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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美 패스트 패션 열풍 속 다시 주목받는 ‘슬로우 패션’

패스트 패션 vs. 슬로우 패션

 

산업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패션은 원래 ‘느린 것’이었다. 산업화 덕분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량 생산 의류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옷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재료 역시 대량으로 조달되기보다는 개인적인 선에서 구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와 미국의 대표 언론매체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의류 브랜드 자라(Zara)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란, 의류를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을 통칭한다. 빠른 속도로 생산·공급되는 만큼 특정 시기의 유행을 잘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오랜 기간 무난하게 입는다기보다는 ‘유행 따라 한 철 부담 없이 입고 버리는 의류’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값이 싼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편,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은 패스트 패션과 정확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말 그대로, 각종 패션 액세서리를 포함한 의류의 생산 과정, 판매 및 구매 과정, 착용이나 사용 과정에 있어서 좀 더 천천히 신중하고 깊이 생각하는 방식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의류를 낮은 원가로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대신에, 품질이 좋은 소재로 내구성을 높이고 유행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오래 착용할 수 있는 의류 제품을 만드는 것을 전반적으로 이르는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의류 한 점도 세심하고 꼼꼼하게 소량으로 생산하며, 가능한 한 지역의 장인(Artisans)이나 봉제사(Sewers)와 같은 숙련된 의류 생산 인력과의 파트너십도 활발히 갖추는 비즈니스 운영까지도 포함된다. 한편, 의류 생산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 관점에서 의류의 구매량은 줄이고(Buying less) 구매의 질은 높이는(Buying better) 선택을 하는 것 또한 슬로우 패션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주춤하는 패스트 패션, 다시 떠오르는 슬로우 패션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간 직후인 2021년 전후, 이커머스 쇼핑의 유례 없는 증가와 함께 패스트 패션 산업 역시 급속하게 성장한 바 있다. 당대의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는 저렴한 의류를 빠르게 공급하는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포에버21(Forever 21) 등의 대표적인 대형 의류 기업뿐 아니라, 이커머스 채널만을 중점적으로 노린 쉬인(Shein), 패션노바(Fashion Nova), 롬웨(Romwe) 등 많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큰 인기를 누린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중국계 온라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앱(App)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이목을 끌었고, 다른 다수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또한 적극적인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펼치며 젊은 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이처럼 눈부신 전성기를 누린 패스트 패션이 최근 들어 주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통계 전문기관 Statista에 따르면, 대표적인 온라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은 2021년 1분기 무려 342%의 미국 내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쉬인은 그 이후 2022년 1분기까지도 약 4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2022년 2분기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쳐 2023년 2분기까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 추세를 보였다. 쉬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전반적인 패스트 패션 산업 역시 2021년 최대 약 124%의 매출 성장 이후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2023년 2분기에는 매출이 약 15%까지 떨어진 바 있다.

 

<2020~2023년 미국 내 패스트 패션 산업 전반 및 브랜드 ‘쉬인’의 분기별 매출 증감률 변화 추이>

 

[자료: Statista(Quarterly sales growth of the fast fashion industry and Shein in the United States from 2nd quarter 2020 to 2nd quarter 2023)]

 

위와 같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주춤하게 된 배경에는 더욱 값싼 이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팬데믹 이후 점점 더 급물살을 탄 ‘환경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강화’가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패스트 패션 산업계에서는 값싼 의류 생산 과정에서의 공해 유발, 의류 폐기물 증가와 같은 환경적 이슈뿐만 아니라 노동자 착취 문제 등 윤리적인 이슈까지도 도마에 오르내려 온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지속가능성과 ESG에 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질수록 환경 영향이 적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서서히 패스트 패션보다는 슬로우 패션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 역시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받는 슬로우 패션 브랜드

 

