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일본] 이제부터 Eco는 Ecology를 뛰어넘어 Economy적 가치! _ 박성윤

[일본] 이제부터 Eco는
Ecology를 뛰어넘어 Economy적 가치!



글  박성윤, 사진  Paul April

지난 9월 22일, 일본은 물론,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빅 뉴스가 있었다. 바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총선 공약이기도 했던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는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전세계 대표들이 모인 회의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역사적인 사건 때문이었다. 이는 이전 자민당 정권시 아소 다로 전총리가 제시했던 2005년 대비 15%(1990년 대비 8% 감축)에 비해 혁신적으로 높은 수치일 뿐 아니라 이전까지 가장 높게 목표를 세웠던 유럽의 20%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래서 그만큼 경쟁에 큰 경제적 타격과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일본 산업계와 경제계의 반발이 거셌지만 정부 일에 무관심했던 일본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일본 정부의 일에 촉각을 기울이며 큰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의 미디어나 환경단체로부터 칭찬의 소리가 자자했고 전세계적으로는 일본의 국가 이미지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틀림없다.

또 지난 10월 25일,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역시 친환경상품의 부가세를 낮추고 교토의정서 미준수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누진관세를 적용하는 강력한 환경 정책을 발표함과 동시에 내년 1월부터 휘발유에 리터 당 4상팀의 탄소세를 붙이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제는 환경을 둘러싼 이슈가 단순히 지구를 살리고 우리가 사는 환경을 더욱 좋게 만드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이자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최근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에코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에너지 절약(省エネ)의 친환경적 제품과 각종 에코 정책

일본은 지난 4월부터 정부가 정한 환경•연비 기준을 충족한 차를 구입하면 자동차세를 대폭 감면해주고 구입시 수십만 엔에 이르는 보조금까지 지원해주는 에코카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출시된 토요타 프리우스를 비롯해 혼다 인사이트 등 하이브리드 카를 중심으로 대부분 리터당 20km 이상의 연비를 자랑하는 소형차 등 에코카 감세를 받을 수 있는 모델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림 1.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에코카 정책으로 정부가 정한 환경•연비 기준을 충족한 차를 구입하면 감세와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 Paul April

이와 함께 지난 5월부터 가전 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캐시백' 제도의 일종인 '에코 포인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절약(省エネ) 친환경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그 제품 가격의 일정 비율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것이다. 에코 포인트 적용 가전 제품으로는 에어컨, 냉장고, 디지털 방송 수신 TV 등 3개 종목. 에너지 절약형 에어컨과 냉장고를 사면 판매 가격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에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TV는 판매 가격의 10%까지 에코 포인트가 주어진다. 신제품 구입과 함께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할 경우 재활용 포인트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림 2. 가전 제품 판매장에 진열된 에코 포인트 적용 대상의 에너지 절약형(省エネ) 제품들. 에어컨, 냉장고, 디지털 방송 수신 TV 등 구입시 받을 수 있는 에코 포인트를 각 제품마다 표시해두었다. © Paul April

적립된 포인트는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열차 승차권과 에너지 절약형 제품 구입 상품권, 지역 상점가 전용 상품권 등으로 바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왕이면 친환경적이고 연비 등 유지비가 덜 들면서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현금 대신 사용할 에코 포인트가 적용되는 제품으로 구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절약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밖에도 토시바나 파나소닉 등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여주는 LED 전구를 선보여 화제다. 9월 1일부터 영국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큰 백열등 전구의 판매를 완전히 금지했다는 뉴스와 함께 더욱 주목을 받은 LED 전구는 비록 일반 전구의 5배 가량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수명은 15배로 길고 에너지 절약 차원에도 큰 효과가 있어 앞으로의 에너지 절약 상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닛산의 전기 자동차 개발 소식과 더불어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주택 건설 리모델링 붐을 통해서도 친환경 제품이 곧 에너지 절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일본의 최신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


