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국내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즐겁게 달립니다. 마라톤 열정을 모아

매년 봄, 주말 오전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따뜻해진 날 한강 공원에 나가면 무리 지어 러닝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엔 취미 마라톤이라고 하면 아저씨들만 뛰는 줄 알았던 종목이다. 하지만 이제는 20~30대들도 곳곳에서 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현존하는 달리기 종목 중 가장 거리가 긴 스포츠다.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전쟁을 벌인 지명 ‘마라톤'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 전쟁의 승리를 전하기 위해 쉬지 않고 아테네로 달려 승전보를 전한 직후 숨진 그리스군 전령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승전보가 아니라 스파르타에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파견된 전령이고, 임무 완수 후 죽지도 않고 아테네로 잘 돌아갔다고 한다. 사실과 다르더라도, 이 전령이 달려간 거리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을 만큼 긴 장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 마라톤 풀코스 거리 42.195km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다. 마라톤 종목이 처음 선보인 제1회 1896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40km로 시작했다. 이는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거리 36.75km의 근본을 둔 거리였다. 그리고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이 거리가 조금 늘어 40.26km가 되었고, 지금의 42.195km가 처음 채택된 올림픽은 1908년 런던 올림픽이다. 원래는 윈저성에서 출발해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41.843km로 결정했으나, 결승점에서 왕족들이 관람하게 하고자, 관람석 중 로열박스의 위치까지 연장한 거리가 현재 풀코스의 공식 거리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일장기를 달고 나갔지만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선수가 대표적인 마라톤 수상자로서 당시 국민들의 관심을 뜨겁게 받았다.


이렇게 ‘아저씨'들이 취미로 한다고 인식됐던 마라톤이 최근 5~7년 전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스포츠가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뉴욕 센트럴 파크를 조깅하는 사람들을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https://lh4.googleusercontent.com/x8Renfo9_xxivhpJSXo5nQOuIZJgTqKkAbdgq9naUE8F0xfnYF2P7qYlSj-8xZtYM_AoXLAPRQLgjs76mc_kuqybqDZMpSYKB-fId5vZmnmWhLYvuaLywsRzDXB0X1hpGiZxI2nkuhJgw3_iU8RrS9A

2022년 서울레이스 전경/ ©계윤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사회적으로 운동이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운동을 ‘즐겨서 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SNS가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 매체로 작용하면서 모여서 같이하는 ‘러닝 크루'가 생겨났다. 혼자 뛰면 힘들다, 같이 뛰면 즐겁다는 모토로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따라서 산스장(산으로 가는 헬스장), 등산, 자전거 라이딩과 함께 러닝도 하나의 밈처럼 ‘추앙' 받는 스포츠가 된 것이다.


50~60대가 입던 알록달록한 등산복이 20~30대가 입는 트렌디한 레깅스로 대체되는 것과 같이 스포츠 패션도 한몫했다. 멋있는 러닝 조끼, 예쁘고 가벼운 레깅스, 거기에 속도를 높여주는 기능성 러닝화까지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패션이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가해준다.

https://lh5.googleusercontent.com/MnOn_McPA1-LTxzdF64khiribh0labwnhWs7_HyCF2c65F6p0U0JT1lydtSAY9m_1HUZqhLbWkZ6sLZzKDDmTo8_86bE8KTNVD78WF4p5feEG4sWo2Vmlf7bEv8wBJKEMcvN-P76IHRvoxIKvlQvGIw

마라톤 준비물 : 배번호, 러닝화, 에너지젤, 러닝 벨트, 양말/ 출처: https://blog.naver.com/alsdkvhd1/222854014202


러닝 문화와 대회 및 각종 관련 서비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러닝 모임, 즉 크루에 따라 기부하고자 모여서 뛰는 기부런, 길의 쓰레기를 주우며 뛰는 플로깅, 예쁜 풍경을 보고 뛰자며 러닝을 목적으로 한 런트립, 도심을 함께 달리는 시티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여럿이 뛰다 보니 러너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길거리 보행자도 배려하고자 러닝 크루들의 수신호가 존재한다. 선두가 깃발을 들고 뛰기도 하고, 시티런을 할 때면 좌·우측 보행자를 음성과 수신호로 알리며, 앞뒤 쪽 장애물을 러닝 크루 대열에게 서로 알림으로써 안전한 러닝을 하고자 한다.


러닝 크루는 SNS를 기반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다. 같은 띠(대부분 같은 나이)로 하는 띠별 크루, 동네를 같이 뛰는 동네 크루, 사회에서 만난 특정 직업인들이 설립해 하나의 브랜드가 된 크루, 기부를 목적으로 한 사회적 책임의 크루, 각 지역을 대표하는 크루 등등 다양한 크루가 SNS를 기반으로 설립되고, 한 명이 여러 크루에서 같이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또, 여러 크루들 간의 합동 러닝이나 교류를 통한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더불어, 러닝으로 시작한 서비스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디스코라는 브랜드로 헤드폰을 쓰고 주로 도심을 달리는 음악을 즐기며 뛰고, 도착점의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하는 서비스도 있고, 총 30일 동안 최종 5km를 달릴 수 있도록 일별 동기부여와 안내를 해주는 앱 서비스도 있다. 이와 파생되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더 잘 뛰기 위한 빌드업 러닝 훈련, 러닝 강의 유료 서비스 등등 러닝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https://lh3.googleusercontent.com/-_j6-xkxJXcGNr4PXaA5jf_HqVxq29dQdWR_TMUq6DGglHjKjsZmIA1qyE1n8gIWxATAv6ZlueyoAkQc676gkhGTivoZu_MWeAm2sqcsVne-yCYuTy0iqNeUYX7Nxjv51Fw4sWaqKZAydGRSQ4csW5A

6대 마라톤 모두 완주 시 수여하는 특별한 매달/ 출처: marathon.tokyo

 

물론 마라톤 대회 운영방식도 많이 진화했다. 예전에는 종이 신문 등을 통해 대회를 공지하고 모집했으나, 웹 사이트로 대회 운영 소식을 옮겨오고, 이제는 앱에서 추첨을 통해 신청받으며 인스타그램으로 지속해 대회 알림을 한다. 또, 꽤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각종 스포츠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메르세데스 벤츠가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은 신청자가 많아 접수 오픈 시점에 ‘오픈런, 광클'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https://lh3.googleusercontent.com/bQa_1P2QJtu_pi1CMYwgD5HXgCEN3cmHaateF8Ub4AbHXvbNWwhxNaaEdPK0w9gKozu_z4PKpszwxcULinTmNnhd82AciwwKP8QtdeZQd4jeH9esl7em9EIGTT8wJTfMY0h69iO2jlOwv_PzUV6mvhs

제 10회 메르세데츠 벤츠 기브앤레이스 마라톤 코스도 / 출처: www.givenrace.com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스포츠가 마라톤만은 아니다. 봄이 오면 자전거를 타는 라이딩, 지난 한 해 열광적으로 모였던 골프, 테니스 등 스포츠는 사람들의 ‘덕력'을 볼 수 있는 좋은 종목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간에, 단순히 “뛴다”, “움직딘다”와 같은 활동으로 시작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산업이 발전되어 가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물결에 한 번 동참해보면 어떨까?

계윤선(국내)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수료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현) 현대자동차 AI 연구소 서비스 기획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Tag
#마라톤 #러닝 #러닝서비스 #스포츠서비스 #서비스
"즐겁게 달립니다. 마라톤 열정을 모아"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