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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젊은 목수들: 일본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일본 가구의 현재를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프로파간다에서 이번에 나온 <젊은 목수들: 일본의 새로운 가구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는 일본 BNN이 출간한 <가구와 사람 Living with Modern Crafts>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에 대해 흔히 생각하듯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 전통가구 장인은 이 책에 없다. 책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신진 가구 제작소 22곳을 방문 취재한 인터뷰 기사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뷰 대상 중에는 트럭(TRUCK)처럼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젊은 팀들로 고객 주문에 따른 맞춤 제작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튜디오다.

 

인터뷰는 '가구'와 더불어 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가구 디자이너'가 아닌 '목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구의 형태를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무를 만지고 가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는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나무'라는 소재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물론 현대의 장비 발달은 다루기 까다로운 나무라는 재료를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무한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친 형태보다는 직접 나무와 대면하여 깎고 다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기 다른 소재의 개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나무를 직접 다루는 '목수'라는 다소 고전적인 명칭은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가구들의 양상을 잘 드러내 준다. 나무를 직접 만지고 다듬는 사람들의 가구에 대한 이야기다.

 

22곳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사람이 어려서부터 목수가 되려는 꿈을 가졌거나 대학교에서 가구를 전공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음악이나 서핑에 빠져 젊은 시절을 보내거나 영업이나 일반 사무직 등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가구와는 무관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었다. 일례로 콘도 우드 크래프트(KONDO WOOD CRAFT)의 콘도 도루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관련 회사에서 16년이나 다니다 목공 직업훈련학교를 거쳐 마흔이 넘어서야 가구 공방을 연 경우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가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가구를 배워가기 시작한 이야기들로 시작해서 고객과 소통하며 가구를 만드는 각기 다른 방식에 대한 그들의 마음가짐을 풀어낸다.

 

 

이런 인터뷰 형식의 젊은 가구 스튜디오 소개는 같은 출판사에서 <젊은 목수>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2012년 말 발간한 한국의 가구 스튜디오 10곳과의 인터뷰집과 유사한 구성이다. 이 두 책을 통해서 한국과 일본의 가구 시장을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우선 두 배가 넘는 인터뷰 대상의 숫자에서부터 각국 가구 산업의 규모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만큼 더 많은 맞춤 제작 가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있다는 얘기다. 그 특징은 책의 구성과 기획방식에서 두드러진다.

 

일본 판에는 유명세나 전통과 상관없이 각 스튜디오에는 총 8페이지씩 할애되어 있는데, 특이할 점은 스튜디오별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4~6점 정도의 대표작에 표기된 가격이다. 직접 가격을 표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현직 목수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기획한 것이라기보다는 맞춤 가구를 주문하고 싶어하는 일반 소비자, 혹은 이 책에서 인터뷰한 목수들처럼 새롭게 가구 제작의 세계에 눈을 뜬 초심자들을 주요 독자층으로 삼고 있다. 한국의 목수들과의 인터뷰가 가구 산업계의 현황과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같은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를 목수들의 목소리로 깊이 있게 다루지만, 일본 판에서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가구 철학과 같은 일반 대중들이 궁금해 할만한 소재를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의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만큼 가구 이야기에 대한 대중적인 소비 수요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이런 점은 인터뷰 뒤에 덧붙인 부록 형식의 기획 취재 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북유럽 가구 기행' 섹션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북유럽 가구에 대한 일본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데,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과 대표적인 명작 가구들을 소개하는 데에서 나아가, 스웨덴의 대표적인 가구 학교와 자격증 시험의 실제 출품작에 대한 분석이 실려있다. 단순한 스타일 소개가 아니라 구체적인 북유럽의 가구 디자인과 그 실제적인 교육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일본의 가구 제작 학교' 섹션에서는 가구를 전문적으로 새롭게 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좀 더 실용적인 정보를 다룬다. 인터뷰에서 가구 제작을 배운 곳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된 곳은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직업전문학교였는데, 이외에도 일본에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가구 제작 학교가 많이 있다. 이 중 8곳을 소개하며 학교별 교육 특성과 연락처, 수업료 및 모집시기와 전형시험내용을 포함한 입학 정보를 상세히 싣고 있다. 또한, '가구 기초 지식' 섹션에서는 상세한 주문 순서와 각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기도 하고, 가구의 종류∙구조, 재료, 마감과 도장, 기초용어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도 망라하고 있어 막연하게 자신만의 가구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충실한 안내서가 돼 줄 수 있다.

 

2014년 말 세계 최대 가구회사인 이케아(IKEA)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국내 가구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탄탄한 일본의 가구제작 수요와 문화는 꽤 부러운 이야기다. 이런 부러움과 별개로 이 책 속의 목수들 역시 목수로 살아남기 위해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나무와 대면한다. 책에 보면 가구 제작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로 가구와 목수를 다룬 잡지기사를 꼽은 사람이 꽤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상투적이지만 늘 통하는 이야기로 새로운 목수 지망생을 유혹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매뉴팩트 잼(manufact jam)의 후루하시 하루토

 

마쓰모토 가구연구소(松本家具硏究所)의 마쓰모토 타카시

 


하오 & 메이(hao & mei)의 소바지마 히로미

 

 

젊은 목수들: 일본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취재: 하기하라 켄타로, 오타 아야

-사진: 나게레 사토시

-일러스트: 오가와 나호

-번역: 임윤정

-출판: 프로파간다

-182x258 mm / 248 쪽 / 22,000 원

-ISBN 978-89-98143-16-9

 

-목차

트럭 TRUCK

이누 잇 퍼니처 inu it furniture

안토스 antos

하오 & 메이 hao & mei

모코쿠 MOKKOKU

코야목공 小屋木工

놋초 워크숍 Notcho's Workshop

매뉴팩트 잼 manufact jam

우타 타네 Utatane

스탠더드 트레이드 STANDARD TRADE.

아오키 가구 아틀리에 Aoki Kagu Atelier

시즈카 스튜디오 SHIZUKA STUDIO

콘도 우드 크래프트 KONDO WOOD CRAFT

라 포르제롱 la forgerone

민카 MINKA

마쓰모토 가구연구소 松本家具硏究所

후카미 목예(木藝) Fukami Mokugei

우드워크 WOODWORK

콜라보 collabore

치쿠니 chikuni

시모오 디자인 SHIMOO DESIGN

훈사바사라 퍼니처 Hunsabasara Furniture

북유럽 가구 기행

일본의 가구 제작 학교

가구 기초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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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희채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Tag
#일본 #가구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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