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노 감페르(Martino Gamper)의 개인전 '당신의 집, 나의 집(Tu Casa, Mi Casa)' 전시장 전경
글래스고 모던 인스티튜트(The Modern Institute)에서 디자이너 마르티노 감페르의 전시회 ‘당신의 집, 나의 집’이 열리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감페르의 개인전이다.
마르티노 감페르는 이탈리아의 메라노에서 태어났다. 포도 과수원 집 아이가 고향의 어느 가구 목공소에 견습으로 들어간 것이 14살 때였다. 이후 그는 비엔나의 미술 아카데미(Academy of Arts)에 입학했다.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운동의 일원이었던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에게서 조각을 배운 그는, 졸업 후 그는 멤피스(Memphis) 그룹의 창립 일원이었던 디자이너 마테오 툰(Matteo Thun)을 따라 제품 디자인 계로 들어섰다. 이후 런던으로 건너가 2000년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에서 디자인 박사 과정을 마치고,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100일 동안 100개의 의자를'의 아테네 베나키 뮤지엄 전시, 2013
널리 알려져 있듯, 마르티노 감페르는 뒤섞기에 능하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100일 동안 100개의 의자를(100 Chairs in 100 Days)’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2007년 열린 이 전시에서 그는 2년 가까이 런던의 길거리, 친구들의 집에서 가져온 버려진 의자들을 모아, 100일 동안 매일같이 새로운 의자를 하나씩 만들었다. 갖가지 유형의 의자로부터 이런 스타일, 저런 구조 요소를 뒤섞어 만든 혼종(hybrid)의 의자들이었다. 이처럼 마르티노 감페르는 기존의 대상을 재전유하여, 갖가지 요소들을 뒤섞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질적인 조합의 결과가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자연발생적(spontaneous)’라는 수사가 그의 디자인에 뒤따르는 이유이다.
이번 ‘당신의 집, 나의 집’ 전시에서도 마르티노 감페르는 다양한 프로세스, 소재, 기법이 뒤섞인 69점의 가구를 선보인다. 작품을 맥락이 제거된 공간에 제시하는 보통의 갤러리 전시와는 반대로, 감페르는 자신의 가구로 전시 공간에 생활의 맥락을 부여한다. 장작이 타는 난로와 낮잠용 긴 의자, 탁자, 카펫, 의자, 조명이 헤쳐 모여 작은 섬들을 이루며, 전시 공간을 여러 개의 방이 뒤섞인 곳으로 만든다. 작품에 채택된 소재와 기법도 그야말로 다양하다. 유리불기(blowing)와 유리혼합(fusing), 목각, 카펫 자수, 연철 대장, 쪽매붙임, 법랑 등 각양각색의 예술, 공예, 산업의 제조 방법이 참조되어 있다.
“이 집의 장식물은 자주 찾아주는 친구와도 같습니다.” 마르티노 감페르는 뉴질랜드의 어느 골동품 삼정에서 발견한 이 문구를, 여섯 개의 티크 의자 뒤에 새겨 넣었다. ‘당신의 집, 나의 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묘한 ‘친구들’과 함께, 당신을 또 나를 환영하는 공동의 가정 공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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