최근 주목받는 슬로우 패션 브랜드로는, 우선 130개 이상의 소규모 기업 및 개별 생산자의 가치 있는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메이드트레이드(Made Trade)’가 꼽힌다. 여성 의류 및 액세서리에서부터 남성 및 어린이 의류까지 다양한 제품을 큐레이팅하는 이 브랜드는, 제품이나 파트너 선택 시 지속가능성 및 윤리성에 관해 설정한 자체의 8가지 핵심 가치(Core values) 기준에 맞게 철저한 사전 검증과 점검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핵심 가치에는 공정 무역(Fair Trade), 수제품(Handcrafted), 미국 생산(Made in USA), 소수인종 소유 기업(BIPOC Owned; Black, Indigenous, or Persons of color), 지속 가능 원료(Sustainable materials), 리사이클·업사이클 원료(Recycled/Upcycled), 비건(Vegan), 여성 소유 기업(Women Owned)이 포함되며, 메이드 트레이드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이 8대 핵심 가치 중 최소한 2가지에 해당한다. 의류뿐만 아니라 침구류, 각종 인테리어 소품 및 가구까지 판매하는 이 브랜드는 슬로우 패션 및 윤리적 소비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음으로는 굽(Goop),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포브스(Forbes) 등 여러 매체에도 등장한 슬로우 패션 브랜드 ‘브룩데어(Brook There)’를 들 수 있다. 유기농 면 소재의 수제 언더웨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 브랜드는 ‘편안함’과 ‘윤리적인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브룩 데어의 제품 생산 과정을 살펴보면,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국제 유기농 직물 기준)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방적(Mill) 및 염색(Dye)하며, 이 옷감은 매사추세츠주로 옮겨져 브랜드 자체의 소규모 팀이 직접 재단 및 봉제한다고 한다. 이처럼 슬로우 패션다운 생산 과정뿐 아니라, 물류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완성된 언더웨어 제품 재고를 재단과 봉제가 이루어진 같은 생산 시설에 보관함으로써 별도의 물류 창고를 두는 방식 대비 패키징 및 물류 이동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해당 브랜드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슬로우 패션 추구와 더불어 합리적인 소비까지 돕는 가성비 높은 브랜드 ‘원오프(Oneoff)’가 있다. 다수의 슬로우 패션 브랜드로부터 과잉 재고(Excess inventory) 제품을 조달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오프는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장에서는 의류 재고 낭비를 줄임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브랜드로 평가된다. 현재는 5개의 슬로우 패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이 브랜드는 향후 파트너 기업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부터) 메이드 트레이드, 브룩 데어, 원오프 브랜드의 제품 이미지>

 

[자료: 각 사 웹사이트(https://www.madetrade.com/https://www.brookthere.com/https://shoponeoff.co/)]

 

시사점

 

팬데믹발 이커머스 붐과 함께 급격히 성장한 패스트 패션 시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경에 끼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과소비 조장, 공급망에 관한 투명성 결여, 노동 착취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영향들에 대한 일부 기업들의 책임감 부족 문제 역시 지적 받아온 바 있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만큼 주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소규모 디자이너의 제품 디자인을 함부로 도용하고 복제한다는 비난이 지속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려, 미국 패션 시장에서는 점차 패스트 패션을 뒤로 하고 슬로우 패션을 반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Attest가 2023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10%의 미국 소비자가 패스트 패션에 대한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션 디자인 업계 종사자 H 디자이너는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Z세대와 같은 젊은 소비자들을 필두로 점차 슬로우 패션이나 제로 웨이스트 생활 방식 등의 대안을 채택해 패션 소비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하며, “재활용된 소재, 각종 인증을 받은 섬유,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인지의 여부 등을 꼼꼼하게 신경 쓰는 소비자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우리 기업을 포함한 패션 업계 구성원들이라면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인식을 민감하게 포착 사업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자료: Statista, Wikipedia, Attest, Conscious Life & Style, The Guardian, The Wellness Feed, Made Trade, Brook There, Oneoff, Pexels,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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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80&CONTENTS_NO=1&bbsGbn=243&bbsSn=243&pNttSn=21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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