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 듀오 미셔’트락슬러(Mischer’Traxler)가 이번 이스탄불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신작을 선보였다. 엄밀히 말해 이들의 신작은 제품 겸 툴키트다. 바로 그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안내서가 겸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셔’트락슬러가 선보인 담요와 스케치북은 ‘지식-도구-기억’(Knowledge-Tools-Memory)라는 이름의 컬렉션을 여는 첫 제품이다. 이 컬렉션에서 미셔’트락슬러는 제품과 그것의 제작 도구 두 가지를 함께 선보일 것이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타리나 미셔와 토마스 트락슬러는 만일 그 물건이 제작되는 과정을 알게 되면 그 물건에 대한 가치 인식이 달라질까를 질문한다. “일상 제품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한 물건은 자신의 역사와 과거를, 또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측면을 이야기해준다.” 미셔가 이야기한다. 미셔는 트락슬러와 함께 바구니 직조 기계에서 야채로 모양을 뜬 그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생산 과정에 대한 지식이 희미해지면, 그것이 사람과 물건이 맺는 관계는 어떻게 변화시킬까.” 미셔의 질문이다.
이들이 만든 담요는 울 소재로 몸을 완전히 덮을 만큼 넉넉하다. 담요에는 15가지 다이어그램이 프린트되어 있는데, 양털깎기에서 울을 만들기 위한 섬유꼬기, 직조 방법까지 담요의 천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제작 단계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담요 아래로 별도의 천이 있고, 주머니들이 줄지어 있다. 양모 빗에서 양털깎이용 가위 등 도구를 수납하는 곳이다.
스케치북 한 권도 컬렉션의 일부다. 실로 제본하고 레이저 각인 표지를 지닌 스케치북에는 식물 섬유로 종이를 만드는 법이 그려져 있다. 펄프 용액을 체에 걸려 종이를 만들 수 있도록 설명과 도구가 함께 들어 있다.
담요든 스케치북이든 어떤 제품에도 별도의 장식이 없다. 그래픽 디자이너 브리기테 회플러(Brigitte Höfler)가 그린 안내용 일러스트레이션이 유일한 장식이다. “장식이 곧 안내서이니 그런 의미에서 실용적이다.” 미셔가 말한다. “이 프로젝트로 각자의 능력을 다시 생각해보고, 또 모두에게 기본적인 물건을 만들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미셔’트락슬러의 프로젝트에서 제작과정은 때로 결과물에 앞선다.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이 제품의 배후에 숨는 대신 제품의 면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신작도 예외는 아니다. 미셔’트락슬러는 2013년 ‘또 다른 영토’(Another Terra)라는 이름의 전시에서 담요를 선보인 바 있다. 스케치북은 ‘지식-도구-기억’ 컬렉션의 두 번째 오브제로, 이번 이스탄불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을 컬렉션에 더할 계획이다.
www.mischertraxler.com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