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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포장, 특집 : 1978 상반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별 연구 사례 - 39호. 1978.09.30.

디자인포장

특집 : 1978 상반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별 연구 사례

39호. 1978.09.30.

한국디자인포장센터


목차

 

강선동, 디자인의 변혁과 진흥 방향

박대순, 산업 디자인전 출품작의 실용화 대책

정시화, 이 시대 디자이너가 할 일

권욱현, 자동 화재 속보기 디자인

문수근, 경주 조선 호텔 CIP 연구

강필구, 강원도 특산품 포장 디자인

김장호, 제24회 국제 기능 올림픽 대회

최정봉, 관광 토산품 디자인

엄상문, 코스타리카의 도자기 공업

성동욱, 합판재 가구를 중심으로 본 현대가구

오영숙, 주거의 식생활 공간 디자인

명태현, 전시 과학 ③/디스플레이 계획

임영주, 한국의 전통 문양/신라종과 고려종

노병식, 인쇄 디자인 ①/부식 凸판(腐蝕凸版)

 

김종오, 색채로 팔리는 패키지 ②

 

 

 

산업 디자인전 출품작의 실용화 이렇게 본다

박대순

제13회 산업 디자인전 심사 위원장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지난 9월 7일로 지방전시까지 마친 대한민국 산업 디자인 전람회에 출품된 수상작을 위시하여 특선, 입선된 많은 작품들이 어느 정도 실용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주최측인 정부나 한국 디자인 포장 센터 또는 이 행사에 참여하였던 심사위원 및 많은 작가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우기 이 전시회의 기본 목적이 수출산업 제품의 고급화를 위한 디자인 개선은 물론 작가의 창작 활동의 기풍을 확립시키고 아울러 디자인 진홍을 진작시키는 데 있으므로 그 문제점은 자못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13회를 거치는 동안 실제로 실용화된 것은 손을 꼽을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1회부터 오늘날까지 출품 작가의 대부분이 대학 재학생들이었다는데서 그 문제점은 야기되는 것이다. 이 전시회가 처음 개최되던 시기만 하더라도 기업은 물론이요 일반사회에서는 디자인이란 용어 자체도 생소하였으며, 산업과 디자인의 관련성이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에 가까왔던 것이다. 따라서 초기의 디자인전은 이 분야의 학계에 종사하는 분들에 의해 선도되어 왔기 때문에 자연히 학생들의 작품이 많이 출품되었으며, 산업과 연결시켜 보려고 많은 애를 써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인들은 기업의 구조나 경영 방식에서 낙후된 사고방식을 면치 못하였고, 저임금에 의한 견본 주문 생산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었으므로 디자인의 필요성이나 신제품 개발이란 점은 엄두도 못 내었고 관심조차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환경 속에서 궁극의 목적은 동일할지라도 시행과정에서 주최측인 정부나 한국 디자인 포장 센터의 입장과 여기에 직접 참여하고 작품을 출품하는 학계와는 그 견해가 약간 다른 점에서 문제가 야기된다. 주체측에서는 경제의 고도 성장에 따르는 수출 상품을 보다 고급화하고, 정부가 많은 투자를 하여 기획하는 이 전시회의 출품 작품이 곧바로 실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갈망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학계에서는 이 전시회를 보다 길게 보는 차원에서 우선 그간 정부나 기업이나 일반이 생소하게 느끼고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계몽하고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이끌고, 또한 여기에 즉각적으로 실용화되지 않더라도 작품에서 디자인이란 것을 보여주고 이러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의 디자이너들이 기업의 디자이너로 기용되거나 고용되어 그 기업의 제품 개발에 직접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방향으로 이끌어 왔으며, 이 전시회를 미술의 국전(國展)과 겨룰 만한 권위 있는 실용예술〔實用造形〕의 국전으로서 부각시키고 또한 산업 디자인전을 거침으로써 이 나라의 디자이너로서 인정받으려는 둥용문의 과정으로서 이해되고 유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으로써 미개척 분야인 이 분야의 디자이너로서의 인정과 지위를 굳히는 데 단계의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즉각적인 실용화를 요청하는 주최측의 입장과 이 전시회를 거치는 디자이너들이 기업에 참여하였을 때 즉각적인 실용화를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이 있는 디자이너의 육성과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학계의 입장과 양립되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은 서로가 일리는 있다고 하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상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산학 협동 체제로 일원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보다 진지한 의견 교환에 의한 접근과 정책의 배려, 기업인들의 이해와 참여, 디자인 교육 제도의 개선 등 숱한 문제점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보는 견해로는 현재 우리가 수출 신장에 따르는 디자인의 필요성은 누구나 똑같이 부르짖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무엇 때문에" 또는 “왜" 필요하며 그 디자인은 “누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이 그저 서로가 막연하거나 또는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는 디자인은 존재하나 Design Policy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 경쟁 사회에서는 누구나가 다 알고 있듯이 Mass Production(대량 생산), Mass Sale(대량 판매), Mass Communication(대량 전달), 이 세 가지가 서로 복잡하게 엉클어지면서 사회의 Cycle을 돌리고 있는데, 이것이 현대 사회 또는 현대 문명의 중추적 기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Cycle 속에서 수많은 기업군(企業群)이 팽대(膨大)한 에너지를 분출하며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간의 격렬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 남고 또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 계획에 의한 노력을 집중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의 의지가 경영 Policy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기업이 뚜렷한 경영 Policy 를 가지고 운영된다고 하면, 그 스스로 기업 이미지라는 것을 명확한 모습으로 사회에 내놓을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것이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의 모습은 Industrial Design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양산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문 광고나 팜플렛 등의 인쇄 매체에 의한 광고, 그리고 TV Commercial 등의 전파 매체 둥을 포함하여 이것은 Visual Design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디자인의 제 분야가 기업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다. 이 기업 이미지를 통일하려는 의식과 노력이 바로 Design Policy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산될 많은 제품의 Industrial Design에 대한 개발과 대량 판매를 하기 위해서 대량 전달하는 기업 조직을 가지고 이것에 대처할 수 있는 Design Policy를 하고 있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한 상품을 새롭게 기획하고 제조하는 단계로서는 기획, Designing, 제조 준비의 3단계를 먼저 생각하여야 하며, 기업은 기획 결정 이전에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제품은 품질이 어느 한계에 도달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위치에 오면 가격 인하가 경영 합리화의 측면에서 볼 때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타개해 나가고 기업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바로 디자인인 것이다. 기업에 있어서 디자인의 진가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디자이너와 영업 부문과의 협력 등에 의한 통일성 있는 Design Policy에 달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의 본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대 기업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산업 디자인전에 출품된 작품이 바로 실용화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 출품하는 디자이너의 성분과 또 이 전시회를 어떻게 보며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의 자세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기업들이 무관심하거나 외면하고 있으며, 관심이 있다고 하여도 기업주의 기호에 맞지 않아 외면당하거나 관심은 있어도 여기에 전시된 작품은 이미 그 기업의 기획 비밀이 노출된 것으로 간주하고 아예 외면하는 자세 등 그 요인을 분석해 보면 이루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학생 작품이 많았던 종래의 전시회는 출품작이 단지 학교에서의 연구 작품이었지 이것을 누구에게, 즉 어느 기업에 줄 수 있는 것인지 또 그 기업 이 받아들일 것인지 그저 막연하기만 하였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러하지만 학생들의 연구 작품이 입상이나 특선, 입선이 되면 그들은 그 영예로 만족하고, 또한 그것이 훌륭한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그들이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었던 개발비나 작품 제작비에 수십만 원 또는 그 이상을 투자하고도 감수하고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기업에 있는 현역 디자이너들도 위에서 말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산업 디자인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하면, 당장 간부에게 호출되어 회사일 이외의 일을 한다고 호되게 기합을 받거나 직장마저 잃을 정도로 직업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들은 그들의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굳히고 인정받기 위하여 이 전시회에 입상 또는 특선이나 입선으로 뽑히려고 회사 간부의 눈치를 보아 가며 과외 시간에 숨어서 애를 쓰고 있는 디자이너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숨어서 외롭고 어렵게 개인 비용을 투자해서 만든 작품이 입상이나 특선, 입선을 하면 회사로서도 환영은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진작 보고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나무란다고 한다.

