 직접 개발한 금형틀에 넣고, 오븐에서 구워낸다. 마지막으로 압축기 고압 바람을 활용해 최종 형태를 만들어 낸다. 제작 과정은 간단하지만, 빵을 구워내듯이 플라스틱 조각의 양에 따라서 시간, 온도, 압력을 조절하고, 원하는 컬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적절한 배합을 맞추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더욱 최적화, 시스템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병뚜껑 한 개당 무게는 2~3g 정도이며, 제품의 크기에 따라 13~160여 개의 플라스틱 병뚜껑이 사용된다. 와플 트레이는 크고 두께감이 있어서 하나를 제작할 때 약 70 - 130여 개의 병뚜껑이 필요하고, 타르트는 10여 개 정도 사용된다. 와플 트레이는 명함꽂이, 컵받침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까눌레는 인센스 홀더, 타르트는 액세서리 등을 담아두는 트레이, 와플콘은 걸어둘 수 있는 행잉팟 등으로 단순한 장식 오브제에 그치지 않고 실용성을 생각해서 다양한 쓰임새를 더한 제품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23년에는 검은 토끼의 해를 기념하여 토끼 모양의 업사이클 달력을 선보였으며, 올여름에는 마들렌 형태의 키링과 그립톡을 출시했다.
제품의 패키지 역시 친환경으로 하고자 충전재와 포장재를 모두 종이로 선택했다. 종이로 된 도시락 용기에 플라스틱 빵을 담은 후, 베이킹 날짜(제작 날짜)가 찍힌 주문서를 동봉하고, 스티커가 아닌 도장을 제작하여 손수 찍어서 배송하고 있다.
2021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어 다양한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브랜드를 위한 한정판 아이템 제작, 전시 참여, 일일 베이킹 클래스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2022년 4월에 록시땅이 주최한 친환경 전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7월에는 록시땅과의 2번째 협업을 선보였다. 록시땅의 신제품인 샴푸바 출시 기념으로 프로방스 감성을 살린 ‘업사이클 솝 트레이’를 제작했는데, 록시땅 고객들이 매장으로 반납한 공병을 모아서 샴푸바를 담을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의 타르트 트레이를 제작했다. 2022년 8월, 모나미와 협업한 전시 ‘베이크드 오피스(Baked Office)’는 모나미 컨셉스토어 성수점에서 진행되었다. 오피스라는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굿즈를 선보였는데 모두 폐플라스틱을 95% 이상 활용해서 제작했다.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는 디보션 푸드(Devotion Foods)와 협업하여 개발한 타르트 트레이는 디보션이 여름 맥주 축제에 참여했을 때 사용한 도시락 트레이를 활용하여 블랙 & 화이트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선보였으며, 뷰티 브랜드 로벡틴(ROVECTIN)과의 협업에서는 신제품에 어울리는 아쿠아 컬러의 타르트 트레이를 제작하기도 했다.
NHN 컬처팀에서 의뢰받아 제작한 수제 플라스틱 팬케이크 스툴은 1개에 약 8kg의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만들었으며, 스툴의 질감과 각을 살리기 위해서 손으로 용접하듯 제작했다고 한다. 이 제품은 플라스틱 베이커리에서 제작한 가장 큰 사이즈의 제품이다.
브랜드를 위한 한정판 제품 개발, 전시 참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좀더 업사이클링에 대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일일 플라스틱 베이킹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음 상품군에 대한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버려지는 자개와 플라스틱을 섞은 제품, 더 나아가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한 제품 개발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버려지는 녹차, 쌀겨, 귤껍질을 송진으로 엮어서 타일, 트레이와 같은 리빙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앞으로도 버려지고 소외된 물질과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가치를 불어넣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다.
참고 자료
플라스틱 베이커리 : https://plastic-bakery.com/
플라스틱 베이커리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lastic.bakery.seoul/
플라스틱 베이커리 스마트 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plastic_bakery_store/
서민정(국내)
mjseo@yonsei.ac.kr
연세대학교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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