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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자판기

 

과자나 음료수 대신 인간의 유전물질이 나오는 자판기. 예술가 가브리엘 바르시아 콜롬보(Gabriel Barcia-Colombo)의 ‘DND 자판기’이다. 작은 유리병 안에 든 것은 사람의 타액에서 추출한 유전자이다. 타액 속 세포를 분해하여 얻은 DNA에 알코올을 첨가해, 유전자 코드의 끈을 엉겨붙게 하여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느 자판기처럼 돈을 넣으면 누군가의 DNA를 살 수 있다.

 

과연 인간의 유전자, 유전 정보를 판매하는 일이 타당한 것일까? 작년 뉴욕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이 자판기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불쾌해했다. 누군가 타인의 유전자를 사서 가령 범죄 현장에 심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가브리엘 바르시아 콜롬보는 이것이 미래의 일이 아닌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당장의 현실이라 이야기한다.

 

 

DNA는 과연 누구의 소유물일까? DNA 소유의 합법성과 윤리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951년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는 자궁경부암 치료를 받다 사망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암세포는 그녀가 죽은 뒤에도 살아남았다. 의료진이 그녀의 동의 없이 암 조직을 채취하여 끊임없이 배양한 것이다. 그녀의 이름과 성에서 첫 두 글자씩을 따 명명된 ‘헬라 세포(Hela cell)’는 이후 소아마비, 에이즈, 암 등의 치료 연구에 활용되었다. 랙스의 유가족은 20년이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고 반발하였지만, 결국 헬라 세포의 활용에 동의하였다.

 

보다 최근의 사례로는 1990년의 대법원 판결 사례가 있다. 모발세포 백혈병을 앓던 존 무어(John Moore)는 UCLA 메디컬 센터에서 데이비드 W. 골드(David W. Golde) 박사가 이끌던 의료팀에게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의료진은 치료 과정에서 적출한 암세포 조직을 환자의 동의 없이 세포주(cell line)로 만들어 특허를 출원하고 상업화하였다. 과연 이 세포주는 존 무어의 것일까? 미국 대법원은 적출, 기증과 같은 사전 동의 행위로 채취된 신체 조직에는 더 이상 환자 본인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가브리엘 바르시아 콜롬보는 ‘DNA 자판기’를 통해 프라이버시, DNA의 소유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생명공학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오늘날의 3D 프린팅처럼 기술 접근 장벽이 낮아진다면, 누구나 타인의 DNA로 가내 유전공학 작업을 하는 그러한 미래도 가능하리라 이야기한다. 불쾌한 미래를 상기시키는 익숙한 기계. 바르시아 콜롬보의 ‘DNA 자판기’는 최근 TED 토크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올여름 뉴욕에서 그 두 번째 버전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

Tag
#유전공학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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