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가 프랑스 패션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을 위해 향수병을 처음으로 디자인했다.

이 병에 담길 루이비통의 레 젝스트레(Les Extraits) 향수 콜렉션의 5가지 향기는 “자유”와 “절대적 움직임”이라는 주제를 대변한다.

게리는 “조각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에 접근함으로써 기존 향수와의 차별화를 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라, 움직임, 그것도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이 더해진 시각적 움직임을 표현했다.”  

꽃을 형상화한 뚜껑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향수병의 주름진 뚜껑은 알루미늄판을 소재로 작은 병 위에 꽃힌 한 송이 활짝 핀 꽃을 형상화한 것이다. 게리는 헤네시 X.O(Hennessy X.O) 150주년 기념으로 만든 주름진 황금 병에서도 비슷한 기법을 사용한 바 있다.

이는 그가 즐겨하는 취미인 항해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넓은 바다 등지에서 항해할 때, 키를 잡은 선장과 바람은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되고 그에 따른 시각적 인상이 형성된다”고 게리는 설명한다.

“돛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주변의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안정을 유지하려는 몸짓을 떠올리면 된다. 움직임이 있지만, 경주용 차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12개의 돛과 3,600개의 유리 패널로 만든 그의 파리 루이비통 재단 (Louis Vuitton Foundation) 건물 디자인은 이번 향수병 디자인에서 직접적으로 재현되었다. 향수병이 건물의 13번째 돛이 된 셈이다.

향수병의 둥그스런 형태는 마크 뉴슨(Marc Newson)이 디자인한 오리지날 향수병을 기초로 삼되 선에 변화를 주고 확장한 결과물이다.  

루이비통 로고가 병의 한 쪽 면에 양각으로 돋아있고 그 위에는 향수의 이름이 적혀있다.

리필가능한 향수병에는 루이비통의 수석 조향사인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가 제조한 5가지 향수가 담겨있다. 각 향수병은 끝이 약간 기운 흰색 원통형 상자에 포장된다.

게리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건축가로 꼽히며, 프리츠커 건축상과 미국의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일본의 프리미엄 임페리얼(Praemium Imperiale) 등을 수상했다.

그가 루이비통과 디자인으로 인연을 맺은 지는 오래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Louis Vuitton Maison Seoul)에서 게리는 흰색 석재 건물 위에 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유리 돛들을 쌓아 놓았다.

항해는 게리의 과거 디자인에도 여러 번 등장한 주제다. 2015년에 포기(Foggy)라는 이름의 개인용 나무 요트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원문 기사: Frank Gehry tops Louis Vuitton perfume bottle with aluminium flower (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