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국내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본다는 것과 산다는 것

지금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는 사진의 거장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의 사진들을 ‘찰나의 거장’전 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 작품집의 작품들은 한 번 쯤 본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 사진들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자극적인 사진을 볼 기회가 많은 지금에도 이 사진을 기억하는 것은, 이 사진이 가진 의미, 그 영상의 힘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사진의 의미가 단지 역사로서 기록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기록의 순간들, 그 찰나에 포착되는 삶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바르트가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아미엘의 일기를 언급하며, 정제된 사변보다, 날씨와 같이 그 글이 쓰여지던 순간을 그리워하던 것처럼...
.

사실 초창기의 사진이라는 것은, 단지 손쉽게 이미지를 포착하고 복제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회화로서 인식되어졌습니다. 회화에 비해 사진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들이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쉽게, 아무런 기술 없이 회화보다 현실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죠. 20세기 초만 해도 전통적인 회화가 현실에 대한 사실적 복제, 미메시스의 문제를 탐구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으니, 사진과 같은 새로운 매채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결정적 순간’은 그런 이미지를 벗어버립니다. 사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순간의 역동성과 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예술의 형식, 그 가능성을 실제 보여주죠. 그것은 이미지가지금까지 보여지기 위해 모방되고 재창조되던 복제의 영역에서, 그 순간순간이 포착되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삶의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본다는 것, 어떤 것을 인지하고 인식하고 음미한다는 활동은 무대위의 연극처럼, 연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순간순간을 통해 얻어지는 경험 속에서 다루어지게 된 것이죠.

.
“카메라는 눈의 연장이다.”
.

그의 말처럼 그의 사진들은, 본다는 것이 나의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형태와 그 의미들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그 자신의 이미지로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사진들이 보여주는 것은 그 사진이 탄생하던 순간,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삶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남겨진 그 시선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본다는 행동을 선택하는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을 보여준 것이고, 그것으로 그는 이 세상 속에서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으로서 살아있게 된 것이겠죠.

"본다는 것과 산다는 것"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