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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위한 노력으로 시작된 공간 업사이클링, 스타벅스 경동1960

버려진 창고나 공장, 극장, 목욕탕 등 사라질 수도 있는 건축물이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목적과 기능으로 주목받아 핫플레이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 또는 Creative reuse)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 의류나 버려진 현수막에 디자인을 더하여 제품의 가치를 창출시키는 의미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용어이다. 공간 업사이클링도 이와 마찬가지 개념으로 건축물의 역사성으로 바탕으로 생명력을 연장하는 활동이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사이클링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한 제품 또는 공간, 도시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절감시켜 온실가스와 탄소배출을 감축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6월, 무분별한 건축물 공사로 인한 지구 탄소 배출량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하는 토마스 헤더윅의 강연 모습. 그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역동적인 공간을 구현하는데 능한 건축가이다.  © 류인혜 


길을 거닐다 보면 업사이클링한 공간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 카페이다. 예전에 쓰던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노출하여 공간이 지닌 역사가 보이는 매력을 날 것 그대로 노출하거나 일부 손을 보아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느새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카페는 사람들을 모으는 도시의 광장 역할을 한다. 카페뿐만 아니라 동네 작은 술집, 미용실 등 일상에서 익숙한 장소들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 1932~)는 그의 저서 'The great good place(1999)'에서 시민사회의 제3의 공간에 대해 언급했다. 

제1의 공간은 가장 기본적인 집, 제2의 공간은 직장이다. 제3의 공간은 대중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나의 공간인 것처럼 편안하고 휴식과 재충전이 가능한 공공장소로 규정했다. 스타벅스를 설립한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1953~) 역시 그 개념을 이어받아 카페 사업의 본질은 커피는 파는 기능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공존의 관계를 확인하고 대화를 통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제3의 공간이라고 언급했다. 인간의 뇌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이완된 상태일 때 가장 창의적인 발상이 나온다고 한다. 잘 조성된 안락한 장소에서 바짝 조여있던 정신이 풀리고 머릿속 복잡한 생각이 풀리는 것이다. 

 

스타벅스 창립자가 언급한대로 제3의 공간 기능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건물의 순기능을 따르고 있는 '스타벅스 경동1960'에 다녀왔다. 1994년 이후 3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폐극장을 새롭게 리노베이션하여 신선한 변화를 주고 있는 '스타벅스 경동1960'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에 위치하고 있다. 수많은 약재상과 야채 가게가 즐비한 경동시장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아했지만 공간을 보고 나니 제대로 된 리노베이션, 진정한 업사이클링은 바로 이런 곳을 말한다는 것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3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경동극장의 골조를 그대로 남기고 새롭게 카페로 리노베이션한 모습 | 자료 출처= 네이버 플레이스(좌), 류인혜(우)


3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경동극장의 골조를 그대로 남기고 새롭게 카페로 리노베이션한 모습 | 자료 출처= 네이버 플레이스(좌), 류인혜(우)

스타벅스는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공간 업사이클링을 기획했다. 매장 규모는 전체 363.5평으로 약 200여 개의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장 형태의 문을 열자마자 높은 천장의 확 트인 내부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크린이 자리하고 있었을 위치에는 주문대와 제조대, 각종 베이커리 류가 담긴 진열대를 배치하여 좌석과 명확하게 공간을 구분 짓고 있다. 주문대에서 분주히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와 각종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의 영역은 밝은 조도로, 계단식 구조로 형성된 손님들의 좌석은 다소 어둡게 하여 조도 차이로 인해 무대와 관람객처럼 느껴진다.  


손님을 맞이하고 각종 음료를 제공하는 바리스타의 공간은 밝은 조도로 인해 마치 무대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 류인혜

전체적으로 오래된 극장의 골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스타벅스 특유의 고풍스러운 마감재를 덧입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극장의 좌석으로 쓰였던 계단식 구조는 원형 테이블과 편안한 라운드형 등받이 의자를 배치하여 안락한 느낌을 준다. 2층의 측면에 위치한 좌석은 프라이빗하게 배치되어 있고 주변보다 다소 어두워 조용히 담소를 나누기에 충분해 보인다. MZ세대를 공략한 복고풍 디자인을 컨셉으로 가져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천장의 목조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된 것도 이색적인데, 이는 본연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스프링클러와 소방 관련 시설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또한 한쪽 벽면에는 예스러움을 더하는 영사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주문한 음료가 나오면 주문번호 또는 닉네임을 영화 크레딧처럼 벽면에 띄워 공간에 재미 요소를 더했다.    


건물의 역사성이 담긴 천장의 목조 구조물은 그대로 유지하고 스프링클러와 소방 시설만 추가 설치했다. 
© 류인혜


 손님이 주문한 음료가 나오면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닉네임을 띄워서 알려주는 시스템  © 류인혜

오프라인 공간은 머무는 사람들에게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과 감성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정서적인 갈등과 문제들로 인해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는데, 팬데믹 이후 직접적인 물건의 소유 이상으로 경험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나만의 휴식 공간을 찾게 되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몰입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시장 상인과의 상생을 위해 시작한 '스타벅스 경동1960' 의 공간 업사이클링은 그러한 경험을 주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 경동1960'은 경동극장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는 공간이다. 본래의 기능을 다한 건축물을 허물어 또 다른 기능의 건물로 탈바꿈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건축물 본연의 디자인을 활용해서 미래에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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