이와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외국 디자이너의 디자인만을 인정하려는 사대주의 사조와 더불어 국내 디자이너를 경시하고 외국 상품의 모방이나 도용을 일삼는 일은 이제 삼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들이 신제품올 개발하기 위하여 이제는 Design Policy를 갖는 기업들이 되어야 할 때인 것이다. 이와 같은 풍토 속에서 우선 실용화의 전제보다는 기업들의 경영 Policy 의 합리적 방안의 하나로 Design Policy를 수립할 수 있는 건전한 사고의 기업이 많이 나와야겠고, 또 그러해야만 지금 2백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할 때 국제 경쟁 사회 속에서 이겨 내고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실용화를 위한 전제가 선행된다고 하면 이 산업 디자인전을 많은 기업이 이해하고 참여하여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Maker의 디자이너들이 자기 회사의 신제품 개발에 심혈을 경주할 것이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업이 제품 개발의 비밀을 요한다면, 현재 미국, 일본 둥 외국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이 완제품이 시장에 출하된 뒤 기성 상품을 대상으로 주어지는 G. Mark, 즉 Good Design 전을 개최하고, 기왕에 13회까지 이끌어 온 이 전시회에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 싶다. 이 분야의 학계나 디자이너들의 학문적 연구 발표 기관으로서, 또는 디자이너들의 둥용문적 역할로서 높은 차원에서 긴 안목으로 디자인 진흥 사업의 일환으로서, 또는 디자이너의 육성 기관으로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수상작이나 특선, 입선작 몇 점을 놓고 어떻게 실용화하느냐 하는 것보다 먼저 해결하여야 할 제반 문제점을 끄집어 내어 이것이 정책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당위성을 발견하고 기업이 이것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항상 다람쥐 채 바퀴 돌 듯 악순환만 거듭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출처 : 디자인포장 39호(1978.9. 한국디자인포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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