안티-에코 붐

1997년 교토의정서 출범을 계기로 온실 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고 동시에 에너지 절약(省エネ) 운동 등 본격적이고도 실질적인 환경 대책 마련에 골몰해온 일본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몸에 밴 특유의 절약 정신을 바탕으로 이제는 명실공히 에코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환경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등에 뭐든지 ‘에코 라벨’만 들이대면 만사 형통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에코 운동이 무분별하고 맹목적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에코-파시즘(Eco-fascism)까지 의심 받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분위기에 맞서는 안티테제로서 안티-에코(Anti-Eco)의 딴지 물결도 만만치 않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에코를 하나의 상업적 아이템으로 발전시켜버린 일본 특유의 소비주의 풍토가 만들어낸 에코에 대한 또 다른 진화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친환경적인 물건이라면 아무래도 조금 비싸기 마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에코적이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물건들이 대세를 장악한 일본 시장의 선진성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저명한 환경학자나 오랜 기간 환경 문제를 취재해온 환경 전문 기자들이 이 운동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안티-에코는 이제껏 에코에 대해 불문율처럼 믿어온 것에 대한 사소한 의심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쓰레기 분리 수거로 인해 모아진 폐자재가 잘 리사이클되고 있을까?’ ‘비닐 봉투 대신 유행인 에코백을 사용하는 것이 정말 에코적일까?’ 등등이다. 안티-에코 측의 주장을 빌리자면, 쓰레기 분리 수거와 리사이클의 문제는 국민, 정부, 처리 기업, 이 삼자가 각기 제 임무를 수행해야만 성공적일 수 있는데 현재 일본은 국민들만 열심히 참여할 뿐, 정부와 기업은 처리 및 재생산에 드는 비용의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사실상 손을 뗀 상태라고 한다. 열심히 분리한 쓰레기는 결국 한 자리에 다시 모이고 리사이클은 극히 일부만 시행되고 실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료화 등으로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비닐 봉투는 제조하는 데에 생산량의 약 2배에 달하는 석유를 필요로 하고, 그 석유량의 약 1.7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비닐 봉투를 한 장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오염 물질의 배출량은 크게 줄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에코백을 하나 만드는 데에는 비닐 봉투보다 수십 배에서 디자인에 따라 수백 배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 여기저기서 받아 사용하지 않는 에코백이 집 한구석에 점점 쌓여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와 논리적인 이론을 앞세워 환경에 대한 수많은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큰 충격을 안겨준 안티-에코 운동. 이 역시 건전한 에코 운동의 한 형태로 인식되면서 왜곡된 에코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선구안 기르기의 혁혁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못타이나이 캠페인

못타이나이 캠페인(MOTTAINAI CAMPAIGN)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Wangari Maathai) 여사에 의해 시작된 운동으로,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유지할 수 있는 순환형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는 환경 캠페인이다. ‘못타이나이(もったいない)’란 일본어로 ‘아깝다’ 또는 ‘과분하다’ ‘고맙다’라는 뜻인데 일본어 그대로를 이름으로 딴 것으로 ‘감소(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에 ‘존중(Respect)’ 정신을 더하면 못타이나이가 된다는 기본 개념을 내세워 일본을 비롯해 최근 세계적인 환경 캠페인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도표 1. 못타이나이의 개념도

그리고 지난 6월 11일에는 도쿄 아오야마 스파이럴 빌딩에서 못타이나이 캠페인의 하나인 ‘카사(傘) 프로젝트’가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못타이나이 랩(MOTTAINAI LAB)의 연구원이자 도쿄 메트로 매너 포스터 디자이너로 이전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寄藤文平)가 전체적인 아트디렉터를 맡은 프로젝트로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와 배우, 모델 등 유명인들이 참가해 시부야 등지에 버려진 무수한 비닐 우산을 재사용하고 가급적이면 비닐 우산의 사용을 자제하고 자신의 우산을 갖자는 캠페인이다. 못타이나이 로고 역시 요리후지 분페이가 담당했다.


그림 3. 못타이나이(MOTTAINAI) 캠페인의 하나인 ‘카사(傘) 프로젝트’의 웹사이트 화면. © MOTTAINAI

착한 경영자와 착한 소비자 되기

우리나라에도 최근 공정무역(Fair Trade) 운동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는데 일본 역시 공정무역 상품 위주로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커피나 초콜릿, 홍차 등 저개발국가에서 수출하는 상품을 제 값에 구입하려는 무역방식으로 1950년대 말 영국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무역과 에코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커피의 불공정무역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 골드(Black Gold)’를 보면 이해가 쉽다. 영화에 따르면 에디오피아의 커피 재배 농민이 커피의 도매업자에게 1kg의 원두를 팔면 약 2비르(약 0.25달러, 200~300원 수준) 밖에 못 받고 있는데 반해 커피의 최종 소비자들은 그의 200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그 사이에서 유통업자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불공정거래가 심해지다보니 환경을 생각한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보다는 생산비가 적게 들고 수확이 많아지는 방향으로 점점 기울게 되고 그로 인해 커피나 홍차 같은 경우는 환경이나 건강에 해로운 농약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경영자나 유통업자들은 윤리적으로 공정하게 거래하고 소비자는 의지를 갖고 공정거래 상품을 소비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 역시 최근 에코의 큰 동향이라 할 수 있다.

공정무역과 함께 프리 오가닉 코튼 캠페인(PRE ORGANIC COTTON CAMPAIGN)도 비슷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오가닉 코튼의 경우, 무농약 농법으로 3년간 재배해야만 오가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전까지 다량의 농약을 써오던 인도의 목화 농장들이 무농약 농법으로 재배한 오가닉 코튼을 출하하기까지 가계의 수익이 줄어드는 3년간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캠페인을 의미한다. 이 캠페인의 중심에는 에콜로지를 테마로 키친, 카페, 디자인, 라이브러리, 그린의 다섯 섹션으로 이루어진 복합 숍인 도쿄의 크루크(kurkku)가 있다. 이처럼 환경 캠페인을 이끄는 크루크와 함께 프리 오가닉 코튼 캠페인을 인식하고 조금 비싼 가격이라도 환경을 위해 기꺼이 오가닉 코튼 관련 아이템을 구입하려는 의식 있는 일본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림 4. 오가닉 코튼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크룩크(Krukku)에서는 숍에 헌 티셔츠 5장을 가져오면 크룩크 오리지널 리사이클 백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헌 티셔츠를 모아 퀄트식으로 천을 이어 만든 후에 침대 커버나 쿠션, 가방을 리디자인해 팔기도 한다. 또한 가장자리를 바이어스 처리한 천도 따로 판매하는데 가격은 미터당 2천 2백 엔이다. 이외 다른 에코적인 아이디어가 농축된 디자인 상품도 다채롭다. © Paul April

 
그림 5. 크룩크는 파트너인 환경 NPO 법인 AP뱅크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에코(eco)’와 ‘공명 또는 공진(resonance)’를 합성한 ‘에코 레조(eco-reso)’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 개념을 설명한 서적. 그와 함께 만화, 연애 소설, 사진집 등 굳이 환경 관련 전문서가 아니어도 환경이라는 시점에서 읽으면 좋을 서적들을 위주로 예술이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선보이고 있다. © Paul April


그 밖의 에코 이벤트와 에코 검정시험 붐

한때 백화점에서는 헌 옷이나 헌 구두를 가져오면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에코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조금의 상처만 있어도 팔지 않고 전부 폐기 처분해 오던 과일이나 채소, 생선 등을 ‘와케아리(訳あり: 특별한 사정이 있는)’ 상품으로 내세워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벤트가 열려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또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은 물론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까지 두루 갖춰야만 합격할 수 있는 환경사회검정시험(일명 에코 검정)에 수많은 일반인이 지원해서 그 결과, 1만 5천 명 이상의 에코 전문인을 배출해낸 것도 일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색적인 에코 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일본 내의 대표적인 에코 이슈들을 통해 이제부터 ‘에코’란 ‘에콜로지(Ecology)’ 측면뿐만 아니라 ‘에코노미(Economy)’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8%만 감축한다면 일본의 GDP는 0.6% 감소하지만 25% 감축한다면 3.2%가 감소된다고 하고, 가처분소득은 8% 감축의 경우 4만 엔이 주는 반면, 25% 감축의 경우는 22만 엔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광열비는 8% 감축의 경우 연간 3만엔이 느는 반면, 25% 감축의 경우는 14만 엔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각 가계의 부담은 온실가스 8% 감축의 경우 연관 7만 7천 엔인 것이, 25% 감축을 목표로 한다면 36만 엔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즉 에코는 바로 ‘돈’과 연결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다. 이와 함께 이제껏 주로 에너지 관련 산업을 좌지우지했던 이들이 부유층이자 기득권자로 군림했다면 앞으로는 환경 관련 산업의 높은 기술력과 정책이 중심이 되어 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하고 실제로 그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이들이 새로운 경제 지배층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에도 깊이 공감이 간다.



박성윤_프리랜스 에디터 oz1018@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잡지 <마리끌레르 메종> 에디터로 근무 후, 2004년 도일. 2007년 도쿄 가이드북 <동경오감> 출간

 
Tag
#일본 #에코 #에콜로지 #에코노미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